돈의 속성
곽 흥 렬
돈은 눈이 없다. 발이 달리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제 갈 길을 용하게 찾아간다. 아무리 갖고 싶어 발버둥이 쳐도 도무지 가져지지 않는 것이 돈이고, 깨끗이 단념하고서 저리 가라며 손사래를 칠 때는 오히려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것이 또한 돈이다.
이 요물은 사탄의 속성을 지녔다. 선한 사람에게는 미꾸라지같이 요리조리 피해 다니지만, 악한 사람에게는 찰거머리처럼 잘도 붙어 다닌다. 그래서 돈에는 원망과 한숨과 눈물과 탄식이 진하게 배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재물이 절대 권력이다. 돈이 그 어떤 가치보다 높은 자리에서 떵떵거리며 세도가로 군림한다. 사람들은 항용 세상에 사랑이 제일이라고 외쳐 대지만, 이 사랑보다도 중한 것이 돈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말들을 하지만, 이 피보다도 끈끈한 것이 또한 돈이다.
그래서이리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금전에 대해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돈을 일러 ‘악마의 배설물’이라고 깎아내렸다. 돈이 인간사 모든 재앙의 근원이라는 생각에서일 게다. 우리 사는 지구상의 온갖 부정하고 불의하며 흉악스러운 일들은 십중팔구 이 돈 때문에 생겨난다. 이렇게 말한대도 그리 지나친 표현은 아닐 성싶다. 돈으로 인해 끊임없이 사건 사고가 터지고, 돈 문제가 얽히고설키어 돈독했던 인간관계에 금이 간다.
물론 돈이라고 해서 무조건 재앙의 씨앗이 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제 갈 길만 제대로 찾는다면 세상을 불행으로부터 건지는 구세주가 될 수도 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은 재물의 긍정적 속성을 잘 대변해 주는 말이 아닌가. “재물은 똥거름과 같아서 한곳에 쌓아 두면 악취를 풍기지만 논밭에 골고루 뿌려 주면 오곡백과를 풍성하게 한다.” 이런 가르침도 있다.
어느 이름난 배우는 텔레비전 방송에 나와서 “한 달에 삼만 원이면 꺼져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라며 동참을 호소한다. 하지만 돈은 사팔눈을 가졌는지 항상 바른 길을 외면한 채 옆 골목으로 새고 만다.
돈을 가진 사람들은 제대로 쓸 줄을 모르고, 못 가진 사람들은 제대로 쓰고는 싶어도 주머니가 비어 있다. 늘 이 점이 세상사의 불행이고 또한 모순이다.
그로 미루어 살피자면, 돈이란 없을 때는 뜻있게 쓰고 싶다가도 가지게 되었을 때는 그만 생각이 백팔십도로 바뀌어 버리게 만드는 요물인가 보다. 이것이 돈이 지닌 부정적인 속성의 씨앗인 모양이다.
아, 이놈의 돈아! 돈아!
<고령신문 2019년 5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