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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펀드의 색깔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아파트사업 대출(PF: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에서 벗어나 빌딩펀드·임대주택펀드·후분양 재건축펀드 등 이름도 생소한 ‘이색펀드’가 속속 출시 채비를 하고 있다. 부동산펀드 발매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아파트 PF펀드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서다.
하나경제연구소 양철원 연구위원은 “부동산펀드가 나온 지 1년도 안 돼 50여개나 쏟아지면서 차별성 있는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욕구가 높아졌다”며 “올해는 다양한 형태의 펀드가 출현해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 같지만 투자하기 전에 따져야 할 점도 많다”고 말했다.
‘업그레이드 펀드’ 나온다 부동산펀드는 기관투자가·개인으로부터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이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뒤 1조5000억원어치가 팔렸다. 대부분 직접 투자보다 대출 형태였다.
그러나 올 들어 펀드의 얼굴이 달라지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상가·빌딩·경매 등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분야로 투자 영역을 넓힐 태세다.
상가·빌딩펀드가 대표적이다. 상가는 부동산 중 고위험 상품에 속해 부동산펀드의 기피 대상이었다. 하지만 임대가 잘 되는 서울 강남권 대형 상가·빌딩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펀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아파트사업 대출만으로 6개의 펀드를 내놨던 마이에셋자산운용은 다음달 서울 강남에서 대형 상가를 대상으로 한 부동산펀드를 내놓는다. 국내 부동산펀드 1호를 출시했던 맵스자산운용은 이미 강남 테헤란로 등의 빌딩 두 채를 사서 펀드로 운용하고 있다.
마이에셋자산운용 전유훈 이사는 “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계속 내놓을 계획”이라며 “골프장·실버타운·호텔 등을 갖춘 복합개발사업을 대상으로 한 펀드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유통시설펀드도 등장했다. 맵스자산운용은 지난달 대구·부천 등지의 LG하이프라자를 사들여 임대하는 펀드를 내놔 모두 팔았다. KTB자산운용도 전국의 할인점·물류센터를 운용 대상으로 하는 펀드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맵스자산운용 신봉교 이사는 “유통시설은 건물주가 매각 후 다시 세를 드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아파트펀드를 준비하는 자산운용사도 여럿 있다. 후분양 대상 재건축아파트 가운데 투자위험이 적은 곳에 일반분양 때까지 공사비를 대주는 방식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지구 등 강남권 재건축아파트가 주요 투자 대상이다.
KTB자산운용 안홍빈 부동산금융본부장은 “시공사가 자금을 대던 역할을 부동산펀드가 맡는 것이어서 재건축사업장의 공신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부동산펀드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마이에셋자산운용은 상반기 중 세계적 부동산투자회사와 손잡고 해외부동산펀드 1호를 출시할 예정이다. 외국계 투자회사가 만든 5000억원짜리 해외펀드에 다시 투자하는 ‘펀드 속의 펀드’다.
미국에서 성행하는 임대주택 전문펀드도 하반기 국내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 같다. 임대주택펀드는 민간투자법에 따라 선박펀드처럼 세금감면 혜택이 있어 많은 자산운용사가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오용헌 이사는 “임대주택은 정부가 권장하는 분야여서 건설업체들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선진국처럼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짚어볼 것은 부동산펀드는 목표 수익률이 연 7%를 넘지만 장밋빛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여러 안전장치를 하지만 분양이나 임대가 안 되면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 운용기간이 2∼4년이고 중간에 투자 원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베스트피엔디 윤용니 사장은 “중간에 배당을 받고, 펀드가 상장되면 주식을 팔아 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환금성에 한계가 있으므로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대상 상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펀드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시행·시공사가 부도났을 때의 안전장치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자산신탁 신상갑 팀장은 “경매펀드처럼 투자 물건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겠다는 ‘블라인드펀드’(blind fund)의 경우 운용사의 능력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부동산금융회사인 도란캐피탈 야야 로버트 차장은 “해외부동산펀드의 경우 해당 지역 투자 환경·정책 변수 등을 따져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2005. 3.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