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감독을 말하다 1 : 수다스러운 킬러를 아는가 < 킬러들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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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이 영화가 보고싶었을까.
아마도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였을까?
대전의 한 극장 심야프로로 봤던 이 영화는 그때 이상하게도 나와 코드가 맞아서
오랜동안 기억에 남았더랬지. 진짜 웃겼거든.
어쩌면 그때 같이 동했했던 사람이 좋아서였나? 푸하하~~ 그런거야~~~
어쨌건 ... 나는 당시 영화에 미쳐서 개봉작은 거의 섭렵하고 살았는데
요 영화를 보겠다고 얼마나 별렀는지 몰라.장진이라는 감독은 몰랐지만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그 영화에 총출동하거든.
신현준, 신하균, 정재영, 원빈 그리고... 잊지말자, 또 한 명의 주인공, 정진영.
나름 한 색깔하는 배우들이거든.
영화를 즐거이 보고 그 영화를 함께 본 녀석을 졸라 불법다운로드(허걱..!)를 거쳐 다시 몇 번을 보았어.
그래도 질리지 않더라.
이 소재도, 이 사람들도, 이 연기도, 그리고 이 분위기도 말이지.
그래서 몇 년 만에 다시 본 이 영화는 여전히 내게 같은 즐거움을 선사했어.
알다시피.... 잘난 남자 넷이 주축인데 기본은 당근 하지 않겠어?
이를테면 눈요기? 꺄아~~~~~~~
자, 이제부터 이 남자들 살짝 벗겨 보실까?
앗, 실수... 영화를 벗겨야지.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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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다, 이 소재! 대한민국 땅의 킬러를 말하다!
영화가 시작하자 마자 자신을 킬러라고 말하는 남자....아니... 남자들.
여기가 무신 뉴욕도 아니고 조직폭력배도 아닌 킬러라니?
에이~~ 그런게 어딨어~~!
무슨 쏘리!! 대한 민국에도 킬러가 있지.
그것도 이렇게 매력적인 넘들로 구성된 최고의 살인(갑자기 강하다!) 집단.
어쩐지 안어울리게 집에 세콤을 장착하고
사시미칼을 휘두르며 소주를 마시는 게 아니라 한 여학생이 몰래 가져온 밥을
동생이 만들거라 철썩같이 믿으며먹는 바보 킬러들이지만
자신의 일에는 철저한, 성공률 99%의 나름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란 말씀.
피도 눈물도 없는 킬러다...라고 하는 것은 미국 킬러일 뿐이고
동방예의지국에 있는 아주 인간적인 우리의 킬러 아저씨는
임신한 여자는 죽이지 못했고
짝사랑에 우는 여학생을 위해 불타는 의협심에 무상(?)으로 학교 선생님을 해치우겠다는 마음(허걱!)까지 먹는
최고의 의리파라 이말씀이지.
게다가 그들의 우상이 원한다면 화약을 지고 불 속에는 못 뛰어들까?
이렇듯 애틋하게 우상을 숭배하는 순진남이고 말야.
그것이 장진감독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킬러였어.
가장 잔혹한 직업을 가진 가장 대한민국에서 선량해보이는 얼굴의 네 남자.
장진 감독은 대한민국에 독특하디 독특한 킬러라는 직업을 가져오면서 왜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을까?
순진한 킬러라는 묘한 반어법으로 웃음을 주기 위해서?
아니면 단지 영화 흥행을 위한 흥미거리를 위해서?
나는 단지 우스꽝스러운 설정을 위한 도구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누군가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잖아.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마음 속에 키우는 이 악마를누르는 도구가 필요하겠지.
그것은 양심일 수 있고 이성일 수 있고 그리고 또다른 모습의 천사일 수 있어.
마음 속에 존재하는 악마는 킬러라는 직업을 가진 그들이야.
그리고 마치 동네에 하나쯤은 꼭 있는 바보나 지녔음직한 어리석을 정도의 순진함은
그 악마를 누르는 내 마음 속의 천사인 거야.
장진감독은 순진한 킬러라는 설정으로 사람 마음 속에 존재하는 악마와 천사를 동시에 보여주는 거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들은 선과 악이 항상 싸우는 우리 자신인지도 모르는 거야.
항상 사람을 죽이지만 마음만은 순수한 그들의 모습이 결국
나쁜 생각을 가지고 머릿 속에서 수십명의 사람을 죽이고 난자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90%인 당신과 나.
네가지 색깔의 그들, 나름 화려했던 배우의 조합, 잘생긴 킬러들을 벗기자!
나름 네 명의 우두머리인 그, 신현준.
그를 <은행나무 침대>의 황장군으로만 보았던 내게<맨발의 기봉이>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 바로 이 <킬러들의 수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구 우습지도 않은 바바리를 입고
그러면서도 들은 것은 있어가지구잘 달리려고 운동화를 신고
나름 멋내는 법은 알아가지구 콧수염을 주구장창 고집하는 그. (그러다가 검사한테 딱걸렸지, 아마)
"i never miss you"를 해석하지 못해서 고민하다가
결국엔 "나는 결코 미스 유가 아니다"라 결론 내리고 "나는 알고 있는 미스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무식함의 극치이지만
그보다 더 무식한(실로 난감함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명의 동생들을 철저한 킬러로 만드는 것은
역시 리더쉽 짱인 신현준인 게야.
그러면서 아직 어린 친동생 원빈에게 총을 잡게 하지 않으려는 섬세한 구석도 있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성공률을 높이는 것 역시 신현준의 몫이지.
그렇다면 길눈이 어두워 마라토너가 되길 포기한 신하균은 어떨까?
항상 껌을 질겅질겅 씹고 다니는 녀석은 가장 성질이 더러워보이고 약간 잔인해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반대로 그래서인지 오히려 가장 순진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어.
그러니 사랑은 스텝을 타고 온다는 로맨틱한 경험까지 하는 거 아니겠어?
게다가 내가 보기엔 넷 중에 가장 유머가 짱이라요~
폭탄을 설치해놓고 그 타켓에게 전화해서 폭탄이 아직 안터졌냐고 태연하게 되묻고
쫓아오는 차에 달려가 왜 따라오냐고 묻는 것은 그냥 배짱이 두둑하다기 보다는
킬러가 가질 수 있는 나름의 유머라고 생각하거든.
심각해질 수 있는 미션 중에 스스로가 즐거움을 찾는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가장 킬러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정재영이 아닐까?
차 몇 대를 사이에 두고 총을 쏘아도 명중,
하물며 경찰차를 타고 경찰들 사이에 앉아있는 타겟을 쏴도 명중,
이거야 말로 킬러가 갖추어야할 최고의 능력이겠지, 안그래?
정재영은 리더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책스럽게 타겟을 사랑하는 실수를 범하지도 않으며
특별히 잔인해보이는 모습도 없고 그저 담담한 킬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리고 그만큼 말주변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한 웃음을 종종 만들어내기도 하지.
이런 세명의 킬러들에 대한 나레이션을 맡고 있는 것이, 가장 어린 원빈이야.
그들 각각에 대한 정보를 마치 일기를 쓰듯이 읊조리는 꼬맹이 원빈은
어서어서 형들을 도와 훌륭한 킬러가 되고 싶은 또하나의 <새끼킬러>인 셈이지.
그냥 사와도 될 것을 굳이 형들을 위해 음식을 하다가 맛없어서 욕이나 먹는
구박덩어리 꼬마는 어쩌면 이들을 킬러라는 집단으로 보이기 보다
특수한 직업을 가진 '가족'으로 보이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돼.
네 명의 킬러.
그리고 네 연기자가 만들어내는 각각의 색깔은 결코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어.
벌써8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빛이 나는 그들은 오, 진정 수다스러운 킬러들이니라!
장진 감독 특유의 멋이 가득한 영화 <킬러들의 수다>!
아침마다 어여쁜 앵커를 보기 위해 뉴스를 보는 킬러들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
과연 그들은 그녀의 소원을 이루어 줄 것인가?
오오, 그들의 우상을 위해 목숨을 걸다!
- 왜 오영란은 사람을 죽이고 싶을까
라는 중얼거림은 그저 중얼거림일 뿐!
사람을 죽이고 싶어하는 그녀의 마음까지 사랑한다!
잠시 광고 듣고 가시죠.
당신 폐암으로 사람 죽여봤어? 안죽여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
담배 한보루만 사주면 돼~~
그것은 오직 장진 감독표 킬러 컴퍼니에서만 가능하니
원하시는 분은 지금 당장 신청해주세요~
띠리링~ 완료 시일은 무기한이며 폐암 이외의 다른 질병도 가능합니다^^*
이 외에 죽기 전에 언제 죽을지 알고 싶으신 분~
친절하게 폭탄이 터지기 전에 전화 드립니다.
오른 손도 아니고 딱 왼 손만 없앴으면 하시는 분!
어려울 것 없습니다.
우리 장진 감독표 킬러 컴퍼니에서는 왼쪽 콩팥만도 날려드릴 수 있답니다^^*
주의 사항!
우리 킬러는 울컥하면 클라이언트를 엘리베이터에서 개패듯 패고
검찰청에 쫓아가 총질을 하는 위험인물이니 성질을 건드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죽음에 천사의 날개를 달다!
내가 이 영화를 보았을 때 딱 꽂힌 부분은 킬러들이 스스로 잡힐 것을 감수하고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 중인 햄릿을 죽일 때였어.
오페라 하우스 장면이 모방이다 아니다 뭐 이런 말이 있었나본데
나는 그런 건 잘 몰라.
그리고 내가 주의 깊게 본 것은 화려한 여러 장면들이 아니라
'죽음' 그 자체였어.
총에 맞은 햄릿은 무대 위에 쓰러지지.하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해. 연기인 줄 아는 게지.
다만 그의 죽음을 알려주는 것은 하얀 옷을 입고 누운 그의 등 뒤에서 서서히 퍼져나가는 붉은 피.
나의 억측이라고 해도 좋아.
그 붉은 피는 마치 나비의 날개같은 모양으로 퍼져나갔어.
죽어버린 하얀 시체에 붉은 색 날개가 달리는 거야.
한 여자의 가슴에 자신을 죽이고 싶게 만들만큼 깊은 증오를 심어줬던 햄릿은
킬러의 손에 의해 죽으면서 드디어 날개를 달게 되는 거지.
어쩌면 그 죽음이 그에게는 그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면죄부였던 건 아닐까.
나는 그 장면에서 죽음에 날개가 달리는 것을 본 것만 같아.
그래서 참으로 가슴에 남았어.
장진이라는 감독의 영화를 또 보고싶게 만들었던 영화, <킬러들의 수다>
이봐, 쉿!
킬러란 자고로 조용해야 하는 거라고!!!
클릭해 주세욤! 예고편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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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감독을 말하다 1 : 수다스러운 킬러를 아는가 < 킬러들의 수다>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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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22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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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정보감사해요
헉 ~뜨
잘봤어여
ㅎㅎㅎ ㄳ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