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 조성제 (2023. 4.)
우리가 즐거움을 나타낼 때 웃음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웃음을 웃는 당사자當事者는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다. 이것은 뇌에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우리는 다만 웃기 때문에 즐거울 수도 있다. 누구나 웃음 지을 일이 있을 때는 서슴없이 웃어야 하고, 그래야 건강해지고 얼굴의 혈색도 밝아 보인다. 순수한 웃음은 누구나 듣기 좋은 법이다. 그것은 순수한 웃음소리를 듣는 사람이 순수純粹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웃는 웃음이 순수한 상태이므로, 상대의 웃음도 순수한 상태에서 같은 동질감을 느껴서 순수한 웃음에 기꺼이 동조同調한다.
순수한 웃음을 웃기란 쉽지 않다. 웃음의 최초 유발자가 웃는 일이 있어 웃는데 듣는 상대방이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웃는 당사자의 상태가 그러하지 못하거나 혹은 자기와 입장이 반대의 경우이거나, 아니면 웃음은 그렇지 않았는데 듣는 사람의 마음의 상태가 조금 다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가 있는 웃음은 상대가 들었을 때 같이 공감共感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이질감을 느낄 때이다. 어떻든 웃음은 늘 자신은 즐겁지만 듣는 상대방은 이것이 그저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웃음이 나올 때는 상대가 자신의 상태에 견주어 보아 조금 모자라거나, 아니면 어떤 비교 대상과 차이가 나거나, 자기 일과 견주어 보아 다를 때 등 다양하게 웃음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남이 웃을 때도 즐거워서 그냥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이것은 자신이 웃을 마음의 상태가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었다는 증거證據이다. 이때는 안전하게 마음 놓고 웃어도 괜찮다. 조금은 안전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느끼기에 비교적 안전한 웃음은 작은 소리로 웃는 것이다. 그래도 충분히 웃을 수는 있다. 이 웃음은 그다지 어려움을 느끼지 않으면서 소통이 가능한 장점을 갖고 있다. 웃을 줄 모르는 사람은 웃음의 마력魔力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 마력이란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누구에 대한 조롱거리가 생겨서 웃음이 좀처럼 끝나지 않을 때 가만히 들어 보다가 생기기도 하고, 또한 이는 전염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비슷한 웃음의 구조를 따라 해보거나 아니면 좀처럼 끝나지 않는 어떤 웃음을 자주 웃다 보면, 이런 중독 현상은 조금씩 다가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웃음을 조정調整하는 능력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상황을 판단하여 계속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좋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면 자칫 오해와 실수로 이어져 나중에 마음이 불안정한 상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떨 때는 순간적인 웃음을 잘 참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아무도 의식意識하지 못한 상태에서 웃었으니 후회를 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할 것인가를 판단한다. 웃고 나서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어떤 오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 때는 웃음의 횟수를 줄이거나 소리를 줄이려고 애쓴다. 참으로 힘든 것이 이것이다.
웃음도 웃고 싶은 양의 반만큼 웃어야 잘 웃는 웃음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지나쳐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傳染이 되면 자칫 우리 사회의 기강이 무너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좋은 것은 조금 억제하는 심리상태는 가히 칭찬해도 무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좀처럼 웃지 않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잘 웃질 않는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이성적 판단만을 중요하고 가치 있게 여기므로, 웃는 사람을 믿지 않고 그냥 무시無視하거나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의 화려하거나 호탕한 웃음을 어떤 때는 우리 사회에서 그다지 크게 인정해 주지는 않는 관습慣習이 있다. 이것은 과거의 전통이나 습관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남자의 웃음은 여자의 웃음과 비교되어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남자 들이 점잖고 격식 있는 웃음을 웃질 않는다. 또한 이것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언제나 쉽게 허락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을 인정하는 방향의 문화로 바꾸거나 아니면 용서容恕나 아량雅量의 과제가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좀처럼 웃지 않는 사람이 웃음을 한 번 웃으면, 그때의 웃음은 값어치가 있어 보이고 세상이 밝고 넓어져 보인다. 우리의 일상사에 시원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웃음이 통하지 않는 사회는 무언가 문제가 있는 사회라고 아니할 수 없다. 웃는 감정이 모자라거나 일상화된 무언無言의 생활 때문에 활짝 웃어야 할 웃음이 나오지 않은 것뿐이다.
가치 있고 좋은 웃음이 있는 곳에 인생의 의미와 깊이가 있고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잔잔하게 뛴다. 진정으로 웃기 위해서는 웃음보다 서로 믿고 믿어주는 분위기雰圍氣가 더 중요하다. 믿는 분위기에 웃음은 자연히 있기 마련이다.
첫댓글 생활 속에 웃음, 참 중요하지요.
잘 읽었습니다.^^
웃어야지요. 웃음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조성제 선생님, 신인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