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정영목 옮김/이레 2010년판
보기(see)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 (이 책, <여행을 위한 장소에 대하여>장에서 인용)
여행은 삶의 또 하나의 확장이다. 역사적으로 인류가 걸어온 길을 들여다보면 크게 유목민과 정주민으로 나눈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유목민에서 출발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던 인류는 어느 순간 밀이나 벼 등이 지정된 지역에서 풍부하게 자라나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 후부터 식량 사정이 해결되면서 정주를 고려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류의 내면에는 오랜 유목민의 피가 잠재적으로 자리잡았을 것으로 여겨지며, 오늘날까지 그 오랜 관습의 하나로 여행이라는 행위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어떨까. 물론 이후 수많은 민족의 정주문화 형태가 자리잡았음에도 지구상에는 여전히 일부 유목민족의 생활형태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여행 그 자체에 내재된 인류 생활의 근간의 하나로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오늘날 변화된 삶의 형태에서 그 여행이라는 어쩌면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행위 속에 다른 어떤 특별한 의미가 내포되어야 한다는 시각을 펼치고 있다.
-왜 여행을 하는가
-여행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여행의 궁극적인 행위 안에는 어떤 특별한 요소가 가미되어야 하며, 그러할 때 여행은 보다 풍부해지고, 우리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만드는가
등에 대한 철학적이고도 심미적인 사고를 해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좀 더 특이한 면을 이 책에서 찾아본다면 여행에 관한 작가 본인의 깊은 사유와 더불어 이전의 유명한 작가(아니면 작가의 문학작품)나 화가를 등장시켜 자신이 직접 관련 여행지를 돌아봄으로서 서로 비교하는 기회를 만듦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여행에 관해 풍부한 간접적 체험과 더불어 여행이 제공하는 깊은 감성의 세계로 젖어들게 한다.
여행의 출발인 동기(기대와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여행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주변의 풍경(시골과 도시, 풍경이 주는 숭고함)과 에술적인 감상(눈을 열어주는 미술, 아름다움의 소유)을 거쳐 귀환에 이르러서는 일상과 여행 사이의 간극에 내재된 인간들의 무딘 시각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것으로 여행의 참된 의미와 제대로 된 의식을 일깨움으로서 말 그대로 ‘여행의 기술’을 제공한다.
-나는 보는 것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그림을 배우기 위하여 자연을 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치겠습니다.
(존 러스킨, 이 책,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장에서 인용)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가 보게 되는 많은 아름다움-여러 다양한 자연의 외관이 주는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인간의 문화 유적지와 예술 작품 등-에 대해 반응하는 여행자들에 대한 심미안을 깊고 넗히려는 작가의 의도하에 19세기 영국의 유명한 미술 평론가이자 사상가인 존 러스킨(1819~1900)을 책 속으로 초대해서 인용한 문장이다.
여행은 삶의 많은 다양한 형태 중 하나라는 의견에 동의한다면 여행 또한 삶을 사랑하여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토대 위에서 간직해야 할 덕목으로 여행에서 보는 다양한 삶과 자연을 사랑하는 방법으로서 시각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새겨들을 필요가 있겠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그의 철학적인 시각으로 많은 다양한 책을 저술했는데, ‘남녀간의 연애’를 철학적인 시각으로 풀어낸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특이한 작품으로 오래전에 만난 인연으로 그를 늘 주목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을 발견해 정독함으로써 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