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국행을 결심했을 때에는, 당연히 그 때가 마지막이 되리라 여겼었다.
궁금함을 못 참는 성격 탓이지, 그땐 정말 스윙만으로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왕 간 것, 후회는 남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자고 마음 먹었기에,
짧은 시간 안에 우선 궁금한 것들을 하나씩 해결하기로 했다.
내가 한일은 우선 잘 나가는 선생님들의 학원을 찾아가서, 개인레슨을 신청하고,
그룹레슨들을 종류별로 듣는 것이었는데, 그룹레슨은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가서 도착한 첫 일주일은 우선 개인 레슨을 받으러 돌아다녔다.
새로 만나는 선생님들께 내가 제일 먼저 물었던 것은, "제 베이직이 맞는지 봐주세요" 였다.
그만큼 스스로가 제대로 하고있는지 너무 궁금했던 것이다.
"어떤 것이 올바른 베이직 인가?" 하는 의문은 처음 춤을 추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물며 제대로 봐주는 선생님이 없고, 시청각 자료에만 의존해야한다면
내가 맞는지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스윙 강습 비디오에 나오는
모든 선생님들의 베이직은 어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참 우문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만 해도 나는 베이직 강습 비디오들마다
조금씩 다른 선생님들의 위치나 스텝이나 모양들에 어떤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것이
너무나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항상 맞다, 틀리다 하는 흑백논리식의 교육론에 익숙한 내게 그런 사소한 차이들은
이미 머릿속에서 마치 경주마가 달리듯 하나의 결론을 내야만 한다고 싸우고 있었고,
나는 그래서 되도록 많은 선생님들에게 물어 보자고 마음 먹었다.
내가 만난 선생님들은 전부 굉장히 달라 보였고, 실제로도 분명히 그랬다.
그러나 모든 선생님이 지적한 나의 "베이직"은 자신들과 분명히 위치나 폼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양에 대해서는 그다지 지적 사항이 나오지 않았다. 그것이 내 스타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각기 스타일은 다르지만 공통된 것들이 존재하고, 노래에 따라 그에 맞게 각기 베이직 들이
다시 조금씩 달라진다! 라는 선생님들의 레슨을 통한 깨달음은 그 당시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 얼마나 유연한 발상이란 말인가!
항상 하나의 정답에만 익숙한 내게 이 결론은 공통점들을 추려 내고,
왜 그런 것인가를 이해하기까지 꽤 긴 시간을 요구했으나, 결국 직접 몸으로 다 해보고 나서야
나는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각기 다른 선생님들의 그 베이직은 그 형태에서는 그렇게 해야 편리하다는
각자 가장 근본적이고 타당한 이유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건 오늘날의 내게 상황 대처 능력을 키우게 해준 가장 큰 공신이 되기도 한다..하.하.)
가만히 생각해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각자 걷는 모양이 다르다. 그렇지만 전부 같은 관절을 사용하고 있으며,
뛰어야 할 때는 뛰고, 걸어야 할 때는 걷는다.
"린디합"의 "베이직"도 마찬가지다. 전부 모양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요소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것이 있어야 제대로 움직일 수있다.
마치 바른 관절을 사용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그것이 노래에 따라서는 편리한 모양으로 변형이 될수있어야 한다.
그러니 어떤 것을 어떻게 움직여야 편한지를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베이직은 불변의 진리다, 하나다"..라는 생각에서,
"베이직은 어떤 상황에도 대처하기 편리한 형태이다"..라는 생각으로의 전환을 가져온
이 사건은 내게는 혁명이나 다름 없었다.
우리 나라 사람을 "우직하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바꿔 말하면 자신의 것에 충실하고, 유연함이 부족하다는 뜻도 될수있다.
그래서인지 하나를 가르치면 하나를 잘하지만, 전체를 보기보다는 춤에서도 스텝 하나만,
혹은 그 스텝은 그 박자에만, 나와 다른 것을 하면 우선은 내가 하는 것이 맞다
(상대가 나보다 아주 월등한 댄서가 아니라면)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탓이라고 한다면 그것도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스윙은 이런 사고를 깨고 다른 사람의 다양성을 다시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에도 수업을 하다보면 상황에 따라 자신이 배운 것과 다른 설명들에 당황하거나,
스텝 하나하나에만 연연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혹은 서로간의 배운 것이 다른 것으로 인해 파트너와 감정이 상할 때까지 언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은 씩씩 숨을 몰아쉬며 판결을 요구하러 오는 분들을 보면,
나는 과거의 내가 생각나 혼자 속으로 빙그레 웃곤 한다.
그리고는 왜 서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듣고, 그건 어떤 상황에 더 편리한 이야기인지를 이야기 해주고
나면 마침내 납득을 하지만, 끝내 상대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개인의 취향은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런 결론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다.
"틀린 것은 없다. 나와 다르거나 싫은 것이 존재하며,
그 상황에 대처하기에 불편한 것과 편리한 것이 존재한다."
스윙을 배우다 보면 당신은 당신의 성향이나, 혹은 파트너의 성향이, 득도를 향한 구도자인지,
상호 협조적인 사회적 동물인지, 타협을 모르는 독불장군인지를 배우게 된다. 하.하.하. (계속)
글쓴이: 허쉬베이비(이지선)
출처: http://joinstudy.joins.com/joinstudy.asp?no=1114
첫댓글 실례가 안된다면 좀 퍼가겠습니다~~
저도 퍼온 글인데요. ^^;
근데.. 출처를 남겨도 퍼오면 퍼온다고 말해야 저작권법에 안걸린데욤.. ㅡㅡ;; 요즘 살기 힘들어요..
다른 글들도 재밌네요~~ 퍼다주셔서 감사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