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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00대 명산의 산방 원문보기 글쓴이: 사계
홍천 금학산(金鶴山;654.6) 산행기 강원도 지역에 같은 이름의 금학산(金鶴山)이 두 곳에 있다. 하나는 강원도 철원읍의 서쪽에 우뚝 솟아 있는 철원의 진산인 금학산이고, 다른 하나가 여기 소개하고자 하는 강원도 홍천군의 서북방,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홍천군 북방면과 남면의 경계, 홍천강가에 위치해 있는 금학산이다. 그런데 이 금학산은 홍천에서도 오지로 알려진 곳에 숨겨져 있다시피 하여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아 찾는 사람이 적어서 산이 자연의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최근 들어 산 아래까지 포장도로가 개설되어 조금씩 알려지고 있으나 여전히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는 불편하므로 승용차로 접근해야 한다.
수택극을 그린 홍천강
뒤늦게 알려진 산이지마는 홍천강이 금학산 자락을 감싸고 흘러서 풍치가 좋으며, 산 아래에 고즈넉한 마을인 노일리가 있어서 강과 마을 그리고 산이 조화롭게 어울려진 분위기가 감미로운 곳이다. 그런 곳에 위치한 해발 654.6m의 야트막한 금학산은 그야말로 아담하다는 말이 썩 잘 어울리고, 자그만하면서 때 묻지 않은 순박한 시골 아가씨를 연상시키는 그런 산이다. 금학산의 모산은 춘천의 대룡산(899m)에서 남쪽으로 5km 정도 떨어져 춘천시와 홍천군의 경계에 위치한 연엽산(850m)이다. 그런데 대룡산이 한강기맥의 가지에 속하고, 그 맥이 연엽산까지 이어져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금학산도 한강기맥의 가지에 그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대룡산에서 연엽산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남쪽 5호선 국도 상의 모래재(340m)를 지나 홍천강에 가라앉기 직전에 들어 올려놓은 산이 금학산이다. 옛 이름은 산정의 벼락바위에서 유래되어 ‘버럭산’이라 했다고 한다.
그러데 금학산을 이야기 하려면 노일리(魯日里)와 나노일리(南魯日里)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노일리는 홍천군 북방면에 속하며, 남노일과 구분할 때에는 북노일이라 한다. 그러나 통상 ‘노일’이라하면 북노일을 의미한다. 이에 비하여 남노일리는 홍천군 남면에 속해 있다. 이처럼 이름이 비슷하고 가까이 이웃해 있는 마을이기는 하나 접근 도로는 완전히 다르다. 노일리(북노일리)는 홍천읍에서 북쪽으로 가서 들어가야 하고, 남노일은 문자 그대로 홍천읍에서 남쪽으로 가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금학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여러 곳이 있으나 가장 보편적인 등산로는 노일리(북노일) 쪽이다. 북노일 들머리 접근하는 도로 역시 여러 곳이 있어서 접근로를 찾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으나 가장 보편적인 접근로는 춘천에서 5번 국도로 남하하다가 국립정신병원이 있는 모래재에서 우회전하여 일단 어유포리로 가서 거기서 승용차로 5분 정도 동진하면서 구만리고개를 넘어가면 삼거리를 만난다. 거기서 노일로 가는 오른편(남쪽)으로 갈라지는 길로 진행하여 3km 정도 들어가면 홍천강을 만난다. 그리고 홍천에서 5번 국도로 북상할 경우, 홍천읍에서 8km 정도 북상하여 춘천시와 홍천군의 경계 직전 왼편으로 갈라지는 지방도로 들어서서 6km 정도 서진하면서 원소리 고개를 넘어가면 구만리 고개 아래에서 삼거리를 만난다. 거기에서 왼편(남쪽)으로 노일로 가는 길로 들어서서 3km 정도 들어가면 갑자기 앞이 확 트이면서 홍천강을 만난다. 홍천강은 한강기맥 상의 소뿔산(1,223m) 자락에서 발원한 장남천과 흥정산(1,277m) 자락에서 발원한 내촌천이 철정 검문소 부근에서 만나 화양강이 되었다가 공작산((887m) 자락에서 발원한 덕치천과 만나 홍천강이라 이름을 바꾸면서 수량이 부쩍 늘어난다.
홍천강
그리고 홍천읍을 감싸고 돌아간 강물이 서쪽을 향해 흘러내려 금학산 자락에 이르러서는 수태극을 그리고, 이어서 팔봉산(327m)을 휘돌아 내려가서 청평댐에서 북한강과 합류한다. 그리하여 그 길이가 장장 100여km에 달한다. 노일로 가는 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이 홍천강을 거슬러 다니는 나룻배였다. 그리고 옛날 홍천강 상류의 뗏목들이 청평을 거쳐 한양으로 내려가던 시절에 뗏목꾼들이 쉬었다 가는 곳이 바로 노일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노일 쪽으로 찻길이 뚫린 것이 20여 년 전 일이다. 이렇게 해서 교통이 편리해지긴 했으나 그로 인하여 문명의 찌꺼기들이 이 무공해 지역을 헤집어 놓아서 오래 지켜온 순수성이 사그라지고 있어서 안타깝다.
그건 그렇고 홍천강변을 만나면 길이 다시 갈라진다. 오른편(서쪽) 길은 팔봉산 유원지로 가는 길이고, 금학산은 왼편 작은 다리(노일교)를 건너 홍천강 수변도로를 따라 남진해야 하는데, 노일교 부근엔 펜션이나 음식점을 알리는 안내 팻말이 잔뜩 붙어 있다. 거기에 ‘노일분교장 4km’란 팻말도 보인다. 그 노일분교장이 금학산 들머리의 중요한 길잡이가 되는 곳이다. 노일리 노일분교장은 학생 10여명에 선생님 두 분이 계신 초미니 학교이다. 금학산 들머리가 바로 노일분교장 뒤쪽에 있다.
노일교에서 수변도로를 따라 3km 정도 남쪽으로 가면 왼편에 민가가 몇 집 있는 곳이 북노일 샛말이다. 그 샛말 길가에 금학산 산행안내판이 서 있다. 그 산행안내판 바로 앞의 길을 따라 왼편(동쪽)으로 들어가서 등대골로 올라가면 금학산까지 2.4km이다. 그러나 이 등대골 길은 중간에 등산로가 희미해지는 곳도 있고, 전망도 신통치 않아서 일반적인 등산로는 아니다.
그러므로 거기서 수변도로를 따라 0.8km 정도 더 전진하면 길가에 노일휴게소라는 간판을 비롯하여 여러 개의 간판과 노일분교장 입구임을 알리는 팻말이 있는 곳에 다다른다. 거기서 시멘트포장의 마을길로 들어가면 노인회관과 노일교회가 있다. 차를 가져갔다면 노인회관 앞 공터에 주차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150m 정도 안으로 들어가면 노일분교장 뒤편 길가에 등산로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고, 거기에 ‘금학산 2.2km’라 적혀 있다. 거기가 산행기점이다. 거기서 동북쪽 산자락을 양하여 인삼밭 가운데 오솔길로 들어가면 한옥으로 된 ‘경주 김씨 제사각(慶州金氏祭祀閣)’이 있고, 오른편 언덕에는 경주 김씨 무덤이 여럿 있다. 등산로는 그 제사각과 무덤 사이로 이어진다. 금학산의 여러 능선 가운데 서남쪽으로 뻗은 ‘뒷재등’이라는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대표적인 등산로이다.
김씨 제사각
때문에 금학산은 이 길로 올라가서 ‘괸돌 잔등 길’이나 ‘등대골 길’로 하산하여 원점회귀 산행을 하는 것이 정석이다. 무덤 왼편으로 내려서서 김씨 제사각 뒤편의 움푹한 골짜기로 들어서면 낙엽에 덮인 편안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전형적인 육산인데다가 사람의 접근이 많지 않아서 생생한 산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인공시설물이 전혀 없는 곳이어서 마음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그리하여 골짝을 따라 7~8분 올라가면 능선에 올라서고, 이후엔 한결 부드러운 완만한 길이어서 발에 닿는 촉감이 좋다. 이어서 능선 길을 5분, 산행기점에서 15분 정도 올라가면 길 가운데 해주 최씨(海州崔氏) 묘비가 있는 곳을 지나고, 다시 6~7분 올라가면 허술한 무덤들이 있으며, 산행기점에서 50여분 올라가면 주봉의 턱밑에 다다른다.
거기서부터 경사가 가팔라지면서 길 왼편에 ‘복기바위 폭포’를 알리는 조그만 팻말이 보인다. 왼쪽으로 50m 정도 들어가면 폭포가 있다는 팻말이다. 높이가 10여m 되는 폭포로서 팻말에는 폭포에 기원을 하면 득남을 할 수 있고, 105세까지 장수를 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가뭄을 잘 타는 산이어서 여름 장마철이 아니면 폭포 자체를 볼 수가 없다. 거기서 가풀막을 20여분 올라가면 암릉지대를 지나고, 다시 25분 정도 더 올라가면 정상부의 주능선에 올라선다. 거기 이정표에 ‘(오른편을 가리키며)정상 0.1km’라 적혀 있고, 왼편을 가리키며 가마바위 혹은 고인돌을 지나 ‘북노일강변 21.km, 북노일나루터 2.1km’라 적혀 있다.
그리하여 오른편으로 100여m, 1~2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노일분교장 뒤편에서 1시간 30~40분 정도 걸린다. 산마루는 두 개의 바위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쪽에 정상 표지석과 삼각점(11 복구, 1976 건설부)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한쪽 봉우리의 이정표에는 ‘남노일 3.1km, 역전평 5.1km, 굴지 장항리 5.9km, 북노일 2.2km’라 적혀 있다.
금학산 정상은 시야가 활짝 열려 있어서 전망이 시원하다. 북쪽으로 춘천의 대룡산이 선명하게 보이고, 그 오른편엔 연엽산이 보인다. 북서쪽으로는 구만리 일부와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 일대의 들판이 내려다보이고, 동북쪽으로는 홍천의 가리산(1.050.7m) 정상의 바위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동쪽으로는 역전평리 마을과 중앙고속도로 일부가 보이는 끝에 홍천읍 시가지 일부가 보이고, 그 위로 공작산(887m)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남쪽 바로 아래엔 홍천강 줄기가 굽이굽이 똬리를 틀어 수태극(水太極)을 그리는 경이로운 풍치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위로 홍천군 남면 양덕원리 시가지와 그 너머 매화산(752m)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대명스키장과 팔봉산, 종자산(581m) 등이 보이는데, 더 멀리는 경기도의 봉미산(856m), 장락산(627m) 등이 보이는가 하면, 화악산(1,468m)과 명지산(1,267m) 등이 아련하다. 정상에 서서 옛날 뗏목이 내려가던 그 시절, 때 묻지 않고 순수했던 이 고장에 서려 있었을 분위기를 졸시 「금학산」에 담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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