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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순애 시집 {붉은 광장이 소란하다} 출간 현순애 시인은 충북 음성에서 출생했고, 2022 계간 {애지}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제3회 이상설 추모 전국시낭송대회 대상을 수상(2018)했고, 계룡문학상을 수상(2019)했으며, 현재 계룡문인협회, 애지문학회, 향적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순애 시인의 첫 시집, {붉은 광장이 소란하다}는 자연과 시간이 빚어내는 심미적 가치를 발굴하는 심미안도 예사롭지 않지만, 발효와 삭힘의 미학적 효과라든가 시간이 빚어내는 구상적이고 추상적인 예술적 효과로서의 무늬를 그려내는 상상력도 범상치 않다. 무엇보다 과장과 허세가 없는 시적 전개와 균형감각, 그리고 정갈하고 단정한 시적 형상화가 시인의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하게 한다. 붉은 광장이 소란하다/ 서리꽃 피어도 머리끈 질끈 동여매고/ 세파에 맞서는 저 푸른 배추/ 여민 옷깃 야무지다/ 무더기로 연행되어 생살 파고드는 짠물 고문에/ 의식은 마디마디 풀려 너덜너덜하지만/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그전부터 내려온 내력이다/ 각지에서 올라온 성깔 맵고 짠 것들/ 비록 양념이지만 힘 보태야 한다며 술렁인다/ 한목소리 내겠다며, 한통속 되겠다며/ 핏줄 붉게 돋은 고춧가루/ 최루가스에도 눈물 참고 견뎌온 대파 양파/ 무며, 당근이며, 갓이며/ 핍박 심할수록 더욱 뭉쳐지는 단단한 결속/ 모엽의 포로 되어 깊은 독에 갇히어도/ 옹기종기 기대앉아 서로를 다독인다/ 저들로 차려질 연대의 밥상/ 세상 눈물 나게 깊은 맛 나겠다. ---[김장] 전문 현순애 시인의 [김장]은 ‘김장의 사회학’이며, “서리꽃 피어도 머리끈 질끈 동여매고/ 세파에 맞서는 저 푸른 배추”처럼, 백절불굴의 승전가라고 할 수가 있다. “서리꽃 피어도 머리끈 질끈 동여매고/ 세파에 맞서는 저 푸른 배추”는 상승장군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왜냐하면 “무더기로 연행되어 생살 파고드는 짠물 고문에”도 두 눈 하나 끄떡하지 않고 “어머니의 어머니/ 그전부터 내려온” 역사와 전통을 온몸으로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푸른 배추의 살신성인의 진두지휘 아래 “각지에서 올라온 성깔 맵고 짠 것들”, 즉, 고춧가루, 대파, 양파, 당근, 갓 등이 “비록 양념이지만” “한 목소리 내겠다며, 한통속 되겠다며”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영양가가 풍부한 김치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핏줄 붉게 돋은 고춧가루는 고급장교와도 같고, 최루가스에도 눈물 참고 견뎌온 대파, 양파 등은 백절불굴의 하사관과도 같고, 이밖에도 무며, 당근이며, 갓 등은 결코 자기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최정예 부대원과도 같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이며, “핍박 심할수록 더욱더 뭉쳐지는 단단한 결속력”을 자랑한다. 대동단결은 백전백승의 필승전략이며, 이들의 전투정신과 연대의식에 의해 “세상 눈물 나게 깊은 맛”을 내는 “연대의 밥상”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의 무한한 에너지의 보고인 김장 김치, 대동단결의 상징이자 역사와 전통의 상징인 김장 김치, 우리 한국인들은 이 김장 김치처럼 하나가 되고, 이 연대의식에 의해서 대한민국의 오천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올 수가 있었던 것이다. 바람 넘나드는 문간방 처마/ 그늘에 매달려 아픔 말리고 있다// 허공에 상처부벼/ 껍질 만드는 일이다// 흔들어대는 바람도/ 손 놓아버린 감나무 가지도 야속해/ 저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을 때/ 괜찮다, 괜찮다/ 제격인 찬 바람과/ 생각의 모서리에서 만난 햇살이 다독였다// 배고픈 새도 염탐하는 곶감/ 벌써 일주일/ 눈물 빠져 자신을 추스르고 있다// 서리 내린 듯 하얀 분 피워올리며/ 뭉친 근육 주무르듯/ 상처난 속내 주무르고 있다 ---[곶감을 꿈꾸다] 전문 현순애 시인의 [곶감을 꿈꾸다]는 ‘출발- 모험- 싸움(시련)- 탄생’이라는 영웅신화에 기초한 서정시라고 할 수가 있다. “바람 넘나드는 문간방 처마/ 그늘에 매달려/ 아픔 말리고 있다”와 “허공에 상처 부벼/ 껍질 만드는 일이다”라는 시구는 고통의 지옥훈련과정을 끝낸 전사와도 같고, “흔들어댄 바람도 손 놓아버린 감나무 가지도 야속해/ 저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을 때/ “괜찮다, 괜찮다”/ 제격인 찬 바람과 생각의 모서리에서 만난 햇살이/ 다독였다”라는 시구는 그 고통의 지옥훈련과정 끝에 스승과 부모형제와 그의 이웃들을 원망하면서도, 그들의 무한한 애정과 성원에 보답하고자 하는 자기 수양의 과정을 뜻한다고 할 수가 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고,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가 깃든다. 곶감은 과일이고 상징이며, 기호이다. 곶감은 시인이고, 영웅이고, 영토이다. 곶감이 기호인 한 상징이 될 수도 있고, 우리는 이 상징을 통해 수많은 사상과 이론들을 창출해낼 수도 있다. 고귀하고 거룩한 말이 담겨 있고, 크고 위대한 뜻이 담겨 있다. 아름다움과 훌륭함의 뜻이 담겨 있고, 순수하고 순결한 뜻이 담겨 있다. 맛이 좋고 영양가가 풍부한 뜻이 담겨 있고, 모든 좋음과 행복한 뜻이 담겨 있다. 시는 사상의 꽃이고, 사상은 시의 열매(곶감)이다. 시와 사상, 영혼과 육체가 하나일 때, 이 ‘곶감의 철학’ 속에 모든 새들이 군침을 흘리고, “서리 내린 분”이 하얗게 피어나며, 새로운 지상낙원이 열리게 된다. 현순애 시인의 [곶감을 꿈꾸다]의 주인공은 우리 한국어와 우리 한국인들의 영광 속에 전인류의 스승으로 그 날개를 얻게 될 것이다. 현순애 시인의 시론은 ‘구멍’인데, 왜냐하면 “구멍은 생의 출발점”이자 “생의 종착점”이기 때문이다. 이 구멍 속에서 “엄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쑥과 마늘을 먹고” 단군 조선인이 되었고, “따뜻하고 아늑한 동쪽 끝 고요 속에서/ 여자를 완성하고/ 한줄기 폭포수로 쏟아질 때/ 스스로 펼쳐진 낙하산처럼/ 우주의 기와 접선했”던 것이다. 환웅과 웅녀,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어 단군을 낳은 웅녀, 맨 처음의 아침의 나라, 그 동방의 나라에서 단군 조선을 건국하게 한 우리들의 영원한 엄마인 웅녀--. 이 우리들의 영원한 엄마 역시도 구멍 속에서 태어났다가 구멍 속의 삶을 살며, 구멍 속으로 돌아갔다가, 또다시 구멍 속에서 태어났던 것이다. “작은 빛에도 반응했을 눈구멍/ 농밀한 밤꽃에도 벌렁거렸을 콧구멍/ 첫 새벽 목울대 세우던 목구멍/ 소리에 촉각 세워 귀 기울였을 귓구멍/ 또, 은밀한 그 구멍까지/ 엄마를 쏙 빼닮은 여자”---. 하지만, 그러나 “오십 고개 넘어 찾아온 폐경”을 맞이하면 고립의 구멍과 관절에서 바람이 불고, 목젖이 무너져 의식까지 꺼진 밤을 맞이하게 된다. “입 벌린 채 드르렁드르렁 집 한 채 흔들고/ 스스로 흔들다 구멍들 헐거워져/ 집 무너져 내릴 때면/ 다시 왔던 길 되짚어 돌아갈 터----,” 요컨대 구멍은 삶의 출발점이자 삶의 종착점이었던 것이다. 구멍은 존재의 기원이며 토대이고, 구멍은 할아버지이자 아버지이며, 그 손자이다. 구멍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이고, 아침의 나라이자 동방의 나라이다. 구멍은 삶의 숨구멍이고 똥구멍이며, 구멍은 일터이자 둥근 우주이다. 우리는 모두가 다같이 구멍 속에서 태어나 구멍 속으로 돌아가지만, 그러나 이 구멍은 시작도 끝도 없고 둥근 원형으로 되어 있다. 둥근 것은 무한하고, 무한한 것은 영원하고, 영원한 것은 구멍이며, 이 ‘구멍 속의 시학’이 현순애 씨의 시적 철학(주제)인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단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자기 자신의 길만을 간다는 것이며, 그 티없이 맑고 깨끗한 순수예술가의 정신으로 영원한 이상낙원을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영원한 이상낙원인 ‘이어도’를 찾을 수만 있다면 가난과 고통으로 등이 휘어져 버려도 좋고, 셔터를 누를 힘은 물론, 그의 젊음과 열정마저도 순식간에 냉각시켜버린 루게릭 병도 좋은 것이다. 이어도를 본 사람은 없지만, 이어도를 본 사람은 이내 그 목숨을 빼앗기고 만다. 영원히 불가능한 풍랑과 맞섰던 풍경 사냥꾼, 그러나 그 신성모독적인 열정으로 남기고 간 [갤러리 두모악], 이 [갤러리 두모악]에는 좀처럼 맛볼 수 없었던 평화와 고요가 자라나고, 그의 영혼과 순수예술의 정신이 영원불멸의 삶을 산다. 현순애 시인의 [갤러리 두모악]은 한 사진작가의 예술정신을 이해하고, 그 사랑의 힘으로 창출해낸 언어의 신전이라고 할 수가 있다. 순수예술이란 이처럼 자기 자신과 타인들을 높이높이 끌어올리는 정신이며, 그 모든 구성원들을 고급문화인으로 인도하는 전인류의 스승의 길이기도 한 것이다. 순수예술가는 사랑의 대상까지도 창조하고, 그의 붉디 붉은 피(언어)로 이상낙원의 신전을 짓는다. 하지만, 그러나, 화진포는 호수와 바다가 만나 통정하는 곳이며, “연어와 숭어떼가 서로 희롱하고”, “동해가” “산줄기와 은밀히 내통하다가/ 바람도 물결도 잠이 들면/ 전설에 잠긴 마을을 잠깐 보여”주는 곳이라고 할 수가 있다. “고운 모래사장 모래톱으로/ 부지런히 먼 이야기 퍼 나르는/ 파도가 부려놓고 간 물기 스민 첩첩산중에 묻혀/ 한 사나흘 살아보자/ 일렁이는 물결에 서리서리 얽힌 세상살이/ 실마리도 풀어보고/ 생각 많은 머릿속은 솔바람에 헹궈도 보자”라는 시구가 그것을 말해주고, “하늘과 바다가 절정이 되는/ 저 농밀한 세상에서/ 절묘하게 선경이 되는 화진포 해안가/ 모래 밟는 소리에 홀려/ 고니처럼 한 계절 살다 보면/ 살맛 다시 찾을 수 있을까”라는 시구가 그것을 말해준다. 화진포는 옛이야기의 전설의 마을이고, 하늘과 바다가 절정이 되는 선경의 마을이며, 그 모든 꿈과 희망이 다 이루어지는 살맛 나는 마을이다. 현순애 시인의 [철새 도래지, 화진포]는 살맛나는 마을이고 유토피아이며, 내가 ‘나’로서 나의 행복을 연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된다. 집 나갔던 강생이/ 지난 계절 어디서 쏘다니다 왔는지/ 묻지 않기로 하자// 한때 광야에서/ 드넓은 초원에서/ 갈기 휘날리던 수컷이다// 명지바람 꽁지/ 붓끝에 묶어/ 탱탱이 부푼 젖멍울 건들건들 희롱하는,// 허공에 대고 속살 여는/태어난 것들의 아비다// 봄물결 출렁이는/ 목덜미 붉은 어린 사월이 초상/ 수채화로 완성하고/ 홀연히 떠나가는 화공이다// 싱싱하게 물오르는 오월이년 엉덩짝 그리며/ 지느러미에 근육 만들고 있다는/ 풍문,/ 뜨겁다 --[봄바람] 전문 봄바람은 천의 얼굴을 지녔고, 봄바람은 모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준다. 현순애 시인의 [봄바람]은 소문난 맛집, ‘풍문’의 주인공이자 천하제일의 바람둥이이며, 정글의 법칙이든, 자연의 법칙이든지간에, ‘성의 향연’을 주재할 권리를 가진다. 집 나갔던 강생이를 드넓은 초원에서 갈기 휘날리던 수컷으로 변모시키는 힘도 탁월하고, 명지바람 꽁지 묶어 숫처녀들 탱탱이 부푼 젖멍울을 희롱하는 솜씨도 탁월하다. 목덜미 붉은 어린 사월이를 수채화로 완성하는 솜씨도 탁월하고, “싱싱하게 물오르는 오월이년 엉덩짝 그리며 지느러미 근육을” 만들어주는 솜씨도 탁월하다. 시인의 언어는 만사형통의 언어이며, 이 언어로 하지 못할 일은 하나도 없다. 언어로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고, 언어로 음악을 만들고, 언어로 모든 사람들과 사물들을 그린다. 언어로 보이지 않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고, 언어로 사랑과 평화와 행복을 주재한다. 언어로 그 옛날 사람들과 현재의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언어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며, 더욱더 넓고 풍요로운 새로운 우주를 창출해낸다. 현순애 시인은 무정형의 [봄바람]을 인간화시키고, 그 봄바람을 너무나도 엄청난 ‘성의 향연’의 주인공이자 명품인간으로 변모시켜, 이 세상의 최고급의 ‘성의 향연을 연출해놓는다. ----현순애 시집 {붉은 광장이 소란하다}, 도서출판 지혜, 양장 값 11,000원 |
첫댓글 첫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