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의 자서
ㄹ o
뭐라 뭐라 조잘거리며
손잡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골짝 골짝
졸졸졸 흘러 내려오며
어린 물살은
주먹돌의 굳은 등뼈만 만나도
아교질의 무릎을 다치곤 했다
계곡을 지나는 동안
점차 시야가 열려
배워야한다는 것을 깨친
물의 혀는
가가겨겨 고교구구
서툰 ㄱ ㄴ ㄷ ㄹ 궁글리며
유치찬란한 한글과정부터
조기교육으로 서둘러 뗐다
은빛 피라미 몇 마리
재바른 물결을 지느러미로 접어
쏜살같이 지나가고 나면
물의 살, 물살의
눈부신 물비늘이
윤슬처럼 번져갔다
머시야 부르던 메아리
아직도 귀에 쟁쟁한
개구장이 어린것들의
쟁명한 웃음소리 몰아간
고삐풀렸던 방학의 자리
여전히 청명한 물소리들이
잔돌들의 이마를 두드렸고
질긴 그 물소리는 꼬리가 길어
공부가 뒷전인 산만한 교실의
얇은 귓바퀴들을 꼬드겼다
어느새
이두박근 삼두 박근으로 장성한
우렁찬 물소리들이
넘실거리며 교각을 지나오는 사이
손잡고 흩어지는
합종 연횡의 정치를 배웠고
맑고 투명했던 눈빛을 잃고
점차 노회해 갔다
山 태극 水 태극의
산굽이를 휘돌아
면면한 광폭으로 흐르는
노회한 강물의 시력은
갈수록 예전같지 않은
원시안이 되어갔다
기나긴 도정을 거치는 동안
한 생애가 저물어버린 것이다
이젠 먼 산의 비 구름 지나가는 기척
저녁 짐승의 발자국 소리
사람살이까지도 묵묵히 듣는
강물은 먼저 이해하게 되었다
해질 무렵,
산그늘이 천천히 내려오면서
무릎 뼈가 닳은 물소리는
가까스로 저녁을 밀고 밀어서
마을 근처까지 내려온 것이다
-ㅡ문에지 용 비공개
카페 게시글
┌………┃류윤모詩人┃
강물의 자서
류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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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3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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