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연가
影園 / 김인희
홍어찜을 먹는다
콩나물 보료 위에 앉아
나그네의 추억을 유혹하는
홍어찜의 농염에
침이 고이고 목젖이 흔들린다
콩이 콩나물이 된 사연
서릿발 푸르른 야망
검은 베일에 감추고
차돌같이 단단한 사랑을 향한 염원
시루에 들어앉아
소나기 샤워를 하면서
베일을 벗어버린 나신
우유 빛깔 탱탱한 피부를 가지고
기다리는 달콤한 사랑
뜨거운 프라이팬에 투척되어
고추장 양념에 절여지는 동안
사랑의 뜨거운 맛에 몸부림치고
매운맛에 절규하다 까무러친다
푸른 바다 날아다닌 홍어의 무용담을 들으며
무명배우가 된 콩나물의 비애
젓가락의 간택을 기다리는 시간
홍어 한 번 데려갈 때
두세 번 불려 가는 콩나물의 반전
사랑은 운명이야!
** 詩作 노트
스승의 날 기념하여
대학원에서 교수님들 모시고 식사했습니다.
"홍어찜"을 먹으면서 주인공 홍어를 외면하고
무명배우 콩나물을 주목했습니다.
카페 게시글
♥ 김인희 시인방
콩나물 연가
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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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
23.05.15 11:1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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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콩나물의 반란 이냐 순교냐?
홍어와의 만남을 위한 시루속의 연민 ?
머리가 잘리고 꼬리가 끊겨난 알몸의 순교
착상도 테크닉도 내용도 놀랍습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스승님 가르침에
얼마나 도달했을까요?
홍어를 돋보이게 한 공은 콩나물의 신비한 맛
옛날 군대에서 식사 시간마다 나오는 국은
된장 콩나물국이었지요.
먹은 콩나물의 길이를 이어서 집에 도달하면
제대하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36개월 동안 먹어도
콩나물에 물리지 않았다는 신비함이 있어요
운산 선생님~~!!
36개월 군생활.
먹은 콩나물의 길이를 이어 집에 도달하면
제대하는 날이라는 말씀에 먹먹해집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