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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의 무척산은 그 이름이 재미있다. 무척산(無隻山 :700m)의 이름을 한자로 풀어보면 '한 쌍이 될 짝이 없는 산' 이라는 뜻이다. 한자사전을 보면 척(隻)자가 '단지 하나' 라는 뜻도 있고 배 수레 등을 세는 '척'의 뜻도 있지만 없다는 뜻의 무(無) 자와는 맞지 않는다. 결국 짝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낙동강 하류에 형성되었던 옛 가락국의 중심세력이 금관가야다. 금관가야의 서울인 김해에서 가깝고 좋은 산이 무척산이다. 무척산은 무척 아름다워서 이 일대에서는 짝을 찾을 수 없어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락시대에 무척대사가 이 산에 머무른 뒤 무척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척산은 옛날 가락국 사람들이 짝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산으로 여길 만한 충분한 까닭이 있고 그러한 흔적도 있다. 첫째 낙동강을 굽어보고 있는 무척산은 서쪽 비탈이 기암괴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경관이 뛰어나게 아름답다. 옛 가락국 영역에서는 이처럼 아름다운 산이 없다.또 무척산 위에는 신기하게도 천지라는 못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가락왕을 장사지낼 때에 물이 자꾸만 고이므로 신보라는 신하가 '고을 높은 산에 못을 파면 이 능 자리에 물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한다. 그의 말대로 무척산위에 못을 파니 물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때 판 연못이 지금의 천지다. 무척산 중턱의 거대한 암벽 아래의 기암괴봉 사이에 어머니의 은혜라는 뜻의 모은암이 있다. 가락국의 2 대 거등왕이 김수로왕의 왕후인 그의 어머니 허태후의 은혜를 기리기 위하여 세운 절이라 한다. 이 모은암의 전설은 지리산 하동 화개의 칠불암 전설과 함께 우리나라 불교 역사에 하나의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공식적으로는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년0 6월 중국 진나라의 순도와 아도가 불경과 불상을 가지고 들어와 성문사 이불란사 등의 절을 창건한 것이 처음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불교는 백제로 흘러들었고,마지막으로 전래된 신라에서는 이차돈의 순교 후 법흥왕 14년(527년)에 비로소 공인된 것으로 되어 있다.그러나 전설에 의하면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가락국 2대 거등왕의 어머니)이 48년(신라 유리왕 25년) 파사석탑을 싣고 가락국에 들어와 김수로왕의 비가 되고 이듬해 태자 거등왕을 낳았으며 불교를 융성하게 했다는 것이다. 허왕후는 그녀 자신이 성불했을 뿐만 어니라 열 분의 왕자 중 일곱 분의 왕자를 화개 칠불사로 보내 수도하게 하여 모두 성불했다고도 한다. 그래서 절 이름이 칠불사가 된 것이다. 후에 허왕후가 가야국에 상륙한 곳은 주포촌, 비단 바지를 벗어 산령에게 제사했던 곳은 능현, 붉은 기를 꽂고들어오던 바닷가는 기출변으로 불렀다 한다. 모은암에서 내준 또 다른 자료에 의하면 모은암은 거등왕이 세운 것이 아니라 허왕후가 인도 본국의 부모를 위하여 부암과 모암을 세웠고 자신의 뿌리를 알리기 위해 자암을 세운 바 그 모암이 지금의 모은암이라는 것이다. 여하튼 지금의 전설로 보면 우리나라의 불교는 북방 고구려로 맨 처음 들어왔다는 372년보다 324년이나 더 일찍 북쪽이 아니라 남쪽 해양으로 인도에서 직접 들어온 셈이 된다. 이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 조선조 순조 5년(1805년), 당시의 주지 정오스님이 산골짜기에서 때때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14일간 재계한 뒤 현재의 모은암 터인 돌무더기 속에서 조그만 종을 찾았다. 그종에 '母庵 羅漢殿 小鐘 至正 24年 3月7日' 이라 쓰여 있었다 한다. 따라서 그 종은 1364년(고려 공민왕 13년)에 만든 것이며, 오래 전부터 나한전을 비롯하여 여러 법당이 들어찼던 모암이라는 절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록으로 볼 때는 모은암이 아니라 모암이 옳을 것 같다. 무척산에는 모은암 외에도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동면의 기암절벽 아래에 백운암이 있다. 백운암은 모은암과 쌍벽을 이루는 절로 가락국시대에 무척대사에 의해 창건된 절로 알려져 있다. 무척산은 세 얼굴을 가지고 있다. 모은암이 있는 서면은 온통 기암괴봉으로 가파르며 아기자기하고 경관이 매우 좋다. 만물상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낙동강으로 면한 동면은 숲이 울창하고 바위가 비교적 적으며, 머리 부분은 대부분 평탄한 산등성이가 천지를 둘러싸고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 산의 서면은 전면이 거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름답다. 곳곳에 거대한 암봉이 숲처럼 서 있으며 천길 암벽 낭떠러지가 까마득하다. 마치 만물상과 같아서 탕건바위 장군바위 등 이름도 가지가지이며, 땅굴을 비롯해 석문과 널찍한 너럭바위 등 온갖 기암괴석이 많다. 거대한 암벽 아래 들어앉은 모은암 일대의 경관은 참으로 좋다. 모은각 오른편 처마위로 올려다 보이는 우뚝 솟은 기암이 눈에 띈다. 동면에서는 기암절벽 아래 들어앉은 백운암이 구경거리이며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멋이 좋다. 또 천지 아래의 골짜기에는 높다란 폭포가 2단으로 걸쳐 있어 물이 많을 때는 장관을 이룬다. 여러 가지 전설을 담고 있는 천지도 특이하다. 비록 크지 않으나 높은 산의 머리부분에 그러한 못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폭포가 있는 서쪽 골짜기로 물이 빠지게 되어 있는 것을 막아서 고이게 한 것이다. 무척산 주릉의 뭇 봉우리들이 이 천지를 에워싸듯 빙 돌며 둘러 처져 있다. 무척산의 산행이 좋은 점은 모은암 쪽으로 아름다운 기암괴봉을 감상하고 폭포를 올려다보며 천지에 오른 다음 머리부분의 주릉에 올라 한 바퀴 돌며 조망을 즐기다 다시 천지로 내려오거나 낙동강 쪽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즉 머리부분의 주릉이 걷기에 편안하고 조망 또한 좋은 것이다.또 무척산 산행의 즐거움 가운데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낙동강 물줄기를 조망하는 것이다.
서쪽 모은암 쪽에서 오를 때는 진주 쪽에서 흘러와하남 일대의 넓은 들 가운데를 꿰뚫고 흘러오는 낙동강 물을 조망하고, 주릉에 오르면 동쪽 토곡산과의 사이를 지나 김해와 부산 사이의 하구로 흘러드는 낙동강물을 볼 수 있다. 산에서 바다 호수 또는 강을 바라보면 색다른 멋이 있다. 아마 대자연과 아름다운 경관의 기초가 되는 산수를 아우르기 때문일 것이다. 무척산은 천지가 있는 데다 그처럼 낙동강을 굽어볼 수 있어 물과 인연이 깊은 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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