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일본말이지만, 그 뜻에 대해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듯 하다.
혼네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본심이고, 타테마에란 建前이라는 표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기 앞에 세우는 일종의 스크린, 즉 한 번
걸러진 태도나 대응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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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오해가 발생하는 부분은 한국인들 가운데에는 종종 일본인의 타테마에가 마치 무슨 거짓말이나 거짓술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타테마에는 그런 적극적 위선과 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남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 타테마에가 그러한 적극적
거짓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일본사회에 특유한 현상이라고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타테마에의 사전적 의미는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방침 또는 원칙’이다. 이 사전적 의미가 일본에서는 그들의 문화, 기질과 연계되어 특유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의미를 갖는다. 즉,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타테마에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그 자리를 모면하거나 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서로 체면을 지키기 위해 겉으로 내보이는 일본인 특유의 의사표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적극적인 작위뿐만이 아니라 소극적인 부작위까지도 타테마에의 범주에 들어간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제시한 어떠한 의견에 대해 아무런 동감이나 반대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도 타테마에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최소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본심을 표현하는 것도 아니니 참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타테마에는 참말과 거짓말 사이 어딘가의 중간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일본식 타테마에는 굳이 본심을 밝히지 않고 에둘러 표현하더라도 그 의도가 상대에게 전달되는 것을 전제로 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상대가 진짜 타테마에로 한 말을 믿어버리면 낭패를 보게 된다.
한국인들은 일본의 타테마에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대부분 자신의 의견이 있으면 확실히 말하는 편이다. 일본인은 상대방과의 면전에서 상대방과 충돌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충돌을 하더라도 서로 까놓고 얘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예전에 일본 연수시절 책 원고를 써놓고 출판사를 알아볼 때, 한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답을 기다렸다. 이메일로 원고를 보낸지 한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자기네는 ‘전문적인 책을 출간하는 회사이니 무거운 책보다 가벼운 책을 출판하는 회사를 알아보라’는 답신을 받았다.
음.. 페이지수가 많아 무게가 많이 나가는 큰 책을 무거운 책이라 하지는 않았을 것 같고, 그 사람들이 보기에 내 책은 ‘가벼운’ 책이구나 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이 확실히 되었으니 좋은 일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내 정신 수양이 덜 되어어서 그런지 당시 불쾌감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었던 기억이 난다.
일본 출판사였다면 아마 ‘좋은 원고를 보내줘서 너무 고맙다. 그런데 자기들은 앞으로 상당기간 출판 일정이 잡혀있어 갑자기 원고를 받기 힘들다. 일정이 가능한 다른 출판사를 알아보기를 바란다’ 정도의 답신을 보내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게만 보내도 무슨 말인지 다 안다. 그것이 일본인들 사이의 타테마에와 혼네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고 ‘1년이고 2년이고 기다리겠다’는 대응을 하면, 그때부터 일본인들은 패닉이다. 일본인들과 커뮤니케이션할 때에는 ‘타테마에 해독기’가 필요하지만, 그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3&mcate=M1005&nNewsNumb=20160219487&nidx=194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