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감독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작곡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고 싶다."
"사람들을 위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
작곡을 할 때는 항상 이렇게 생각하지만, 이 말이 곧 사람들의 평가를 의식한다는 말은 아니다.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 주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다.
"멜로디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홀렸어요!''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감동했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만든 음악을 듣고 종종 이렇게 말한다.
물론 대단히 영광스럽기는 하지만, 그것은 내가 만든 음악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사람들을 감동시키겠다든지,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울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내가 만든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이다.
영화음악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감독의 마음에 들기 위해 곡을 만든 적은 한 번도 없다.
"이 영상에 맞는 음악을 만들자."
"이 작품에 필요한 음악을 만들자."
영화음악 작업에 들어갈 때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은 오직 이런 생각뿐이다.
아마 영화감독도 자신의 취향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는 생각은 일체 하지 않으리라.
단지 그 영화의 세계와 맞느냐 맞지 않느냐 하는 관점에서 포착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그 영화에 정말로 필요한 음악을 제공하느냐, 그리고 나 자신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든 작품을 영상작가인 감독이 마음에 들어 하면 "아아, 다행이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그리고 그 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 "이 작품을 만들기를 정말 잘했다"라고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배어 나온다.
결과란 그런 것이다.
처음부터 감독이나 관객의 마음에 들기 위해 음악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만든 음악이 감독이나 관객을 만족시키면 나 역시 숨이 막힐 만큼 가슴이 벅차오른다.
같은 맥락으로 본다면 샐러리맨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 세상에 상사의 마음에 들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런 곳에 일의 의의를 둔다면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일 것이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과 완성된 작품이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 를 받는 것, 이 두 가지는 일맥상통하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프로는 사람들의 요구에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일을 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요구에 영합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창조적인 일을 하거나 표현하는 사람은 조금 독특해도 개성이라고 여기고, 일반 사람들과 감각이 달라도 순순히 받아들여 주는 일이 많다.
"그 정도는 괜찮아, 그 사람은 아티스트이니까..."
사회인으로서 상식의 틀에서 벗어나도 이 한마디면 모든 사람이 납득한다.
예전에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의 사회를 맡았을 때 게스트로 요로 다케시(일본의 석학, 의학박사. 지은 책으로는 <바보의 벽> <죽음의 벽> 등이 있다) 씨가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 중에는 독특한 사람이 많은데,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시간축과 공간축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모두 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무슨 뜻이냐 하면, 가령 말은 '아' 자만으로는 의미를 이루지 못한다.
'아버지'나 '아침'처럼 다른 말과 이어져야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책도 문자, 단어, 문장 그리고 문맥의 연속성에 의해 만들어진다.
음악도 '도' 음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도미솔'로 음이 이어지지 않으면 음악이 되지 않는다.
영화도 하나하나의 영상장면이 이어져야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즉 음악과 문학, 영화 등 시간의 경과 위에 있는 것은 모두 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림은 눈으로 본 순간, 그 작품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순간적으로 세계를 표현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시간의 경과를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논리보다는 감각에 직접 호소한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 중에는 행동이나 사고방식에서도 감각이 먼저 튀어나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상식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독특하게 사는 사람들 중에는 미술과 관련된 사람이 많은 듯하다.
이를테면 자신의 귀를 잘라낸 고흐라든지...
하지만 바그너도 뇌매독에 걸렸다는 설이 있는 만큼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그 당시 요로 다케시 씨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음악가 중에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당신은 정말로 정상이군요."
사회자로서 시간을 정확히 지키며 진행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야기의 맥락으로 볼 때 나는 그의 말을 좋은 의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상'이라는 말은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 공포의 칼날이 되기도 한다.
가령 내게 영화음악을 부탁한 감독에게 완성된 곡을 들려주었다고 하자.
"이번 작품의 테마곡은 이걸로 하려고 하는데 어떠십니까?"
그때 감독이 "정상적이군요"라고 말하면 나도 모르게 등줄기가 오싹해지리라.
그것은 "의외성이 없군. 창조성이 부족해"라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것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것이다.
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중에서
히사이시 조가 맗하는 창조성의 비밀
히사이시 조 지음, 이선희 옮김
첫댓글 아침을 여는 마음의 글귀~~~
오늘도 신난 하루^^되세요^^~~
엄청난 폭우가 마음을 심난하게 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협회가 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우리의 꿈과 희망을 모아, 만들어 볼까요?
협회가 정말로 추진해 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