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환(1918-1951)
오장환은 월북시인이지만, 정지용의 수제자라고 하여 여기서 소개합니다.
충북 보은군 회인면에서 태어나서 학교를 다니면서 정지용에게 시 공부를 했다. 1930년 대에는 서정주, 이용악과 더불어 3대 시인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서정적인 시를 썼으나, 좌익 진보 계열의 문학활동을 하다가 월북했다.
보은 답사를 갔을 때 오장환 문학관으로 안내했다. 규모도 제법 크고, 꽤 아름답게 지어진 건물이었다. 답사팀 중에 오장환 시인을 아는 분은 한 명도 없었다.
대구의 문인 기념관의 불모지임을 한탄하면서, 둘러보았던 기억으로 여기 소개합니다.
* 고향 앞에서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차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잰나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
* 귀촉도(歸蜀途) -廷柱에게 주는 시
파촉(巴蜀)으로 가는 길은
서역 삼만 리.
뜸부기 울음 우는 눈두렁의 어둔 밤에서
갈라래비 날려보는 외방 젊은이,
가슴에 깃든 꿈은 나래 접고 기다리는가.
흙먼지 자욱히 이는 장거리에
허리끈 끄르고, 대님 끄르고, 끝끝내 옷고름 떼고,
어두컴컴한 방구석에 혼자 앉아서
창 너머 뜨는 달, 상현달 바라다보면 물결은 이랑 이랑
먼 바다의 향기를 품고,
파촉의 인주(印朱)빛 노을은, 차차로, 더워지는 눈시울 안에ㅡ
풀섶마다 소해자(小孩子)의 관들이 널려 있는 뙤의 땅에는,
너를 기다리는 일금 칠십원야의 샐러리와 죄그만 STOOL이 하나
집을 떠나고, 권속마저 뿌리이치고,
장안 술 하롯밤에 마시려 해도
그거사 안 되지라요, 그거사 안 되지라요.
파촉으로 가는 길은
서역 하늘 밑.
둘러보는 네 웃음은 용천병의 꽃 피는 울음
굳이 서서 웃는 검은 하늘에
상기도, 날지 않는 너의 꿈은 새벽별 모양,
아 새벽별 모양, 빤작일 수 있는 것일까. *
* 길손의 노래
입동철 깊은 밤을 눈이 내린다. 이어 날린다.
못 견디게 외로웁던 마음조차
차차로이 물러앉는 고운 밤이여!
석유불 섬벅이는 객창 안에서
이해 접어 처음으로 내리는 눈에
램프의 유리를 다시 닦는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 그리움일레
연하여 생각나는
날 사랑하던 지난날의 모든 사람들
그리운 이야
이 밤 또한 너를 생각는 조용한 즐거움에서
나는 면면한 기쁨과 적요에 잠기려노라.
모든 것은 나무램도 서글픔도 또한 아니나
스스로 막혀오는 가슴을 풀고
싸늘한 미닫이 조용히 열면
낯선 집 봉당에는 약탕관이 끓는 내음새
이 밤 따라
가신 이를 생각하옵네
가신 이를 상고하옵네.
*보은에 가서 그의 문학관을 들렸을 때
월북을 한, 이름도 모르는 젊은 시인의 문학관이라니
의아 했는데,
그의 시를 읽어보니, 문학관을 세워줄만 하네요.
첫댓글 보은의 맑은 바람과 햇살...
포근하기만하던 정취가 새삼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