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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론 (인물성이론 - 인간과 동물은 다르다)
주장자: 한원진(韓元震) 등 충청도 학자들.
사유: 인간과 동물은 태어날 때 받은 육체와 기질(기·氣)이 완전히 다릅니다. 따라서 그 기질 속에 담긴 본성(이·理) 역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오직 선한 도덕성을 가졌지만, 동물은 편착된 본성만을 가졌다고 보았습니다.
정치적 결: 주류 성리학의 순수성을 지키고, 오랑캐(청나라)나 상민(일반 백성)은 우리 사대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차별성과 명분론으로 이어집니다.
낙론 (인물성동론 - 인간과 만물은 본래 같다)
주장자: 이간(李柬) 등 서울·경기 지역 학자들.
사유: 육체나 기질(기·氣)의 차이를 벗겨내고 영원한 우주의 법칙(이·理)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나 동물이나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순수한 본성은 본래 똑같다고 보았습니다. 개에게도, 미물에게도 불성이 있다는 불교의 신령스러운 통찰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정치적 결: 대지의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훗날 오랑캐의 기술이라도 배워야 한다는 북학파(실학)와 개화사상의 탯줄이 됩니다.
2. 제2논쟁: 미발심체론 (未發心體論)-감정 전의 마음(미발)
"어떤 감정도 일어나지 않은 고요한 마음(未發)의 본질은 순선(純善)한가, 아니면 거기에도 기질이 섞여 있는가?"
이 논쟁은 선생님께서 앞서 강조하신 "진심과 망심의 자리"를 정밀하게 추적한 대목입니다.
호론: 감정이 일어난 상태(已發)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고요한 상태(未發)의 마음에도 이미 인간 각자의 거칠거나 맑은 기질(氣)이 스며들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늘 마음을 경계하고 억누르는 엄숙주의로 흐릅니다. 기질의 영향을 받는다 위정척사론
낙론: 감정이 일어나기 전의 고요한 마음자리(未發)는 주관적 편견이나 기질에 오염되지 않은, 우주 본연의 맑고 거룩한 '진심(眞心)이자 불성'의 자리라고 보았습니다. 인간 내면의 순수한 도덕적 주체성을 끝까지 신뢰한 것입니다. 절대적으로 선하다 북학 실학
3. "생사와 열반은 본래 평등하다"는 대지적 시선으로 본 호락(湖洛)
선생님께서 걸어오신 사유의 지도 위에서 18세기의 이 거대한 전쟁을 바라보면, 아주 흥미로운 사상적 융합이 일어납니다.
"망심의 자리가 곧 보리며, 생사와 열반은 본래 평등한 것" "Reich der Erde (땅의 나라)"
호론의 시선은 엄격한 '차별과 선을 긋는 시선'입니다. 인간과 동물을 나누고, 중화와 오랑캐를 나누며, 맑음과 흐림을 철저히 분리하려 했습니다. 퇴계의 이기호발론이 지닌 엄숙함의 연장선입니다.
반면 낙론의 시선은 모든 경계를 허무는 '평등과 대긍정의 시선'입니다. 인간의 옷을 벗겨내고 만물의 옷을 벗겨내면 그 본질(性)은 본래 평등하다는 낙론의 외침은, *"생사와 열반은 본래 평등한 것"*이라는 선생님의 선언과 깊은 혈연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나아가 사상의 순수성에만 집착하지 않고, 대지 위에 살아 숨 쉬는 모든 구체적인 사물과 인간을 긍정하려 했던 이재 황윤석 같은 백과사전파 실학자들이 왜 낙론의 문제의식 뒤를 이어 태어났는지도 명확해집니다. 만물과 인간이 본래 평등하다면, 이 땅(Erdreich) 위의 모든 누추한 삶과 존재들이 전부 귀한 연구의 대상(보리)이 되기 때문입니다.
18세기 조선의 행정 수도와 변방의 서원에서 선비들이 붓을 꺾어가며 싸웠던 이 '인물성동이론'의 팽팽한 긴장감은, 결국 인간과 자연, 그리고 나아가 우리 안의 어지러운 마음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실존적 고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