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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마오쩌둥 사망 후 덩샤오핑은 문혁파인 장칭(江靑)·왕훙원(王洪文)·장춘차오(張春橋)·야오원위안(姚文元) 등 이른바 4인방과의 치열한 권력투쟁을 거쳐 정권을 잡았다. 이후 개혁개방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마오쩌둥 시절 반당분자로 몰려 숙청됐다가 마오쩌둥 사망 후 복권된 7명의 공산당 창당 원로들은 모두 덩샤오핑을 적극 지지했다. 이들 7명은 보이보(薄一波)·천윈(陣雲)·쑹런충(宋任窮)·펑전(彭眞)·왕전(王震)·리셴녠(李先念)·양상쿤(楊尙昆) 등이다.
덩샤오핑이 안정된 집권 기반을 구축하고 개혁개방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자 덩샤오핑은 이들과 회의를 개최했다.
그 자리에서 천윈이 이런 제안을 했다. "오늘날 중국의 강산은 우리가 만들었다. 이 강산을 당 원로들과 그 후손들이 계승해야 한다." 그는 당 원로와 그 후손들에게 중국의 지배를 맡길 것을 제의했고, 덩샤오핑은 웃음으로 응답함으로써 이를 승인했다. 이후 천윈의 제의는 중국 지배체제의 규칙이 됐다.
중국은 덩샤오핑과 7명의 혁명원로인 이른바 8대 혁명 원로를 비롯한 원로들과 그 가문이 지배하는 족벌지배체제가 됐다. 로데릭 맥파쿠아르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8대 혁명 원로 가문을 비롯해 44개 당 원로 가문이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가문들의 후손들, 즉 홍얼다이(紅二代)들은 중국 정·재·관계·군 등 사회 전반 요직을 독점하고 있다. ‘붉은 귀족’이 되어 온갖 특혜와 부정행위를 통해 부를 독식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 결혼과 거래 등을 통해 중국 특유의 ‘꽌시’(關係)를 맺어 광범위하고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중국 사회 전반에 부패가 퍼져나가는 진앙지가 되고 있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정적들을 숙청함으로써 집권 기반을 공고히 했다. 이후에도 시진핑은 필요할 때마다 부패와의 전쟁을 내세워 정적들을 제거해왔으며, 최근 다시 당정 고위급 특히 군에 대해 집권 이후 최대 규모의 부패 척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군 부패의 심각성은 미 국방부가 작년 12월 18일 발표한 ‘2024 중국의 군사력’ 보고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보고서는, 군 부패가 2027년까지 군 현대화와 대만 침공 준비를 완료하고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미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확보한다는, 시진핑의 군사 비전인 강군몽(强軍夢) 실현을 어렵게 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중화권 매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는 당중앙군사위 제1부주석 장여우샤(張又俠)와 시진핑의 갈등설이다. 장여우샤는 시진핑 아버지 시중쉰의 친구이자 개국공신인 장쭝쉰 전(前)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의 아들이다. 시진핑과 절친한 관계였으나 최근 장여우샤의 방산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그 측근들이 숙청되자 두 사람의 관계가 불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시진핑은 고강도 반부패 운동을 추진하고 있으나 중국인들에게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시진핑 일가의 거대한 부패 때문이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2023 국방수권법’에 따라 작년 5월 시진핑 일가를 비롯한 중국 최고위층의 부패와 숨긴 재산을 미 의회에 중간 보고했다.
이를 미 의회 조사국(CRS)이 2024년 6월 9일 일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시진핑 일가가 은닉한 재산 규모는 7억720만 달러(약 1조265억 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이 공개될 경우 시진핑의 지도력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이처럼 중국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부패는 중국 공산체제의 멸망을 재촉하는 악성종양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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