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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라라랑 . 따라라라랑 .>
휴일의 곤한 아침잠을 깨우는 전화벨 소리가 짜증스럽게 울어댔다
" 누구야 ?"
지후는 이불 속에서 긴 팔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알수 없는 번호가 찍혀 있었다.
" 여보세요 ?"
" 네 . 3346 차량 주인 되시나요. 차좀 빼 주시겠어요 ?"
" 네 ? 어젯밤 주차 잘 해놨는데 "
" 지금 , 차가 나갈 수가 없어서 그래요 "
" 네 . 조금만 기다리세요 "
얇은 전화기를 통해서 여자의 급하게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
지하 주차장은 차량으로 늦게 귀가하면 자리가 부족해서 가로 주차나 비좁은 자리에 아슬아슬하게 주차하는 차량들이 많았다.
지후는 츄리닝으로 대충 갈아 입고 아파트 12 층의 엘리베이터 단추를 눌렀다.
' 이상하다. 내가 차를 잘못 주차했나 '
어제는 일찍 퇴근을 하고 빈자리가 많아 입구 가까운 구석진 자리에 주차를 하고 한번도 바깥 외출을 하지 않았는데 .....
다음날은 주말이라 혼자 살고 있는 그는 휴대폰에 깔아둔 소소한 게임으로 시간을 죽이거나 좋아하는 야구팀이 큰 점수차로 박살이 나는 것을 쯧쯧거리며 그 원인에 대해 혼자 해설을 해대고 있었다.
이기나 지나 맥주 캔을 까야하는 이유는 늘 있었다.
자신의 키에 딱 맞아떨어지는 짧은 소파에 누워 채널이 바뀔때 마다 쳐먹는 프로그램으로 가득찬 티비에서 그나마 볼 거리는 뉴스와 스포츠 중계뿐이었다.
그러다 잠이 들었는데 자동차가 어떻게 됐길레
혼자 중얼거리며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지하 주차장에는 자신의 차 옆으로 거의 붙다시피한 거리, 잘해야 10 센티 정도의 사이로 하얀색 아반테 AD 한대가 서있었다.
" 아니 차를 어떻게 이리 주차를 했지?"
차로 다가가니 아반테에서 전화를 한듯한 여자가 나오고 있었다
" 어머 , 미안해요.제가 운전이 서툴러서 "
" 운전 서투르신분이 어떻게 주차를 잘 하셨어요"
" 모르겠어요. 하다보니 그렇게 됐는데 "
" 그대로 빼시면 되지요!"
" 네 . 그러려고 했는데 너무 붙어있어서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을것 같아서요 "
" 참나 ."
지후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 말았다.
" 댁에 차를 빼드리는 편이 나을것 같습니다. 괜찮겠지요 ?"
" 네 "
그 여자의 차에 올라타니 오랜 운전으로 능숙한 솜씨의 지후도 그렇게 바짝 붙은 자동차의 모습에 일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사이드 밀러를 접고도 1~2밀러 차이로 스쳐 그녀의 차를 빼내었다.
" 자 이제 타세요 "
아마 남자 같았으면 투덜거렸을 것이었다.
" 면허를 언제 따셨어요 ? "
" 지난 달에 면허따고 어제 차를 사왔어요 "
" 네에 ? 조심스레 앞만보고 운전 하세요"
지후는 그녀가 완전초보 운전자구나 생각하고 나온김에 편의점이나 다녀 오려고 지하 주차장을 걸어 나왔다.
여자는 운전석에 앉더니 차를 몰아 나갔다 .
엑셀레이터를 조심스레 밟았는지 차는 슬슬 움직이며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모서리 부분을 돌다가 기어코 뒷부분을 긁히고 말았다.
" 에이 . 참 바뻐 죽겠는데 "
여자는 차에서 내려 긁힌 부분을 보고 있었다
지후가 다가가 보니 차량 뒷쪽이 제법 긁혀 있었다 .
" 어제 처음 운전하신거예요 ?"
" 네 "
지후는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 왜 웃어요 . 남은 화가 나 있는데 "
" 많이 바쁘세요 ?"
" 네 "
" 잠깐 운전해 드릴까요 ?"
여자는 지후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 저야 이 아파트 같이 사는 주민이니까 그래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운전대 넘기시면 안됩니다 ."
" 어제는 중고차 판매하는 사람이 운전을 해서 가져 온긴 했는데 면허 딸 때 해보고는 오늘 처음이예요 "
" 네에 ?"
나의 말꼬리가 심하게 올라갔다.
" 자전거는 잘 탔는데 ....."
지후는 큰 소리로 웃음를 터뜨렸다.
"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 "
" 제 가게요. 아침에 물건 보낼 곳이 있어서요 "
중고라지만 아직도 새차 냄새가 은근히 베어있는 차의 핸들을 매끄럽게 꺽었다 .
그녀가 일하는 매장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
십여분 정도 거리의 상가가 밀집되어 있는 대로변의 골목안 쪽이었다.
" 어디다 주차를 해 드릴까요 ?"
" 미안해요 .바쁘실텐데 제가 제 생각만 했네요
잠깐 들어가서 커피라도 한 잔 하시고 가세요 "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믿음이 안심감을 주었는지 그녀는 서슴없이 지후를 대했다.
" 댁에 남편분은 안계세요 ?"
여자는 대답대신 피식 웃고 있었다.
지후는 그녀가 돌싱일거라 순간 판단했다.
" 남편이 있었으면 차 빼달라고 전화했겠어요 ?"
커피 포트에 원두가루를 넣자 금방 가게 안에는 커피향으로 가득찼다.
가게에는 직접 손으로 만들었는지 목각 공예품과 도자기로 만든 공예품 . 그리고 진열장에는 각종 금속과 작은 돌로 만든 목걸이 팔지 반지 액세셔리등이 진열 되어있었다.
한 쪽 벽면에는 조명을 받으며 몇 점의 정물화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액자에 담겨 곱게 표구가 되어있는 하얀 실크 천에 붉게 매화가 그려진 스카프가 유난히 눈에 띠었다.
" 이런 것들은 직접 만드신건가요 "
" 네 . 대학다닐때 전공이라 졸업할때는 언제 써먹겠나 싶었는데. 혼자되고 먹고 살려니
어쩌다 그렇게 됐어요 ."
머그잔에 커피를 따라 작업대에 내려 놓으며 지후에게 커피를 권했다.
" 달게 드시면 여기 설탕이 ....."
은은한 빛을내는 자기그릇의 뚜껑을 열자 설탕커피가 담겨 있는것이 보였다
" 아침시간 바쁘시더라도 이 커피는 드시고 가세요 "
" 네 . 향이 깊이가 있네요 "
" 모르겠어요 . 남미 콜롬비아산이라고만 알고 있어요. 저도 향이 좋아서 마시긴 하지만 아직 커피의 맛은 잘 모르겠어요 "
" 하하하 . 저도 마찬가지예요."
" 집에 기다리시는 분은 안계세요 ?"
" 아직 솔로 탈출을 못했어요."
" 어머 . 올해 나이가 "
" 내일이면 꺽어진 백살이 됩니다 "
" 마흔 아홉 ?"
" 쓸데없이 나이만 먹었어요 "
" 어머 저보다 세살이나 어리시네요"
" 어 ? 그렇게 안보이는데요 .끽해야 삼십대 후반쯤 !"
" 속은 삭을대로 삭았어요. 거울보면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걸요 "
여자는 상당히 날씬하고 입고 있는 의상도 고가의 옷은 아니어도 세련되게 어울렸다.
거기다 물결치듯한 긴머리가 참 보기에 좋았다.
지후는 그녀의 균형있게 솟은 가슴을 보며 침을 삼켰다
" 어디 배달 가셔야 합니까 ?"
" 아 ~ 네 . 결혼식장에 장식품 한가지를 배달해 줘야해요 ."
" 이 아침에요 ?"
" 네 . 직접 전달해줘야 하는데 ~"
여자는 웃는 얼굴로 지후를 쳐다 보았다.
" 시간이 되시면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시죠?"
지후는 픽 웃고 말았다
그녀의 가슴을 보다 들킨것 같기도 했지만
그녀의 부탁이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지시나 명령조의 말투였기에 웃고 말았다.
" 일당만 잘 쳐서 주신다면 "
" 그래요. 돈으로 드려도 받으실 분이 아닐것 같으니 맛있는 저녁 살께요 "
여자는 거절할 수도 또 어떤 반론도 제시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 오케이 . 대신 저 입이 까다롭습니다 하하"
여자는 대답대신 손가락을 튕겼다
" 조심하세요 . 비싼거예요 "
에어캡 (비닐 뽁뽁이) 로 감싼 물건은 크지는 않아도 제법 묵직하였다
호텔에 딸린 예식장으로 두 사람은 올라갔다.
여자는 상당히 노련하고 능숙하게 물건을 인계하고 인수증을 받아냈다.
그리고는 아직 컴컴한 예식실에서 조명을 키고 물건의 위치와 스폿라이트를 맞추어 놓았다.
포장을 벗긴 물건은 황동으로 제작된 얼핏 보긴에는 행운의 여신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지후는 그런 예술품같은 악세사리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빨간 매화가 그려진 실크스카프가 기억에 남아 있었다.
신부측 사람인지 그녀가 설치한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흡족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 집에 가져 가시면 침실 화장대에 두고 항상 결혼날의 초심으로 돌아가라 전하세요 "
원앙 두마리가 떨어지면 죽는다는 듯이 온몸을 격정적으로 부딪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불빛을 받으며 탁자위에서 빙글빙글 돌아 갈때마다 묘한 느낌이 일었다.
사랑에 목말라 격정적으로 포옹하는 남녀가 떠올랐다 .
" 작품이 상당히 멋집니다 "
일을 마치고 지하층으로 내려 오는 중이었다.
" 어떻게 보셨어요 ?"
" 아주 격정적이고 에로틱하던데요 "
" 호호호 . 잘 보셨어요 . 신혼의 신비스러움을 야하게 표현했어요 깔깔깔 "
그녀는 미대를 나왔지만 회화나 조소 등 한가지에 몰두하기보다는 생활미술 쪽으로
눈을 돌렸다.
매 학기 학점은 아슬아슬 했지만 교수들은 그녀의 정성과 도전정신에 큰 점수를 주었다.
잠깐 행위예술에 빠질뻔도 했지만 남자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면서 그쪽에 대한 흥미는 사그러지고 말았다 한다.
" 집으로 가실건가요 ?"
" 네 . 오늘 너무 고마웠어요 "
" 고맙긴 . 저도 할 일도 없었는데요 "
" 그런데 뭐 하시는 분이에요 ?"
" 뭐 하는 사람 같아요 ?"
지후가 되물었다.
" 손가락이 가늘고 얼굴이 하얀것 보면 은행원 ? 공무원 ? 법률 ? "
" 땡땡땡 ~ 다 틀렸습니다 "
" 뭘까 ?"
" 프로그래머 입니다 .컴퓨터 정보처리나 프로그램 개발하고 있어요. "
" 어머 . 돈 많이 번다던데 "
" 옛날 이야기죠 . 지금은 너무 많고 점점 더 어려워지지요 "
" 그렇구나 . 그런데 어째 아직 결혼을 ?"
" 그 일이 책상 앞에 앉으면 딴 생각이 안들어요 그러다보니 벌써 요모양 요꼴로 오십고개를 넘어 가고 있잖아요 낄낄"
" 그런데 . 댁은 어째 싱글이세요 ? 돌싱 ?"
지후는 자짜고짜 들이대며 물었다.
" 어머 . 매너없이 "
여자는 지후를 홀겨보았다. 그러나 미소는 버리지 않았다 .
그러는 사이 자동차는 아파트 정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
" 여기 키 ~"
자동차를 깔끔하게 주차시키고 열쇠를 넘겨 주었다.
그리고 지후는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 저기요 . 그냥 가면 어떻해요 "
" 네 ?"
" 오늘 고마웠어요. 저녁이라도 한끼 ...."
" 아니예요. 제가 밥 얻어 먹으려고 도와드린거 아닙니다 . 운전연습이나 해 두세요 .하하"
" 그래도 안되요 . 6 시에 만나요 . 전화 할께요
여자는 지후를 빤히 올려다 보며 명령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했다
지후는 그만 웃고 말았다.
< 따라하라랑따 . 따라라라라랑따 >
지후는 시계를 보았다.
5시 50분 .
아침의 그 여자의 전화였다 .
" 여보세요 . 저예요 .나오세요 . "
" 호의는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
" 사실은 꼭 부탁드릴 것도 있고해서 그래요 "
지후는 말을 잠시 멈췄다 .
그 쪽에서도 기다리는 눈치였다.
" 네 그러면 내려가겠습니다. "
" 고마워요 "
전화를 끊고 지후는 옷을 갈아 입었다.
영문 글자가 박힌 검정 티셔츠에 청바지를 걸쳐 입었다.
문을 나오다 향수병이 눈에 띠었다
뿌리려다 도로 내려 놓고 말았다.
지후에게도 예전에는 사랑하던 여인이 있었다.
20대 후반 . 대학과 군을 제대하고 처음 사회의 첫발을 딛은 곳이 IT 업체였다.
딱딱하고 조직의 틀에 짜인 대기업보다 마음의 여유가 있고 헐거로운 작은 업체는 얽매임을 싫어하는 지후에게 안성맞춤의 직장이었다.
벤처 기업이라고 불리던 직장은 당시의 열기를 타고 급여나 기타 수입이 대기업 못지 않았기에
자신만만하였다 .
그가 하는 일은 지금이야 보편화 되었지만 지문인식이나 음성인식등 당시에 최첨단 고급기술들을 개발하는 일에 한 부분을 담당했다 .
그때 알게 되었던 여자.
게임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의 기획을 담당하던 여자였다
컴퓨터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 여자는 컴퓨터에 대해 지후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청했다.
처음부터 기초 지식과 여러가지 필요한 전문 지식을 몇번이고 가르쳐주고 하다보니 자주 만날 기회가 되었다.
" 이 과장님 . 여기서 자꾸 멈춰서는데 뭐가 이상이 있는것지요 ?"
" 가만 . 내 일 다 끝났으니까 건너갈께 "
같은 층의 건너편 사무실이라 스스럼없이 들어 갔다.
지혜는 멈춘 화면 앞에서 계속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었다 .
" 지혜야 . 내가 이 회사에서 월급 받아야겠다 하하하 "
지후는 그녀의 의자 뒤로 가서 마우스를 넘겨 받았다.
" 뭐야 . 어디보자 "
" 백업 되있지 ?"
" 네 "
한참을 풀어보던 지후는 화면을 원상대로 만들었다 .
" 과장님 . 이것 좀 보세요 . 얘네들이 이번 게임물의 주인공인데 어떤 색깔이 맞아요?"
" 그걸 내가 아냐 !"
" 그래도 봐 주세요 ."
그녀가 보여주는 그림은 머슬마니아 같은 잘 다듬어진 몸의 여전사였다
벌어진 어깨 . 작은 근육까지 세세하게 발달한 다리와 팔의 강인함 .움직이면 튿어질것 같은 갑옷. 그리고 부풀대로 부푼 여자의 가슴골이
보는 사람의 시선을 오래 머물게 했다.
지후의 시선이 그녀의 가슴골로 향했다
깊응 V 자 티 셔츠 사이로 뽀얀 복숭아의 곡선이 풍만스럽게 숨어 있었다 .
" 꼭 이렇게 그려야돼냐 ? "
" 어머 . 과장님은 스타크레프트도 안 하세요 ?"
" 난 예전에 끊었어 ."
" 호호호 . 별나신 분이야 호호"
그 당시 온라인 게임 못하눈 젊은이들이 없던 시절이었다 .
" 난 그 시간에 요리를 배워 "
" 요리요 ?"
" 응 . 한국요리. 쯍꿔 . 마카로니 ~ 요새는 파스타 요리에 빠져있지 . 하하 "
" 어머 . 그럼 저도 만들어 줘요 "
" 그럴까 ? 오늘 파스타 맛좀 보러 가는데 같이 갈래 ?"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시작 되었다.
지후의 회사는 이 년후 직원들에게 상당한 상여금과 스톡옵션을 나눠주고 대기업의 산하 회사로 흡수되었다.
졸지에 많은 돈을 쥐었지만 . 그가 일 할 직장은 그의 자리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주말이면 이곳저곳 여행도 다니며 소위 사랑 나누기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
지후는 아직 회사를 차릴만큼의 능력이 없었기에 먼저 일하던 사람들과 공동투자를 하여 작은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새로 창업을 하는 직장은 밤과 낮이 없었다.
비슷한 업계의 생리에 따라 그들을 밟고 일어나야 하고 . 한걸음이라도 빠르게 결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그대로 도태되는 벤쳐기업의 흐름대로 살고죽는 경계선에서 오락가락 하는 것이었다
" 오빠 . 오늘도 시간 없어 ?"
" 응 . 나도 죽겠다 "
지혜는 늘 힘없이 전화기를 내려 놓았다.
" 안 지혜씨 . 이제 팀장으로 승진하게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
그녀가 일하는 회사의 게임들이 연거푸 대박을 터뜨리면서 그녀의 줏가도 한창 올라가고 있었다.
그녀가 승진의 기쁨을 전하던 날도 지후는 컴퓨터 모이터 앞에서 밤을 세웠다 .
그녀는 처음엔 사랑하는 남자가 힘들게 일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두 사람의 미래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회사 앞에서 잠깐 만날 량이면 근처 순대국집으로 들어갔다.
꾀죄죄한 옷과 쾡한 눈 . 피로에 쩌든 어깨로
순대국을 미친듯이 말아먹는 남자의 모습이 그녀에게 보이는 전부였다.
" 오빠 잘 되가고 있어 ?"
" 아직 잘 몰라 "
" 벌써 다섯달이 넘어가는데 ....."
" 응 잘 될거야. 상당히 획기적인 아이디어라 "
남자는 깍두기를 우걱우걱 씹고 있었다 .
" 집에서 걱정하고 있어 "
남자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 이거 옷이야 . 지난번에 준 옷 그대로 입고 있잖아 . 사무실에서 잘만해 ? 이제 추워지는데 "
그녀는 오직 남자의 걱정만 하고 있었다.
" 지혜야 . 오빠가 미안하기만 하구나 .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 있지 . 집에 부모님께도 잘 말씀드려 ."
" 울 엄마는 우리가 싸우기나 한 줄 아셔. 아빠도 말이 없으시고 "
" 미안해 . 살려니 어쩔수 없잖아 . 지혜 네가 더 잘 알잖아 "
남자는 순대국 한그릇을 국물도 남김없이 마셔버렸다.
프로그램이란 것이 미세한 오차에도 오류가 나는 까닭에 한 순간도 방심을 할 수 없었다.
또한 극비를 요하는 까닭에 언제나 보안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남자 앞에 여자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
겨울이 닥쳐왔다 .
< 오빠 .오늘 꼭 만났으면 해요 >
완성을 코 앞에 둔 어느날이었다.
마지막 점검을 위해 사무실의 식구들이 모두 모니터 앞에 모여 들었다 .
이제 시제품으로 만들어서 최종 점검만 하면 되었다 .
밤 12 시가 넘어서 겨우 최종 점검을 마칠 수가 있었다.
휴대폰을 집어든 그는 전화를 걸었다 .
< ~ 뚜~ 뚜 ~ 뚜 ~ 지금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
여자가 화가 많이 난 모양이라 생각한 남자는 한번 더 눌러보고 묵직한 휴대폰을 책상위로 던졌다 .
그리고 다시 모니터 앞으로 덥수룩한 머리를 들이 밀었다.
여자의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다.
1 월이 되자 시제품이 성공리에 완성이 되었다.
S 전자와 L 전자 그리고 외국의 A 사 E 사까지 특허권을 사려고 달라 붙었다.
될수 있으면 빨히 팔아야 한다 .
빛의 속도보다 빠른 IT 업계의 변화에는 그만큼 빠른 판단과 신속한 계산이 필요 했다 .
결과는 엄청난 보상으로 돌아왔다 .
S 사로 팔려간 특허는 또 한 그들을 세계 최고의 휴대폰으로 올라가는 디딤돌이 되었다.
겨울부터 늦은 봄까지 남자와 그들 일행은 S 사에 감금되다시피 시제품에 대한 마지막 작업에 매달렸다 .
" 수고했어 . 지후 "
" 네 형님 . 수고는 형님들이 ...."
" 지후야 . 고생했다 ."
모두들 환희에 벅차 있었다.
그들의 손에 쥐어진 많은 돈 때문이 아니라
숱한 날을 고생하고 노력한 보람이 최고의 아이템으로 다리 잡았다는 자부심이 그들을 더 기쁘게했다 . 얼마나 많은 도전자들이 깨지고 무너졌나 . 척박한 돌밭에서 일군 우람한 나무를 키워낸 기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절반 가까운 돈을 투자한 인호 형은 눈물을 글썽이었다.
" 가자 . 신라 호텔로 "
전화는 여전히 수신 중단이 되어 있었다 .
회사 전화를 걸어도 지혜는 그만 두었다는 말 뿐이었다.
지후는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덕분에 새로 뽑은 소나타를 앞장세웠다.
" 우리 지혜 이번 달에 결혼하네 "
그녀의 아버지의 묵직한 한마디였다.
" 어디를 갔다가 이제 나타나 .! 앞으로 우리 지혜 곁에 얼씬도 말아 "
그녀의 어머니의 날카로운 마지막 한마디였다.
" 네 . 알겠습니다 "
따라 나오는 지혜의 여동생이 눈물로 지후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었다 .
지후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일 수 밖에 없다 생각했다.
소소한 친절부터 목숨까지라도 희생하고 싶었던 여자 .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의 사람이라 하던 모든 것은 허구였을 뿐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
" 지숙아 . 이 안에 오빠의 땀과 눈물이 들어 있는거다 . 너 써라 "
자신이 만든 땀이 들어있는 휴대폰을 그녀의 동생에게 주었다 .
새 휴대폰이 들어 있는 종이백을 받고도 지숙은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
그리고 얼마후 지혜로 부터 문자가 왔다.
< 오빠 . 미안해요 .
우리 만남이 이렇게 끝날줄은 저도 몰랐어요.
하지만 정말 오빠 사랑했어요 .
좋은 추억으로 간직해 주시고 오빠의 행복을 빌어요 .
정말 오빠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
그 이후로 지후는 여자를 만나려는 마음도 없었고 기회 조차도 스스로 봉쇄하며 살았다.
또한 지혜의 행복을 빌어 준다거나 하는 위선의 마음도 갖지 않았다 .
각자의 갈길이 . 인연이 따로 있다면 그길을 갈뿐 이미 지나간 추억을 애써 떠올리거나 하고 싶지도 않았다 .
추억은 그저 지나간 날들의 일상처럼 낡은 책갈피에 묻혀 잊혀져 갈 뿐이라 생각했다.
홀로 되신 모친은 한동안 결혼에 성화를 부리셨지만 돌처럼 돌아 앉은 지후를 보고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 장남의 나이가 사십을 넘어 갈때부터는 그 조바심마져도 갖다 버리셨는지
아예 결혼에 대한 말씀도 없으셨다 .
여든이 다 되어 가시는 모친은 아우의 집에 계신다 . 손주의 어린 시절을 모두 함께 하셨던 어머니는 그를 볼때마다 측은한 눈빛을 버리지 못하였다 .
아파트에서 걸어서 십분 거리에 있는 상가 2 층의 이태리 레스토랑은 자리가 거의 차 있었다
" 여기 ~"
창가 구석쪽에서 그녀가 지후를 반갑게 불렀다
새빨간 티셔츠에 짧은 핑크 스카프 목에 감았다
.가볍게 걸친 얇은 가디건 ~ 치렁치렁한 머릿결이 그녀의 들어난 쇄골 사이를 흘러 내려 바닷속의 해초처럼 흔들거렸다
풍만한 가슴은 테이블위에 달린 조명을 받고 더 고혹적인 자태로 지후의 눈을 자극하고 있었다 .
ㅡ 1 편 끝 ㅡ
첫댓글 반갑습니다~^^
바쁜신데 많은 글 쓰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편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올리자 마자 댓글이라 놀랐습니다 .
@오분전 제는 카페가 일터입니다~~ㅎ
@초이 ^^* ~ 진주에서 벙개 함 치세요 ㅡ 뵈러 갈랍니다 ㅎㅎ
지후님의 새로운 사랑이 기대 되네요~~~
1편 부터니 쭉~~~ㅎㅎ
글잘쓰시는분 보면 신기하고 놀랍네요
신기하지도 놀라실것 하나 없어요 ㅎㅎㅎ
다음에 기회될때 뵈어요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여인의 깊은 바다 ~
빠져보시렵니까 ?
^^*~
감사합니다
오우 ㅡ
저도 글을 좋아하고
쓰는것도 조아라 합니다
속편이 기다려집니다
장문 올려주시느라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별것도 아닌데요^^*
한 주 쉬었더니 충전이 되었나 봅니다.
건강하세요 ^^
우훗~
잼나게 읽었습니다
끊임없이 나오는 이야기세상이 부럽,,,
기대합니다
담편
세상 싱글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
연지랑님도 주인공으로 한번 ?
^^*~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응원할게요 ~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ㆍ
몰입도가 대단하네요ㆍ
감사합니다 .
그렇다고 너무 빠지시지는 마세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 ~ 그렇지요 ㅡ
잡학다식에 남의 마음을 들어갔다 나왔다 해보면 알것 같더라구요 .
그런데 우째 ?
산골에는 댓글을 아니쓰셨나요 ? ㅠㅠㅠ
반길님도 기다리던데 ~
합정 출발 ~ 카플에 ㅠㅠ
@미음완보 잠실역 기준 2시간 30분
평균시속 90km
암튼 고민하실것도 없습니다 ㅎㅎ
글을 읽을수록 마법에 빠집니다.
다음편은 더재미날거 같은 느낌이 ....
재미있게
또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두 마리 토끼 잡기가 만만치 않네요 ^^*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많은 분들이 읽러주시면 힘이 나지요
댓글은 더 글쓰고 싶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
글에
마법 바이러스를
뿌린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MSG 도 못됩니다
^^*~
건강 잘 지키시길 기원합니다
중독이 됐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죄송합니다 .
시간 도둑질 했나 봅니다
^^*
건강한 한주 되세요
@오분전 천만의 말씀입니다~
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감사합니다~!!!
어제는 쓸쓸함이 가중되셨지요~^^?
그 집 족발이 맛있기는 한가 봐요~^^
@이븐파 ㅎㅎ 그 골목이 족발골목.
열심히 글 올리겠습니다 ㅎㅎ
@오분전 감사합니다~!!!
언어의 마술사 이십니다 .
어떻게 남의마음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연수좀 받을수 있는지요 ?ㅎㅎ
ㅎㅎㅎㅎ ~
그러니까 소썰이지요 ^^*~
내 마음을 비우고
잔잔하게 하면
거울에 비치지요 .
내 감정이 소용돌이치면 안 보일걸요 ~ 쉿 다 아는 특급비밀^^*
건강한 한주 되세요 *
진짜 같은 거짓말!
단짠단짠...
자꾸만 빠져 들어가네요.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별미지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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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어 주시고
댓글 올려주시니 더 힘이 납니다 ㅡ.
감사합니다 ^^*
오분전님 글을 읽으면 어느덧 빠져들게하는 마력이 느껴집니다. 다음편을 기대하는 한사람 추가합니다~^^
감사합니다 .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