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13일(금)■
(누가복음 16장)
1 또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떤 부자에게 청지기가 있는데 그가 주인의 소유를 낭비한다는 말이 그 주인에게 들린지라
2 주인이 그를 불러 이르되 내가 네게 대하여 들은 이 말이 어찌 됨이냐 네가 보던 일을 셈하라 청지기 직무를 계속하지 못하리라 하니
3 청지기가 속으로 이르되 주인이 내 직분을 빼앗으니 내가 무엇을 할까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 먹자니 부끄럽구나
4 내가 할 일을 알았도다 이렇게 하면 직분을 빼앗긴 후에 사람들이 나를 자기 집으로 영접하리라 하고
5 주인에게 빚진 자를 일일이 불러다가 먼저 온 자에게 이르되 네가 내 주인에게 얼마나 빚졌느냐
6 말하되 기름 백 말이니이다 이르되 여기 네 증서를 가지고 빨리 앉아 오십이라 쓰라 하고
7 또 다른 이에게 이르되 너는 얼마나 빚졌느냐 이르되 밀 백 석이니이다 이르되 여기 네 증서를 가지고 팔십이라 쓰라 하였는지라
8 주인이 이 옳지 않은 청지기가 일을 지혜 있게 하였으므로 칭찬하였으니 이 세대의 아들들이 자기 시대에 있어서는 빛의 아들들보다 더 지혜로움이니라
9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그리하면 그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주할 처소로 영접하리라
(묵상/눅 16:1-9)
◆ 불의한 청지기 비유
(1) 또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떤 부자에게 청지기가 있는데 그가 주인의 소유를 낭비한다는 말이 그 주인에게 들린지라
이 비유는 매우 특이해서 주석가들이 골머리를 앓는다. 왜냐하면 비유가 현실과 잘 안 들어맞기 때문이다.
자기 집 청지기가 자기 재산을 낭비해서 쫓아내려는 주인이라면, 이 청지기가 주인에게 빚진 자들을 멋대로 탕감해주는 것에 분노해야 맞다. 그것은 재산을 더 낭비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혜 있게 했다고 칭찬했다니 모순이다.
도대체 이 청지기가 주인에게 빚진 자를 제 권리를 이용해서 멋대로 탕감한 것이 칭찬할 만한 일인가? 이러니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눈치채야 한다. 이것은 어떤 현실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한 비유가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청지기와 부자를 빗대어 교훈하신 것이다.
◆ 청지기
(2) 주인이 그를 불러 이르되 내가 네게 대하여 들은 이 말이 어찌 됨이냐 네가 보던 일을 셈하라 청지기 직무를 계속하지 못하리라 하니
청지기란 우리말 사전에 의하면 양반집 수청방에 있으면서 잡일을 맡아보던 하인이다. 그는 주인의 재산이 자기 것인 양 제멋대로 낭비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주인이 그 직무를 그만하라고 하자 정신이 번쩍 났다. 이 모든 것이 자기 것이 아님을 비로소 실감했다.
돌아보면 우리 인생이 청지기와 같다.
내 재산, 내 자식, 내 회사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내 것이 없다. 어느 날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실 때, 나는 단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훌훌 벗은 몸으로 가야 한다.
◆ 칭찬
(8) 주인이 이 옳지 않은 청지기가 일을 지혜 있게 하였으므로 칭찬하였으니
당장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청지기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부끄럽다. 주인의 재산을 빼돌려서 어디 감출 곳도 없다. 그래보았자, 주인은 도로 회수해갈 것이다.
이때 청지기는 주인이 절대로 회수할 수 없는 곳으로 재산을 빼돌린다. 서둘러서 빚진 자들을 모아서 기름 백 말을 진 사람은 오십으로, 밀 백 석을 빚진 자에게는 팔십으로 탕감해준다. 이렇게 해서 얻은 환심은 주인이 절대로 회수할 수 없다. 이것은 청지기의 무형 재산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청지기는 정말 영약한 자며, 약삭빠른 자다.
주인이 이 청지기의 지혜를 칭찬했다고 함은 절대로 현실적인 설정이 아니다. 여기에서 '칭찬'이라고 사용된 헬라어 '에파이네오'는 하나님을 찬송하라(롬 15:11)에서 사용한 단어다. 물론 주님께서는 헬라어로 말씀하시지는 않았을 테지만, 제자들이 이렇게 번역함은 그렇게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 청지기의 지극히 영약함에 대해서는 감탄이 나올 법하긴 하지만, 격찬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재산을 낭비한 이 하인에게 분노해야 맞다.
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단어를 동원하여 칭찬했다고 함은 이 비유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일임을 암시하심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어떤 삶을 사는 것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지를 교훈하심이다.
◆ 지혜로운 자가 되려면
(8) 이 세대의 아들들이 자기 시대에 있어서는 빛의 아들들보다 더 지혜로움이니라
지혜란, 어떤 지식을 갖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용기 있게 실천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지진 날 것을 미리 아는 천재적 능력을 가졌어도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를 절대로 지혜롭다고 하지 않고 미련하다고 한다.
열 명의 들러리 처녀들은 신랑이 올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중에 오로지 다섯 명만이 기름을 준비해서 등불을 관리했다. 나머지 다섯 명은 기름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마지막 순간에 신랑을 맞이하지 못했다. 단순히 아는 것이 지혜가 아니라 준비하고 대처하는 것이 지혜다.
적어도 이 세상 사람들은 이 주식을 사면 몇 배로 뛸 것을 확신하면 바로 투자한다. 이 세대 사람들이 그 정도는 머리가 돌아간다. 그런데 성도라고 하는 자가, 그것도 천국을 확신한다고 하는 자가 천국에 보물을 쌓는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함은 둘 중 하나다. 믿지 않거나 미련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수많은 성도가 천국을 확신한다고 하면서도 천국에 보물을 쌓아두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로지 세상에서 쌓아두는 데만 열심이다. 이러니 주님께서도 이 세대의 아들들이 자기 시대에 있어서는 빛의 아들들보다 지혜롭다고 하신 것이다.
가끔 교인들 중에는 그저 이 세상에서만이라도 잘 살게 해주신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언뜻 보면 욕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사실은 믿음이 없는 것이다. 만일 천국을 확실히 믿는데도 그런 헛소리를 하면 이런 자들을 가리켜서 '미련한 자'라고 한다. 우리는 믿음으로 구원받았다는 말은 곧 천국의 소망으로도 구원받았다는 말과 같음을 기억하라(롬 8:24).
◆ 친구를 사귀라
(9)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그리하면 그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주할 처소로 영접하리라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고 하심은 각종 비리로 번 돈으로 사람들을 구제하라는 말씀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여기에서 불의의 재물이라고 하심은 내가 가진 재물이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 것임을 일깨우신 말씀이라고 본다. 마치 청지기가 주인의 재산을 자기 것인 양 여기는 것이 불의한 일인 것처럼 하나님의 것을 내 것으로 생각하는 한 그것은 불의한 재물이다. 우리는 헌금을 불의한 재물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하나님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재산이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인데, 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불의한 것임을 아는가? 그런 사고를 하는 한 내 재물은 절대로 깨끗한 것이 아니고 횡령한 것이며 불의한 것이다.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임을 인정하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으로 친구를 사귀라고 하신다. 이것은 우리가 재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정확히 지시하신다.
어려운 이웃을 구제하고, 형제 사랑을 실천하고, 하나님 나라 사역에 드려져야 한다.
구약 시대에는 첫 열매를 무조건 하나님께 드렸다. 그것은 자기에게 있는 모든 것이 하나님에게서 왔음을 인정하는 믿음의 고백이다.
여호와여 이제 내가 주께서 내게 주신 토지 소산의 맏물을 가져왔나이다(신 26:10)
우리가 사업을 하든, 월급을 타든 수입이 생기면 제일 먼저 헌금을 떼는 것은 이러한 믿음의 고백이다.
우리가 소망으로 구원 얻었다(롬 8:24)고 함은 천국을 확고히 믿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천국을 확고히 믿는다면 이 청지기처럼 행동해야 한다. 곧 땅의 재산을 하늘의 무형 재산으로 바꾸는 일이다. 친구를 사귀라는 말씀은 천국에 보물을 쌓아두라는 말씀이다. 한가지 유념할 것은 헌금을 올바로 사용하지 않는 교회에 헌금하는 것은 천국에 보물을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헌금을 많이 했지만, 천국에 가니 내 통장이 제로라면 어쩔 것인가?
청지기 일을 그만둘 때가 온다.
갑자기 올 수도 있고, 천천히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온다. 그때를 대비하자. 낭비하는 삶을 살지 말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투자하고, 형제들을 위해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자. 매일 부자들에게만 헌금하라고 비판하지 말고, 나 자신이 하늘에 보물을 쌓아두자.
주님,
적어도 세상 사람보다는 지혜롭기를 원합니다.
믿음이 있다고 하면서도 세상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가치관으로 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제 속에 있는 탐심과 세속적인 욕심에서 건져주시고, 진실한 믿음으로 살게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