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기계업계의 실적 부진 속에서도 함박웃음을 지은 농기계가 있다. 트랙터 가운데 경제형 모델이 그 주인공이다. 주요 기능은 그대로 둔 채 농가들이 잘 쓰지 않는 고급 사양을 떼어내고 가격을 일반 모델보다 20% 이상 낮춘 저가형·실속형 모델이 바로 경제형 모델이다.
이 같은 경제형 모델은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와 국내산 농산물 값 하락으로 농기계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업계가 자구책 마련 차원에서 출시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동공업은 이미 2013년 ‘저렴이 트랙터’ 3종(70·90·100마력대)으로 재미를 봤다. 시장 출시 첫해임에도 좋은 반응을 얻은 점 등을 감안, 2014년엔 56마력 트랙터 < RX560VC > 1종을 추가해 모두 4종의 경제형 모델을 판매했다. 설동욱 대동공업 마케팅팀장은 “소비자들로부터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꼭 필요한 기능만 탑재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며 “2014년 판매량이 2013년보다 55%나 많았다”고 밝혔다.
LS엠트론 역시 가격을 기존 제품보다 25% 낮춘 80~97마력대의 경제형 트랙터 < P7180~P7197 >을 지난해 출시했다. 농작업에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을 자동에서 수동으로 교체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을 내렸다. 지난해 시장의 뜨거운 반응으로 판매 목표를 달성한 만큼 올해는 판매 물량을 50%가량 늘릴 계획이다. 국제종합기계 또한 지난해 30마력짜리 소형 트랙터 < A3000 >을 998만원에 시장에 내놨다. 기능이 비슷한 타사 제품이 1600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35%가량이나 낮은 가격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배영욱 국제종합기계 기획팀장은 “귀농인들에게 특히 인기를 얻어 소형트랙터 판매량이 2013년보다 10배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가 경제형 모델로 영업실적을 크게 신장했다는 소식은 다른 업체들에게도 자극이 되고 있다. 지난해 경제형 모델을 내놓지 않았던 동양물산기업은 올해 90~100마력대 트랙터 < TX903S >와 < TX1003S >를 5090만원, 5690만원에 판매할 방침이다. 기존보다 각각 1400만원을 할인한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천만원의 목돈이 들어가는 농기계를 선뜻 구입하기 어려운 시장 분위기가 ‘옵션 뺀 기본형’ 제품에 대한 인기로 이어진 것 같다”며 “경제형 모델 출시 열풍과 소비자들의 관심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