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8편. 고수의 봄 밥상
따뜻한 봄볕이 나른하고 졸음이 쏟아지는 계절, 산과 들녘에는 쑥이며 달래, 냉이, 머위들이 지천이요~ 바다에는 톳, 미역, 쑥쑥 올라오니 봄의 기운을 차곡차곡 그러모은 봄나물 쓱쓱 비벼 한 그릇 비우면 왠지 내 몸의 봄도 깨어날 것만 같지 않은가~ 그 심신 설레게 하는 봄맛을 제대로 맛 보여줄 손맛 고수들을 찾아 나선 기행. 겨우내 움츠러든 몸과 마음 깨워줄 향긋한 봄 밥상 맛보러 떠나보자. 1부. 맛의 고수가 산다, 우도 -
봄 바다의 맛을 보기 위해 통영 우도로 떠난 지리산 시인 이원규 작가. 우도는 40여 명이 사는 작은 섬이지만 통영의 봄나물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맛의 고수들이 살고 있다. 우도의 유일한 밥집을 운영하는 강남연 씨는 사시사철 물때 맞춰 갯바위로 나가는데, 우도에선 부지런만 하면 먹을 게 지천에 있기 때문이다. 강남연씨를 따라 처음으로 바다 봄나물 가사리, 파래, 물미역 등 해초를 채취해본 산사람 이원규 시인. 갓 딴 재료로 뚝딱 만들어낸 해초비빔밥을 맛보곤 우도 봄 바다가 이 밥상에 다 올라와 있다며 감탄한다. 한편, 도시와 고향 우도를 오가며 지내는 민박집 주인 김흥순 씨는 텃밭에서 나물 뜯기가 한창이다. 봄이면 어김없이 먹게 되는 소울푸드 ‘너물밥’을 만들기 위해서인데, 나물과 해초를 넣고 고추장 대신 탕국으로 맛을 낸 통영식 비빔밥으로 제사, 생일, 잔치 등 특별한 날이면 밥상 위에서 빠지는 법이 없는 향토음식이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배운 솜씨 그대로 맛을 낸 김흥순씨의 너물밥까지 대접받고 그 순수한 맛에 매료된 이원규 시인. 맛이 고수들이 사는 섬 우도에서 즐기는
바다를 담은 봄 밥상을 만나보자. 2부. 스님, 밥 됩니까? - 봄이 되면 찾아오는 산사의 반가운 손님. 푸릇푸릇하게 솟아난 다양한 나물들은 봄이 수행자에게 건네는 최고의 선물이다. 전국의 사찰을 다니며 불교문화를 알리는 무여스님이 사찰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손맛 고수 스님들을 찾아 나섰다. 먼저 오래전 인연이 있던 경운스님의 보약 같은 음식을 맛보기 위해 봄비 내리는 날, 상주 함창관음사를 찾았는데, 주지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창 도량 정비 중인 경운스님을 도와 팬지, 데이지, 마가렛 등 예쁜 꽃을 심는다. 먼 길 찾아와 일손 도와준 반가운 무여스님을 위해 경운 스님이 준비한 봄 성찬. 생콩 가루로 영양을 더한 봄 향기 그윽한 쑥국과 함께 톡톡 터지는 연자육 밥에 고추장 대신 생 청국장을 넣은 비빔밥과 유자청 소스를 더한 채소 구이까지. 나른한 봄날 기력 북돋아 줄 경운 스님의 봄 공양을 함께 나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사찰음식의 대가 지견스님이 계시는 청주 월명사. 50년 된 ‘씨간장’으로 깊은 맛을 더한 간장과 6년간 숙성한 고추장으로 봄나물 음식을 차려낸다. 재료는 한정적일지언정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없다는 지견스님. 냉이를 표고버섯, 당근, 한천을 넣고 굳혀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냉이 묵’을 만들고 쑥은 쌀과 들깨를 이용해 ‘쑥죽’을 끓인다. 나물의 특별한 변신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맛있게 먹어주는 5분의 행복을 위해 힘든 줄 모르고 음식을 만든다는 지견스님. 그래서 사찰에서 음식을 하는 것은 나눔의 실천이란다. 푸릇푸릇 나물들이 고개 내미는 계절, 사찰음식 고수 스님들을 만난
무여스님이 전하는 봄날의 성찬을 함께 한다. 3부. 선도, 수선화 필 때면 -
신안의 작은 섬 선도. 봄이면 섬 전체가 노란 수선화로 물드는 꽃섬으로, 매년 봄마다 그 장관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섬 전체가 들썩인다. 육지와 단절되어 있는 섬이라 외지인이 오면 너무 반가워 말이라도 한 번 더 걸게 된다는 섬 주민 주현주씨. 1월부터 섬 주민이 모두 나서 정성껏 가꾼 수선화를 더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선도 수선화 명소 곳곳을 소개한다. 90에 가까운 할머니들도 꽃차 소믈리에 자격증을 딸만큼 온 섬 주민들이 힘을 합쳐 꽃피운 선도의 수선화 축제. 식당 하나 없는 작은 섬마을에서 전국에서 몰려드는 손님들 맞아야 하니 마을 대표 맛 고수 어머니들이 뭉쳐 임시 식당을 열었다. 선도에서 수선화만큼 유명한 건 바로 낙지! 밤새 선도 앞바다 갯벌에서 잡아 올린 낙지로 주현주씨를 비롯해 부녀회 어머니들이 솜씨를 발휘하는데. 부러운 봄 낙지 아낌없이 넣어 매콤하게 만든 낙지 덮밥과 새콤달콤 낙지 무침 만들어내고, 귀한 손님 올 때 내놓곤 했다는 선도만의 별미 돼지고기와 톳을 넣어 볶아 만든 톳밥까지. 노란 꽃이 만발한 섬 선도에서
수선화가 필 때만 맛볼 수 있는 향긋한 식탁을 만나본다.
4부. 내 동생 도림스님 -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김천에서도 골짜기 중에 골짜기라는 원황점마을을 찾은 사찰음식의 대가 도림스님. 길 끝에 닿은 곳은 마당에 성모상이 있는 속가의 언니 이선화씨의 집이다. 스님의 출가 전, 150년 넘는 독실한 천주교 집안으로 시집을 왔다는 언니 선화씨. 천주교 공소와 마주하며 신부님과 이웃으로 사는데, 도림스님과 함께 냉이 캐러 간 밭에서 김호균 신부님과 만났다. 같이 나물을 뜯고 함께 밥 한 끼 나누는데 도림 스님이 어릴 적 좋아하던 두부짜글이를 냉이 듬뿍 넣고 만드는 언니 선화씨. 갓 올라온 원추리와 망초대로 맛깔스럽게 나물 무쳐낸 도림스님의 솜씨에 김호균 신부님은 연신 감탄을 쏟아낸다. 사실 도림스님이 먼 길을 온 목적은 속가의 어머니를 만나러 가기 위함이다. 양봉을 하는 선화씨네 꿀을 넣은 벌꿀고추장과 보리쌀 대신 밀을 띄운 밀쌈장을 담고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시던 쑥개떡도 빚어 언니와 함께 고향집으로 향한다. 불가와 인연이었는지 옛날부터 지나가는 스님들에게 20여 년간 밥을 대접했다는 도림스님의 어머니. 부산 사찰에서 스님이 직접 캐서 준비해온 산야초로 국수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산야초된장국수를 정성껏 만드는데. 소중한 사람과 나누는 도림 스님의 마음의 밥상을 만나본다. 5부. 현희씨의 풀꽃 레시피 -
봄까치, 별꽃, 광대나물꽃 등 봄이면 뽑혀 버려지기 일쑤인 풀꽃이 알고 보면 다 먹을 수 있는 봄나물이라는 자연요리 연구가 김현희씨. 요리사로 도시에서 생활하며 우울증으로 지쳐있던 때 문득 마주친 바위틈의 제비꽃에 위안을 얻었다는 현희씨는 20여 년간 먹을 수 있는 풀꽃을 하나하나 찾아 음식을 만들어오고 있다. 10년 전부턴 전북 정읍으로 귀농해 엉겅퀴 농사까지 짓고 있는 김현희씨. 봄에는 여린 잎을 나물로 먹고 보라색 꽃부터 뿌리까지 음식 재료로 손색없는 풀꽃이란다. 산과 들녘 지천에 풀꽃이 움트는 봄날, 두 제자와 바구니 끼고 엉겅퀴 순과 풀꽃을 뜯어와 봄 밥상을 차리는 현희씨. 10년간 터 잡고 살던 마을을 떠나 정읍의 다른 마을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됐다는 현희씨는 엉겅퀴로 밥을 짓고, 엉겅퀴 소고기 말이 찜을 만들어 그동안 고마웠던 이웃을 초대해 함께 밥 한 끼 나누고, 새로운 마을에서 주민들과 엉겅퀴를 함께 심으며 고마리, 물냉이, 황새냉이 듬뿍 넣고 엉겅퀴 된장으로 쓱쓱 비벼 새참을 내놓는다. 작은 풀꽃은 자세히 오래 봐야 예쁘듯, 관심을 두고 알아보면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더없이 귀한 음식이 될 수 있다는 현희씨의 풀꽃 레시피를 들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