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력사를 공부하고, 문학을 공부하면서, "관동별곡"이니, "관서별곡"을 보았고, "관동팔경"이니, "관서출장 관동출상(關西出將 關東出相)"이란 말도 익히 알고 있다.
우리는 이 말에서, 조선이 대한민국으로 알고 있기에, 관동은 강원도와 함경남도 일부로 알고 있으며, 관서는 평안남도/북도로 알고 있다.
이렇다면 그 관동/관서의 관(關)이 있어야 할 곳은 "태백산맥"은 너무 남쪽으로 치우쳐 있고, "낭림산맥"은 너무 북쪽에 치우쳐 있어 경계가 될 수 없으며, "낭림산맥"의 남쪽과 그 어름에 있는 "마식령산맥(해발 788m)" 정도가 된다.
그러나 이것으로써 조선사에 나오는 관동/관서를 결코 충족시키지 못한다. 겨우 "대관령"(해발 852m)이란 말이 나오지만, 이것은 강원도와 경기도마저도 나누는 경계가 되지도 않으며, 겨우 강원도를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는데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서 잠깐 <독닙신문>(뎨팔호: 1896년 4월 23일 목요일)의 논설을 보자.
"근일에 챵의한다고 하는이들이 관동과 관셔에셔 각쳐에 글을 보내여 ... 죠션 사람의 마음은 약하고 다만 자긔 몸만 생각함이 만히 잇고 또 교휵이 업서 규칙과 법률을 직힐 줄 모르난고로 죠션 사람끼리는 서로 싸호고 싀기하며 강한쟈는 약한자를 압졔하고 셰 잇는쟈는 셰업는쟈를 업수히 넉이나 외국 사람을 대하면 병신들 갓치 행신하는고로 외국 사람들이 죠션을 업수히 넉임이라 그런 사람들을 밋고 대군쥬 폐하께셔 환어하신 후 무삼 변이든지 급한 일이 잇시면 그 군사와 그 신하이 대군쥬 폐하를 죽을 때까지 보호할는지 모르겟노라."
이 글을 읽으면 요즘 정치인들이 하는 행태와 매우 흡사함을 느끼게 한다. 요즘 정치를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하는 것인지, 그들을 뽑은 백성들이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여기서 "대군주"는 "황제"요, "고종"이다. 력사의 쟁점은 아관파천한 고종의 환어문제를 말한 것이다. 의병활동이 고종의 귀환에 지장을 준다고 했으니, <독닙신문>의 시각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아닌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고종과 국가를 위하여 일어난 것이 의병인데, 그 의병들이 일어난 곳이 "관동"과 "관서"라는 것이다.
진작 관동/관서라는 말을 <중국고금지명대사전>에서 보았어야 했다.
"관동"은 "函谷關以東 今河南山東等地是"라 했다. 즉 함곡관의 이동쪽으로 하남성/산동성 등지가 하남이다. 함곡관은 동관(潼關)이다.
"관서"는 "函谷關以西之地 今陝西甘肅二省也"라 했다. 즉 함곡관의 이서쪽으로 섬서성/감숙성이다.
그래서 관동/관서의 기준은 함곡관(函谷關), 즉 동관(潼關)이며, 그 기준되는 지리적 명칭이 명확히 나온다. 그러나 그 지리적 구분이 되는 것은 하남/산동과 섬서/감숙이 된다. 그것은 북남으로 흐르는 황화 내지는 려량산맥(呂梁山脈)이 된다. 이 지역이 강릉대도호부가 하슬라주/하서량(河西良)이라는 하서군(河西郡)이다.
<신증 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대관령"이 한반도로 엮어져 있지만, 그 내용을 읽어보면 한반도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즉,
"대관령: 녀진지역은 장백산에서 구불구불 비툴비툴 남쪽으로 뻗어내리면서 동햇가를 차지한 것이 몇 곳인지 모르나 이 嶺이 가장 높다.
...서거정이 ... 나는 생각건대, 우리나라 山水의 훌륭한 경치는 관동이 첫째이고, 관동에서 강릉이 제일이다"
여기서 대한민국 지리에서 보면, 대관령이 장백산에서 뻗어내린 것이 아니며, 장백산맥은 서남쪽에서 동북쪽, 또는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뻗어져 있으며, 그 중심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것은 백두산에서 남쪽으로 "마전령산맥"이다. 이곳은 낭림산맥과는 지리적으로 전혀 무관하다.
그러니 장백산에서 뻗어내렸다고 하는 말은 틀렸다. 그 재(嶺)가 가장 높다고 했는데, 대관령은 해발 862m에 지나지 않으며, 마전령산맥은 두류봉이 해발 2309m, 낭림산맥은 대흥산이 해발 2262m로 가장 높다. 함경남도 남부와 평안남도와의 경계가 되는 높은 산은 병풍산으로 해발 1353m이다.
그러나 장백산은 중국대륙에서는 백산/설산인 음산(陰山)이다. 그 남쪽으로 나란히 뻗어내린 것이 동쪽의 태행산맥이고 그 서쪽이 려량산맥이다. 그 관동의 기준이 되는 산맥이 후자이며, 그 끝자락이 황하를 건너 함곡관, 즉 관동에 닿는다.
이 산서성의 북쪽이 함경도요, 현도군이며, 그 남쪽이 강원도요, 림둔군이다.
력사의 뿌리는 이렇게 찾아야 한다. 그곳에 오대산(五臺山)이 있다. 이 오대산을 서쪽으로 흐르는 분수(汾水)가 곧 한수(漢水)이기도 하다. "漢水/漢江"은 그저 큰강일 뿐인 조선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했던 보통명사다.
그래서 <독닙신문>에 나온 "관동/관서"는 한반도에도 없는 곳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 중국대륙 산서성 서부와 그곳의 황하를 경계로 하여 그 동쪽 지역과 그 서쪽 지역을 구분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