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귀 해안으로 나가
일선학교에선 신학기가 시작된 삼월 초순 첫 주말을 넘긴 월요일이다. 아침나절 은행 창구와 할인매장에서 볼 일이 있어 집을 나섰다. 아파트단지와 인접한 농협을 찾았더니 업무 개시되기 전인데 긴 행렬이 있었다. 그들은 지자체에서 상권 활성화를 위해 판매한다는 상품권을 사려는 사람들이었다. 나도 얼떨결 그 줄에 동참해 20만원치를 샀더니 현금으로 2만원을 돌려받았다.
창원시청에서는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창원사랑 상품권을 발행한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지만 구매하기는 처음이었다. 우리 지역 공영 자전거인 ‘누비자’에 돈 전(錢)을 붙여 ‘누비전’이라 불렀다. 이미 올해 몇 차례 판매했다는데 인기가 있어서인지 오십 미터 가량의 줄에 대기한 인원이 백여 명 되어 보였다. 백수에게 하루 일당에 해당할 돈이 그저 생겨 득템(?)을 한 날이다.
농협 창구 일을 보고 시내 중심가 할인매장으로 나갔다. 시간이 일러 넓은 매장은 손님이 한산했다. 코로나 시대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 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3층 매장으로 올라가 내가 사려는 등산조끼와 모자를 하나 골랐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얇은 조끼와 모자가 필요할 듯해서다. 자차 운전도 아니고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니 걸어서 오갔기에 시간에 제법 걸렸다.
점심 식후 빈 배낭을 둘러메고 산책을 나섰다. 자연학교에선 등교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오후반 학생처럼 느긋했다. 창원실내수영장 맞은편에서 삼귀 해안으로 가는 216번 버스를 탔다. 승객은 두세 사람뿐이었다. 그곳까지는 걸어갈 수 없는 거리라 부득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버스는 내가 한때 근무했던 교육단지 들머리 충혼탑을 거쳐 삼동 교차로에서 공단지역을 통과했다.
버스는 신촌삼거리에서 양곡 아파트단지를 통과해서 봉암다리를 앞두고 해안을 따라 돌아갔다. 4부두를 지나니 탈원전 정책으로 인력과 산업시설이 망가진 두산중공업 공장이 나왔다. 원전 플랜트 발전기기를 만들어 해외까지 수출하던 산업 현장은 물론 원자력 학문마저 고사 직전이라 걱정이다. 차창밖엔 무학산과 마산 시가지 높고 낮은 건물이 드러나고 합포만엔 돝섬이 보였다.
버스가 마창대교 밑을 지나 석교 종점에서 내렸다. 합포만 바깥 진해 군항과 근접한 곳이라 찻길은 더 이상 해안으로 돌아갈 수 없는 데였다. 언덕 아래 작은 어촌과 횟집이 보였다. 마을 앞 바다는 합포만 들머리에 해당했다. 종점에서 마을과 바다를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려 귀산으로 향했다. 양곡에서 바다소리길을 걸어 참다래 농원으로 내려왔던 적이 몇 차례 있던 마을이었다.
귀산은 행정구역이 창원이라도 전형적인 시골이었다. 낮엔 인적이 뜸하고 밤이면 네온 빛을 볼 수 없는 외진 곳이다. 그나마 마창대교가 개통되면서 시내로 드나드는 나들목이 생겼다. 어촌인 석교와 달리 귀산은 농가가 많은 동네였다. 경작지는 밭이었는데 가뭄으로 작물은 생육이 부진했다. 확장 포장 공사를 끝낸 마을 안길을 거쳐 마창대교 나들목 부근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귀산에서 갯마을로 나오니 포구엔 조업을 나가지 않은 어선들이 묶여 있었다. 낚시에 맞지 않은 물때인지 낚시꾼은 한 명도 나오질 않았다. 물때가 맞으면 해안을 돌아가는 산책로엔 낚시꾼들이 빼곡한 날도 더러 봤다. 갯마을에서 용호마을로 가는 옛길을 따라 걸었다. 자동차나 사람이 다지질 않는 호젓한 길섶에 쑥이 보여 몇 줌 캤다. 마창대교 교각 밑까지 진출해 쑥을 캐 모았다.
마창대교 교각 아래서 합포만을 바라보니 돝섬과 마산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산책로를 따라 용호마을 쉼터에 이르러 봉지의 쑥을 꺼내 검불을 가렸다. 오후에 삼귀 갯가로 나와 서너 시간 산책을 하면서 캐 모은 쑥이었다. 삼귀 해안은 오염이나 매연으로부터 자유로운 청정지역이다. 검불을 가린 쑥을 배낭에 담아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 양곡과 공단을 거쳐 집으로 왔다. 22.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