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관하고 언론노조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선정위원으로 참여하는 '좋은 나쁜 방송보도ㆍ신문보도 선정위원회'에서 5월 한달 동안 방송과 신문의 모니터링 내용을 심의한 결과 2015년 5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ㆍ신문보도’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
나쁜 방송보도, TV조선
현영철 관련 TV조선 보도, 뉴스가치 떨어지는 황당한 내용 물량폭탄 보도
지난 5월 8일, 조선중앙TV 등 북한매체들이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하면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논란이 불거졌다. 5월 13일에는 국정원이 북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공개 처형되었다는 첩보를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발표했다. 북한의 무력도발과 정치적 불안정 등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은 철저한 검증과 분석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TV조선과 채널A는 국정원의 발표를 앵무새처럼 받아쓰기에 바빴고 심지어 정부 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보도로 위기감을 증폭시키기까지 했다. 북한 관련 보도에 치중된 보도량도 과연 이들 방송사가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고 있는지 의심케 했다. 이미 개국 직후부터 ‘북한 뉴스’냐는 비아냥을 사온 두 종편은 성완종 게이트, 공무원 연금 개혁, 메르스 사태 등 중대한 사안들이 산재해 있던 5월에도 북한 소식 전달에 열을 올린 것이다.
TV조선의 현영철 관련 보도, 이미 보도한 내용 반복 또 반복하여 국민을 우롱하는 수준
현영철 처형 관련 보도량을 살펴보면 TV조선이 24건으로 가장 많고, 채널A가 21건을 보도했다. JTBC의 2건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 하더라도 지상파 중 가장 많이 보도한 KBS의 14건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양이다.
특히 5월 19일 이후부터는 TV조선, 채널A, KBS 이외 방송에서는 관련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다. 이는 5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불참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으로 반쪽짜리가 된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성완종 게이트로부터 불거진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논란, 공무원 연금 개혁안 갈등, 메르스 첫 확진자 발생 등 중대한 현안들이 그 시기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요한 뉴스가 많은 시기에도 TV조선, 채널A, KBS는 꾸준하게 북한 뉴스를 상품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보도를 한 TV조선에 이렇게 많은 양을 쏟아낼만한 새로운 뉴스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TV조선은 같은 내용을 여러 보도에서 반복한다. 먼저 4건의 보도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의 숙청 사례를 반복적으로 설명하면서 총살된 사람의 수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최측근들도 숙청…극에 달한 공포정치>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총살된 간부는 2012년 3명, 2013년 30명, 2014년 31명이고, 올해는 현재까지 일반주민을 포함해 15명”이라 하더니 <북 현영철 ‘김정은 방러 협상 실패’로 질책>에서도 “정보당국은 김정은 집권 이후 3년 반 동안 총살된 간부 수를 70으로 파악”했다며 같은 내용을 말만 바꿔 보도했다. 현영철 처형의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되는 김정은의 방러 실패도 3건에서 반복되었다.
이런 식의 반복보도는 북한 정치 상황의 혼란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주게 된다. 제목에 ‘공포정치’가 언급된 보도도 5건이었다. 이 중 <“북한 공포정치 경악”…옛 스승들 초청>가 눈여겨 볼만 하다.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스승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며 박 대통령을 한껏 띄우더니 “북한 내부의 극도의 공포정치가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고 안팎에서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는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애국심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이라고 한 박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스승의 날에 참석하여 북한의 공포정치를 언급하며 교육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안보관을 강조한 박 대통령이나 그를 ‘스승의 날에 참석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띄워준 TV조선이나 모두 그 수준이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이렇게 북한의 숙청 사례나 규모, 그리고 공포정치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보도는 사실상 여론을 적대와 공포로 몰아보려는 시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현영철 고사총 처형 단언한 TV조선
TV조선은 기본적인 보도의 근거마저 제시하지 않은 채 현영철 처형을 보도하기도 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숙청과 고사총 처형은 5월 13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국정원이 보고했다. 숙청 사실과 처형 여부 논란은 모두 국회에 보고된 국정원의 첩보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TV조선의 현영철 관련보도 24건 중 첩보의 출처를 밝힌 보도는 단 한 건도 없다. 취재원과 뉴스의 출처를 밝히는 일은 보도의 기본인데도 이마저 지키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국정원마저 사실 여부를 확언하지 않은 고사총 처형까지 기정사실화했다. <대공화기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5/13, 서주민 기자)는 “국가정보원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바로 이곳에서 고사총으로 공개처형 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13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숙청된 지 열흘이 넘은 11일까지도 현영철이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점을 들어 처형 여부는 최종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도 제대로 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성택은 재판…현영철은 사흘만에 처형>(5/13, 박소영 기자)는 “처형도 전격적으로 처리”됐다며 단정하더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이 권력중독을 넘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증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런 단정적 태도는 채널A도 마찬가지이다. 채널A <졸면 죽는다? 불경죄로 ‘본보기 처형’> (5/13, 이용환 기자)는 “말대꾸를 여러번 했고, 꾸벅꾸벅 졸았다”는게 처형의 이유라고 밝힌 뒤 “불경죄로만 즉각 총살을 집행했다는 건 김정은 폭압 통치가 그만큼 심화된 것이라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총살을 기정사실로 인정했다.
이는 JTBC와 가장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JTBC<“북한군 2인자, 고사총 처형”>(5/13, 최종혁 기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소식은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나왔습니다”며 출처를 확실히 밝혔고 <‘현영철 숙청’ 의문투성이>(5/13, 7번째, 안의근 기자)는 “일각에서는 지난달 말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는 국정원 보고가 하루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뒤집히면서 국정원이 다소 설익은 첩보를 공개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며 현영철이 이틀 전까지 북한 매체에 등장한 사실을 들어 의문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낭설임을 뻔히 알면서 잔인한 IS 포로 영상까지 보도한 TV조선
이미 현영철 처형 관련 첫 보도부터 확실하지도 않은 고사총 처형을 기정사실화했던 TV조선은 5월 22일 낭설임이 뻔한 현영철 처형 동영상을 보도하기에 이른다. <‘현영철 처형영상’ 알고 보니>(5/22, 7번째, 정원석 기자)는 “요즘 카카오톡 같은 걸로 북한 현영철 처형 장면이라는 동영상이 급속히 유포되고 있습니다. 저도 받았는데, 끔찍합니다. 그런데, 고사포로 처형하는 사진은 맞지만 현영철을 처형하는 것은 아니고, 이슬람 무장세력 IS가 포로를 처형하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현영철은 아닙니다만 북한이나 IS나 잔인하기는 마찬가지네요”라는 장난스러운 앵커의 멘트로 시작한 뒤 IS의 포로 처형 영상의 일부를 화면에 내보낸다. 이어서 “IS 대원으로 추정되는 검은 복면을 쓴 인물이 알라신은 위대하다고 외치고, 무릎 꿇은 포로에게 고사포를 발사”했다며 영상 내용을 설명한다. “비행기를 요격하는 고사포를 사람에게 쓰는 잔인한 처형수법은 북한과 IS가 동일합니다”하다며 거듭 고사총 처형을 확언하기도 한다. 스스로 이 동영상이 웹상에 떠도는 낭설임을 인지하고도 굳이 잔인한 영상의 일부를 화면에 노출시키고 마치 그것이 현영철 처형과 같은 방식인 것처럼 선정적인 묘사를 보도하는 것은 공영성과 객관성이라는 언론의 사명에 완전히 어긋나는 행태이다. 이 영상은 지상파 3사와 종편 3사의 저녁종합뉴스를 통틀어 TV조선에서만 보도했다.
△ < TV조선 > ‘북 현영철 처형 영상’ 관련보도 화면 갈무리
북한 SLBM 발사 실험 성공보도, KBS와 채널A가 가장 많아
5월 8일 북한 매체는 SLBM 발사 실험이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사가 비중있게 보도했지만, 특히 KBS와 채널A가 많이 보도했다.
KBS의 경우 북한 관련 두 사안의 보도량 총계가 27건으로 TV조선 및 채널A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나마 보도내용에서는 TV조선과 채널A에 비해서 처형 사실을 단언하지 않았고, SLBM 발사를 잠수함이 아닌 바지선에서 했다는 의혹을 균형 있게 보도하였다. 그러나 KBS의 북한관련 보도량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그만큼 국내 주요 이슈에 소홀한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보인다. 한편 TV조선은 현영철 처형 관련 보도에서는 가장 많은 보도량을 나타냈지만 SLBM 발사 실험 보도는 6건에 그쳤다. TV조선은 5월 26까지 4일간 무려 20건의 보도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과 관련하여 노건호씨 정계 진출설, 추도사 작성 배후설, 친노 대 비노의 갈등 폭발 등을 집중 보도하느라 SLBM 발사 실험 보도에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TV조선은 꾸준히 세대 분열을 조장하며 여야의 합의안을 폄훼했던 공무원 연금 개혁안 보도에 치중하기도 했다.
채널A, 북한 기술 수준 극찬하기에 바빠
채널A의 SLBM 발사 실험 관련 보도가 나쁜 보도로 선정된 이유는 많은 보도량과 함께 내용의 문제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채널A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의 조작 가능성을 앞장서서 일축하며 성공의 증거를 포착했다는 내용을 방송사 중 유일하게 내놨다.
채널A는 심지어 SLBM의 핵 탑재 예상 기한을 우리 군의 예측보다 더 빠른 3~4년을 예상하는 분석을 전문가와의 대담 형식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채널A <‘SLBM증거’ 포착…엄포 아니었다>(5/26, 김성진 기자)는 미국 내에서 제기되어 꾸준히 논란이 된 ‘모의탄 발사설’, ‘잠수함이 아닌 바지선 발사설’ 등 북한의 조작 의혹을 단번에 일축했다. 잠수함이 잠항할 때만 보이는 수평타가 사진에서 보이고 함교의 수직 발사관을 열고 미사일 셀을 크레인으로 옮기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되는 등 “북한의 수중 미사일이 엄포나 조작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한 것이다.
△ < 채널A > ‘북 SLBM 증거 포착’ 관련보도 화면 갈무리
하지만 이런 확신은 <“바지선서 쐈다” VS "잠수함서 쐈다“>(5/13, 정동연 기자)에서 “북한이 발사 실험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한 뒤에야 SLBM의 진위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 했던 이전의 보도와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군다나 확신 보도를 한 바로 다음날 채널A는 <북 SLBM 발사 영상 짜집기 조작>(5/27, 손효주 기자)에서 “척 봐도 조악하기 이를 데 없는데요”라며 북한이 발사 실험 동영상이라 공개한 짜집기 영상을 보도해야 했다. 스스로의 확신이 하루만에 뒤집힌 것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과의 대담으로 이뤄진 <北, 동해서 KN-01 함대함 미사일 3발 발사>(5/9)에서는 양욱 위원이 북한의 SLBM으로 인해 “미군이 상륙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라며 전시상황을 묘사하더니 SLBM과 관련 없는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연대를 설명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역시 대담형식의 보도인 <[북한은 지금]“SLBM 장착 北 잠수함 단 1척”…위협 어느정도?>(5/11)에서 “저는 길어도 3~4년이면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며 우리 군이 4~5년으로 예상한 북한의 핵 탑재 잠수함 기술 개발을 1년 앞당기는 발언을 했다. 7분여의 시간동안 전문가의 입을 빌려 이렇게 전쟁 위협에 가까운 설명과 북한 군사력을 과대 해석하는 분석을 장황하게 내놓는 그 의도가 궁금할 따름이다. 현영철 관련 보도에서 TV조선이 그랬듯이 사실 관계 검증까지 외면하면서 국민들을 공포와 적대로 몰아넣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JTBC는 현영철 처형 관련 보도에서도 처형 진위 여부를 조목조목 따져봤듯이 SLBM에 대해서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JTBC <미 전문가 “바지선서 발사”>(5/13, 이주찬 기자)는 북한의 SLBM이 바지선에서 이뤄졌다는 미 전문가의 주장을 보도하고 “군 당국은 북한의 잠수함 기술수준 등과 관련해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소개했다. <논란의 ‘북 SLBM’ 개발 수준은?>(5/13)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실험이 발사 단계가 아닌 사출 단계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자기네의 어떤 새로운 억지력 또는 정치적 효과를 노린다는 이러한 어떤 군사무기의 하나의 국제정치적인 효과를 노리는 다른 목적”이 북한에게 있다는 거시적 관점의 평가도 내놓았다. 무조건 북한의 실험을 성공이라 확정하기 바빴던 채널A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확실하지 않은 고사총 처형 첩보를 확실시한 TV조선과 실험 동영상도 공개되기 전에 직접 실험 성공의 증거까지 제시한 채널A의 태도는 흡사 김정은의 확고한 통치력과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북한 매체와 닮아있다. 이런 비합리적인 보도의 목적이 국민의 관점을 왜곡시키는 것이든 공포감을 조장하는 것이든 이미 공영성과 객관성이라는 언론의 사명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것은 매한가지이다. 이에 민언련은 TV조선 ‘북 현영철 처형’ 관련 보도와 채널A의 ‘SLBM 발사 실험’ 관련 보도를 2015년 5월 ‘이 달의 나쁜 방송 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신문보도, 조선일보
국민대책회의부터 시행령까지 ‘세월호 참사’ 왜곡에 한도 끝도 없는 조선일보
이미 1년이 훌쩍 지나버린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총체적 무능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 수준의 밑바닥까지 드러냈다. 특히 1년이 지나도록 연일 세월호 참사를 왜곡하고 희생자를 모욕해 온 조선일보의 경우 반성은커녕 세월호 참사를 덮고자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조선일보의 왜곡‧편향 보도 목록은 전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최근의 것만 살펴봐도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는 정부의 배․보상안 발표는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천안함 사건 등 과거 대형 참사의 배․보상 규모를 비교(<세월호 배‧보상 1400억…유족 치료비 등 500억은 별도>(4/2)했다. 또 유가족의 삭발식에 대해서는 “불신의 수레바퀴”(4/3 <팔면봉>)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세월호 1주기 이후 희생자 가족 및 시민들의 집회에는 줄곧 폭력시위대나 배후 세력을 언급하며 시행령 폐기와 진상규명 목소리는 외면했다. 정부가 발표한 시행령 수정안은 적극 옹호하면서 그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이석태 특조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을 “세월호 조사 발목잡는 특조위”(<시행령 쟁점 보완에도… 특조위 단어만 바뀐 수준 거부>(4/30)로 규정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각종 세월호 참사 왜곡‧편향보도는 5월에도 이어졌다.
전방위 왜곡보도, 왜곡의 대상도 가지가지
5월 조선일보의 세월호 관련 보도는 총 41건이다. 민언련은 이중 왜곡‧편향 보도로 비판받을 여지가 있는 내용을 골랐는데 총 22건이 지적되었다. 조선일보 5월 세월호 보도의 53.7%를 차지한다. 사실상 단순보도 외에는 모두 왜곡‧편향 보도였던 셈이다.
5월 조선일보의 세월호 참사 보도는 왜곡 보도의 백화점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추모집회를 불법폭력시위로 모는 보도가 3건, 진상규명을 위해 분투하는 유가족에게 정치색을 입히거나 배상금을 운운하는 보도가 2건,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이하 국민대책회의)에 불순한 배후세력이 있다는 보도가 6건, 정부 측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하 시행령) 수정안이 특조위 요구대로 만들어졌다는 거짓 보도가 4건, 시행령 수정의 가능성을 열기 위해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일방적 비난이 7건이었다. 22건 중 7건은 주요 일간지 5개사 중 유일하게 조선일보만 부각시켜 보도한 악의적 보도에 해당했다.(표에서 강조 표시)
도 넘은 추모 시민과 유족에 대한 모욕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희생자 추모를 위해 희생가 가족과 시민들이 집회를 열 때마다 조선일보는 외면하거나 경찰과의 충돌만을 확대 해석하기에 바빴다. 5월 1일, 세월호 유가족 120여명이 참가하고 많은 추모시민들이 합류한 양대 노총의 노동절 집회에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시민들이 신고된 행진 방향이 아닌 청와대로 향한다는 이유로 차벽을 설치하고 캡사이신 물대포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시민 일부가 방패를 빼앗아 저항했고 30명이 연행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는 <또 도심 불법시위… 폭력으로 얼룩진 노동절>로서 제목에서부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함께 일방적 노동시장 유연화 철폐를 촉구한 집회를 불법과 폭력으로 매도하고 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 및 불법적 교통 CCTV 이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한 조신일보가 경찰에게 둘러쌓여 고립된 채 울부짖은 희생자 가족은 외면하고 또 다시 일부 시민의 행위만 부각시킨 것이다.
<세월호 집회로 구속된 50대, 전자발찌 차고 있었다>는 “세월호 관련 집회에 참가해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이모(55)씨가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 전력자인 것으로 7일 확인”됐다고 전했는데 이는 조선일보만이 보도한 사실이다. 만취 상태였다는 이모 씨가 의도를 가지고 집회에 참석한 것인지, 아니면 만취 상태에서 우연히 합류한 것인지에 대한 검증도 없이 세월호 집회가 성범죄자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식의 악의적 보도였다.
희생자 가족에 대한 모욕도 계속 되었다. 특히 <칼럼/유족도 한발 물러서야>는 노골적이었다. 칼럼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실종자 가족들과 정부가 “효율적인 실종자 수색 방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했다”며 운을 띄우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시 구조 당국은 즉각적인 수색을 요구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를 기상악화를 이유로 수차례 거부했고 수색 작업이 시작된 후에도 바지선을 타고 상황을 보겠다는 실종자 가족의 요청을 거부했다. 또 작년 12월 정부가 발족한 ‘세월호 선체 처리 기술 검토 TF’에 대해 “실종자 가족의 급한 마음이야 이해할 부분이 있지만 제대로 된 정부라면 기술상 여러 위험이 따르는 문제를 면밀한 검토도 없이 덜컥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기술검토 TF가 발족할 때 희생자 가족들이 논의 테이블에서 아예 배제되었음은 일절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 칼럼은 희생자 가족에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정부에 굴복을 요구한다’는 일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지 않으려면 이제는 차분히 진행 과정을 지켜보는 지혜와 인내가 필요”하다고 훈수를 두며 끝을 맺는다. 사실상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과 정부의 무책임한 명령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식의 일방적인 정부 편들기는 편향을 넘어 거짓말로 희생자 가족을 모욕하는 수준이다.
마녀사냥에 가까운 국민대책회의 관련 보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행동과 추모집회를 주도한 국민대책회의를 ‘좌파’, ‘외부세력’ 등의 용어를 써가며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행태도 이어졌다. 제목에서부터 집회 참가단체를 ‘외부단체’로 명명한 <세월호 시위 주도 외부단체 “제2의 5‧18…100만대군 만들어야”>는 5월 1일 광화문광장에서 경찰 규탄 집회를 연 시민들을 묘사하면서 “민주노총전국운수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코리아연대, 청년좌파, 좌파노동자회, 노동당 등 외부단체”라고 단체명을 열거하며 좌파와 노조를 부각시키기에 골몰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전후한 집회에서 불법행위로 소환조사를 받게 된 박래군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 소식을 전한 <세월호 불법시위 주도한 혐의 박래군씨 소환>은 2009년 용산참사 당시 범국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던 과거 경력을 언급했다. 그리고는 “이번에도 세월호 이슈를 대정부 투쟁의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며 경찰의 입장을 자세히 전했다. 같은 날 한겨레가 <경찰 출석요구를 메모지에…그것도 옆집에…>에서 출석 요구 메모를 본인이 아닌 옆집에 붙여놓는 등 박 위원장을 포함한 세월호 집회 관련 소환 조사 대상자에게 정식 소환 절차도 밟지 않는 경찰 행태에 “임의수사가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한 것과 대조적이다.
△ <조선일보> 5월 9일 ‘박래군씨 소환’ 관련기사 갈무리
△ <한겨레> 5월 9일 ‘박래군씨 소환’ 관련기사 갈무리
<사설/‘세월호 대책회의’에 웬 직업 운동가들만 잔뜩 모였나>는 4월 23일 희생자 부모가 폭도로 매도당하지 않게 해달라는 실종 학생 부모의 말을 인용하면서 박래군 위원장을 향해 “박씨처럼 오염된 단골 시위꾼”이라며 노골적인 인신공격을 했다. “좌파 운동가가 설치는 바람에 국민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고통과 아픔까지 순수하게 보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설에서 언급한 실종 학생 조은화 양의 어머니인 이금희 씨는 “언론이 한 번 그렇게 (폭도라고 규정하기) 시작하면 번지고 번질 거 아니예요?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요”라며 호소의 대상이 집회 참가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해왔던 조선일보임을 분명히 했다. 조선일보는 실종자 부모의 말까지 왜곡하면서 박래군씨 등 국민대책회의 단체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강조하는 것처럼 소위 ‘좌파단체’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추모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면 그 단체들은 오히려 그 수고로움에 보답을 받아야 마땅하다. 박래군 공동위원장이 과거에 용산참사에서도 철거민들의 생존을 위해 싸웠다면 그 또한 박수칠 일이지 정식 소환 절차도 무시한 경찰 수사를 달가워 할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 없이 진상규명과 추모를 위해 모인 수많은 시민들의 염원을 무시한 채 ‘좌파’, ‘외부단체’라는 용어로 마녀사냥에 몰두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셀프 조사’ 정부 시행령 옹호하고 수정 가능성에는 치를 떤 조선일보
5월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세월호 진상 규명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설치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은 4월 29일 해양수산부가 특조위 및 유가족 측에 “상당 부분 양보”했다며 내놓은 수정된 시행령이다. 시행령 원안은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이 진상규명·안전사회·피해자 지원 업무를 ‘기획 및 조정’하게 되어 있었고 파견부처 역시 조사 대상인 해수부였다. 참사의 원인 규명을 담당하는 조사1과장도 정부 파견 공무원이 맡게 되어있고 조사 범위는 정부조사결과 분석으로 제한되었다. 조사대상인 정부가 자신의 조사결과로 스스로를 조사하는 ‘셀프 조사’라는 비아냥이 쏟아졌고 특조위와 많은 시민들은 시행령 철폐를 촉구했다. 여론에 못 이긴 해수부가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문제가 되었던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의 명칭만 바꿨을 뿐 조사 1과장 민간인 배정, 각 소위원장의 독립적 권한, 제한 없는 안전 사회 건설 종합 대책 수립, 즉각적인 정원 확대 등 특조위의 독립성을 결정짓는 요구들은 묵살되었다. 특조위도 “말장난에 불과한 수정안”이라며 반발했고 5월 21일 시행령 자체 개정안을 의결했다. 누더기 시행령으로 인해 특조위가 공식 출범도 못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이 일었으니 5월 29일 공무원 연금 개혁안으로 협상 중이던 여야가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한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의 부적절한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처리결과를 국회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법권 남용, 위헌이라는 청와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6월 15일 야당이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정부의 시행령 수정안과 여야의 국회법 수정안에 대해 조선일보는 청와대와 똑같은 입장을 되풀이하며 정권의 나팔수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세월호법 시행령 의결…유족‧특조위측 요구 70% 반영>은 5월 6일 시행령 수정안 의결 소식을 전하면서 “정부의 원안에 유족과 특조위 측이 요구해온 10가지 사항 가운데 7가지를 반영했다”며 생색을 냈다. “기획조정실은 행정지원실로 격하”되었다며 명칭 변화를 지위의 ‘격하’인 것으로 포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 조사1과장의 민간인 선임, 각 소위원장의 독립적 권한 등 특조위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명칭 변화나 공무원 수의 감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행령 수정에 가능성을 연 여야의 국회법 개정안 합의에 대해서도 ‘입법부 독재’, ‘위헌’ 등 청와대의 입장을 대변하는 비판이 쏟아졌다.
△ <조선일보> 관련 기사 갈무리
<‘입법부 독재’>는 “상당수 전문가”의 말이라며 “이런 식으로 나가면 자칫 ‘입법부 독재’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일각의 의견을 전했다. 이어서 “국회가 고치는 게 좋다고 권고할 수는 있지만 정부가 이를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위헌”이라는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의 말도 인용했다. 국회법 개정안 협상을 주도한 여야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이종걸 드러눕기식 협상, 野 신뢰도 떨어뜨려”>는 “연금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세월호 문제를 끌어들였고 이를 위해 개정한 국회법은 위헌적 법률이라는 비난을 받았다”며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유승민, 야당과 협상 때마다 ‘혹’ 달고와… 당내선 불만도>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향한 “유 원내대표가 합의만 하면 희한하게 여당이 욕을 먹게 된다”는 당내의 비아냥을 보도했다. 심지어 <사설/과장 인사 개입한 국회나 의원을 특보로 쓴 靑, 뭐가 다른가>에서는 “더 한심한 건 여야가 세월호조사위의 과장 한 명을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꾸려고 세월호법 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 뒀다”며 제대로 된 특조위 출범을 위한 시도를 ‘한심’하다고 폄훼하기까지 했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그동안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행정 권한과 법안 발의가 행정부에 쏠려 입법부가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는 한국 정치의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시발점이다. 한겨레는 <꼬리가 몸통 흔드는 법 ‘법 위의 시행령’ 남용 쐐기>(5/30, 7면, 이승준 기자)에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예로 들면서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어 상위 법의 취지를 훼손했던 사례를 지적했다. 그리고 “대통령령도 법률의 범위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헌법의 명령”이라며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 권한을 강조한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의견을 전했다. 꼭 법리를 따지지 않더라도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국회법 개정은 가치가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일방적으로 정부의 시행령 수정안을 편들더니 여야의 국회법 개정안 합의를 졸속‧야합으로 폄훼했다. 특조위 조사1과장 민간인 배정이라는 목표에 ‘한심하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동안 유가족을 모욕하고 진상규명과 선체인양이라는 절실한 요구를 외면했으며 국민대책회의를 좌파로 몰기 바빴던 조선일보는 왜곡‧편향보도를 멈추지 않은 것이다. 민언련은 1년이 훌쩍 지나도록 반성은커녕 여전히 진실을 호도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도에만 열중한 조선일보 ‘세월호 참사 왜곡보도’ 관련기사 22건을 2015년 5월 이 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