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JN0bbVBSWwI&ab_channel=VaticanNews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세워진 성탄 구유와 성탄 나무 점등식
성탄 구유의 밝은 조명이 큰 나무 조각상들의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는 가운데 거대한 전나무의 점등식 행사가 이어졌다. 12월 3일, 궂은 날씨 때문에 점등식 행사는 바오로 6세 홀에서 진행됐으나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심장한 광경을 선물했다. 기쁨의 분위기에 취한 이들이 평화와 형제애의 상징이 깃든 성탄에 대한 기대와 다시 태어남의 열망을 드러냈다.
Adriana Masotti / 번역 이창욱
12월 3일 성 베드로 광장에 설치된 성탄 구유 축복식과 성탄 나무의 점등식 행사가 악천후로 바오로 6세 홀에서 진행됐다. 많은 비가 내린 뒤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이미 어둠이 깔렸음에도 의미심장한 순간에 동참하기 위해 몇몇 사람들이 여전히 부분적으로 가려진 성탄 구유와 성탄 나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바티칸 시국 총리 페르난도 베르헤스 알사가(Fernando Vérgez Alzaga) 추기경이 점등식 예식을 주례했다. 이날 행사에는 바티칸 시국 행정부 사무총장 라파엘라 페트리니(Raffaella Petrini) 수녀, 성탄 구유를 가져온 프리울리 지역의 ‘수트리오’ 대표단, 성탄 나무로 쓰일 희고 큰 전나무를 가져온 아브루초 지역의 ‘로셀로’ 대표단이 참석했다. 이날 오전 그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며 선물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이날 알현에는 올해 바오로 6세 홀에 설치된 구유를 제공한 과테말라 정부 대표단도 참석했다. 형형색색의 대형 천과 나무 조각상으로 표현된 성탄 구유는 과테말라 전통 장인이 만든 성가정과 세 천사로 구성돼 있다.
성찰과 성탄 음악이 어우러진 행사
성탄 구유 축복식과 성탄 나무 점등식 행사는 바티칸 시국 국가헌병대 군악대의 바티칸 시국의 국가(國歌)로 시작됐다. 이어 페르난도 베르헤스 알사가 추기경이 인사말을 통해 올해 성탄 구유와 성탄 나무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두 곳 모두 산악으로 형성된 비슷한 두 지역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하며, 두 지역 공동체가 천사의 예고와 성탄이 지닌 매력과 깊은 의미를 생생하게 간직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성탄 구유와 몇몇 인물의 특징 및 구유 나무에 대해 설명하며, 성탄 나무 장식은 젊은이들과 노인들이 뛰어난 솜씨와 상상력으로 함께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주님 탄생의 기쁜 소식을 모든 곳에 전하도록 초대하고, 사랑이 폭력을 대체하기를 기원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각계 대표단의 인사
대표단이 인사할 때가 되자 가장 먼저 마리오 부카로 플로레스 과테말라 외교장관이 나섰다. 그는 교황에게 드린 성탄 구유를 통해 자국의 예술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며, 이 선물에 종교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교황의 헌신에 대한 과테말라의 관심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우디네대교구장 안드레아 브루노 마초카토(Andrea Bruno Mazzocato) 대주교를 대신해 수트리오 본당 사제 해리 델라 피에트라 신부가 발언했다. 그는 하느님의 아드님의 육화 신비를 상기시키는 구유의 중요성을 떠올렸다. 그는 이날 오전 알현을 통해 교황이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작은 이로 만드셨다고 말했다면서, 하느님을 만나려면 우리도 작은 이들이 돼야 하고 다른 이들에게 가까운 이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탄 구유를 기증했던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 주의 마시모 페드리가 주지사에게 구유는 수차례 고통을 겪었고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회복력 있는 공동체 전체의 협력을 나타내는 표징이었다. 그는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 주에 혹독한 피해를 입힌 지진, 코로나19, 4년 전 숲과 산림을 황폐화시킨 태풍 바이아를 언급했다. 그는 구유를 만들기 위해 태풍의 잔해를 모아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땅에서 뿌리째 뽑힌 나무의 뿌리가 성탄 구유의 요람이 된 것이다. 끝으로 수트리오 코무네의 마티아 만리오 시장은 이전 세대에서 물려받은 풍부한 경험의 유산을 허비하지 않고 공동체를 생생하게 보존할 수 있었던 목공예의 위대한 전통을 강조했다.
불을 밝힌 성탄 구유와 성탄 나무
아브로초 주의 로셀로 지역 대표단의 차례가 되자, 트리벤토교구장 클라우디오 팔룸보(Claudio Palumbo) 주교가 뿌리와 관상이라는 두 단어를 꺼냈다. 첫 번째 단어인 뿌리는 땅과의 유대를 뜻하고 두 번째 단어인 관상은 구유를 관상함으로써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기에, 두 가지 모두 예수님 안에서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이 두 가지는 서로를 비옥하게 하고 오늘날 세상이 그토록 필요로 하는 삶의 충만한 의미를 부여한다. 로셀로의 알레시오 모나코 시장은 시설의 청소년들,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는 노인들, 일부 학교의 학생들이 함께 모여 성탄 나무 장식을 만든 일이 포용의 좋은 기회였다고 강조하며, 아브루초 마을에서 살아 숨쉬는 활기찬 공동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나무 조각상으로 꾸며진 성탄 구유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는 바오로 6세 홀의 행사를 마무리하는 책임을 맡았다. 페트리니 수녀는 연설에서 성탄을 축일 중의 축일로 여기며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성녀 클라라를 떠올렸다. 이어 성탄은 인간을 향한 하느님 사랑의 증거인 반면, 나무는 영원한 생명과 부활의 희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전나무를 기증한 바비에라 순례자들에게 했던 연설을 인용했다. “성탄절에는 천사가 베들레헴의 목동들에게 전한 기쁜 소식이 곳곳에 울려 퍼집니다. (...) 복음은 그 목자들이 큰 빛에 둘러싸였다고 말합니다. 오늘날에도 예수님께서는 인류에게 눈부시게 빛나는 신성한 빛의 기쁨을 가져다 주시려고 계속해서 오류와 죄의 어둠을 몰아내고 계십니다. 그 눈부신 빛의 구유 나무는 상징이자 호소입니다. 그분의 진리의 빛이 우리를 감싸도록 내어 맡깁시다.” 페트리니 수녀는 우리도 성탄의 빛에 둘러싸이도록 내어 맡기자고 되풀이하며, 이 시기에 다시 태어남의 느낌과 형제애에 대한 열망이 우리와 함께하기를 바라자고 초대했다.
수트리오의 나무로 만든 구유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 주 전역 출신의 11명의 나무 조각가와 예술가들은 지난 2년 동안 성탄 구유를 조각하는 데 헌신했으며 마침내 이날 축복식을 하게 됐다. 116제곱미터의 면적에 배치된 성탄 구유는 50개의 조명으로 환하게 밝혀진 18개의 조각상이 있으며, 위쪽에 천사를 배치한 동굴의 높이는 7미터에 이른다. 구유는 지속 가능성의 가치에 초점을 맞췄으며, 삼나무 조각상과 24세제곱미터의 낙엽송으로 만들어진 구조를 위해 불필요한 다른 나무를 한 그루도 자르지 않았다. 돔 모양의 성탄 구유 가운데에 성가정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주위에는 구유의 인물 외에도 일반인들을 나타내는 실물 크기의 인물들이 배치돼 있다. 그 중 카르니아의 전형적인 여성 직업인 방적공, 수트리오 지역의 모든 장인을 기리기 위해 벤치에서 일하는 목수가 있다. 양 두 마리를 옆에 둔 목동과 순회 상인의 고대 직업을 대표하는 카라반 그리고 산에서 여성들이 사용하는 고전적인 등짐 바구니인 옹구가 놓여있다. 또한 상징적 인물 두 명도 있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동굴을 향해 여정을 다시 이어갈 수 있게 일어나도록 도와준다. 그는 산과 같은 환경에서 무엇보다 실천의 연대를 떠올린다. 마지막으로 동방박사들을 빼놓을 수 없다.
성탄 나무
약 30미터 높이의 흰색 전나무를 가져온 키에티 지방의 로셀로는 몰리세와의 경계에 위치한 인구 182명에 불과한 작은 산간 마을이다. 이 마을의 기원은 중세시대 베네딕토 수도회 산 조반니 인 베르데 대수도원의 수사들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은 이탈리아에서 전나무 군락지로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이 지역에서 가져온 흰색 전나무는 거의 54미터의 높이에 육박한다. 성탄 나무 장식은 “라 콰드라폴리오(La Quadrifoglio)” 정신질환 재활시설의 청소년들이 만들었다. 이 시설에서 로셀로의 사회 조직망에 잘 통합될 수 있도록 돌봄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은 일상생활에서 최대한의 자율성을 달성하기 위한 개별 재활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2023년 1월 8일까지 모두를 위한 선물
성탄 나무와 성탄 구유는 바오로 6세 홀에 설치된 것처럼 성 베드로 광장에도 성탄 시기가 끝날 때까지, 곧 주님 세례 축일인 오는 1월 8일까지 계속 전시될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로마인들 그리고 광장을 지나거나 교황의 일반알현에 참석하는 수많은 관광객 및 순례자들에게 매력 포인트를 대표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