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성모 신심) 믿고 묵상하기
어제(7일) 국가 폭력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을 대접하고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해서 그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번 오찬 간담회는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국가 폭력 피해자들의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고, 그들의 치유와 명예 회복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했다. 헌법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고(제34조 6항)’ ‘재외국민까지 보호해야 한다고 돼 있다.(제2조 2항) 그래서 대통령이 언급한 과거 사건들,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사건', '전교조 해직 사건', '삼청교육대 사건', '서산개척단 사건', '사북 사건', '납북귀환어부 사건' 등, 그 당시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큰 잘못을 저질러 그런 벌을 받는 줄 알았다. 어렸을 때는 국가가 그런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을 좀 살아보니 믿을만한 사람, 믿고 맡길 권위가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는 정말이지, 하느님만 믿고 살아야겠다.
누구를, 혹은 무엇을 믿는다는 건 그에게 내 삶을 맡긴다는 뜻이다. 그가 나를 조종하고 이용해 먹고 극단적으로 나를 노예로 부린다면 그를 절대로 믿지 않는다. 내가 하느님을 믿는 건 그분이 외아들을 내어주기까지 구제 불능 죄인인 나를 사랑하신다는 걸 들어 알기 때문이다. ‘외아들을 내어주는 아버지’는 우리가 만들어낸 극단적인 표현이다. 자기 목숨을 바치는 사랑까지만 알아듣는 우리에게 그런 아버지가 우리 하느님이라는 사실은 믿음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믿었던 국가, 교회, 그리고 성직자 수도자에게 상처 입은 이들은 영원한 마음의 고향은 하느님밖에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강생구속, 하느님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를 구원하셨다. 당신을 제물로 내놓으셔서 우리를 죄의 노예 생활에서 해방하셨다. 이게 우리 믿음이다. 말은 아주 간단하지만 어디 하나 쉽게 알아들을 만한 내용은 없다. 우리 믿음은 처음부터 위에서 내려와 우리에게 주어진 것, 즉 계시이다. 우리가 연구하고 찾아낸 진리가 아니다. 우리는 이 계시를 믿으라고 초대받았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 참 하느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예수님, 그분은 이 세상에 사실 때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당신을 믿고 신뢰할 것을 요구하셨다. 그렇게 믿었던 이들에게는 기적이 일어났는데, 그것은 하늘나라에서나 있는 일, 모든 이가 온전하게 되는 일이었다. 인간의 언어와 생각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신비라서 그것을 믿음으로써만 하늘나라가 우리에게 사실,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분에게 내 삶 전체를 내어 맡긴다. 배신과 상처를 많이 받아서 그게 쉽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그분을 믿어야 한다. 십자고상을 바라보며 하느님을 믿는다. 눈에 보이지 않고 다 알아들을 수 없는 하느님을 사랑한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지만, 성모님은 요아킴과 안나 성인의 딸이다. 어머니가 내가 주례하는 미사에 참례하시더니 그러셨다. ‘이제는 걱정하지 않게 됐다고.’ 출가해서 사제가 됐어도 당신에게는 여전히 보살펴줘야 하는 아들이었었던 거 같다. 성모님도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예수님을 아들이 아니라 구세주로 믿게 되셨을 거다. 아드님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일들을, 천사들이 목동들에게 그 탄생 소식을 알리고, 성전에서 사흘 만에 되찾은 아들이 한 말, 특히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 대신 그분은 그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셨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하느님이 어떻게 사람이 되고, 그분이 왜 살해당해야 했는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나. 똑똑한 신학자들이 설명하는데, 솔직히 머리만 아프고 졸리다. 그냥 믿고 강생구속의 신비를 자주 생각하고 마음에 되새긴다. 그렇게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불안하게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거다. 내 삶은 하느님이 쓰시는 내 구원의 역사다. 굽은 자로 직선을 그으시는 하느님을 믿고 그분의 섭리에 자신을 내어 맡긴다.
예수님, 주님은 구세주 하느님, 오늘도 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십니다. 죽음과 불의 세상 한복판에 영원한 나라로 이르는 길을 알려주십니다. 주님을 믿지 않으면, 주님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제 영혼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 이콘 앞에서 강생구속의 신비를 묵상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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