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무서운 인공지능(AI)
똑똑해진 인공지능 “2045년이면 인간 지능 초월”
日 소프트뱅크 개발 감정인식 로봇
英 IP 소프트 로봇 일자리 테스트 중, 인공지능 해악·부작용 경계해야
4000개의 중앙처리장치를 연결한 슈퍼컴퓨터로 개발한 최강의 포커 프로그램 ‘케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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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자신만 볼 수 있는 카드 두 장(홀 카드)을 받는다. 이후 게임판 중앙에 모두가 볼 수 있는 카드(커뮤니티 카드)가 깔린다. 커뮤니티 카드는 게임 진행에 따라 3장, 1장, 1장 순서로 공개된다. 순차적으로 공개되는 커뮤니티 카드와 자신의 홀 카드 2장을 결합해서 가장 좋은 패가 나온 사람이 승리한다.
‘테란의 황제’로 불리는 프로게이머 임요환이 2013년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전향하면서 선택해 화제를 모았던 ‘텍사스 홀덤’ 포커의 규칙이다. 이 게임은 참가자가 네 명일 경우 경우의 수가 무려 32조(兆) 개가 생길 정도로 복잡한 것이 특징이다. 자신의 승률을 예측할 수 있는 ‘카드 카운팅’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확률보다는 심리전에 가까운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허풍과 감정표현, 속임수 등으로 상대방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발달해도 이 게임으로 인간을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지금까지 학계의 정설이다.
※100% 승리 포커 프로그램 가능
하지만, 이 같은 정설이 틀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캐나다 앨버타대 마이클 보울링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스스로 포커 게임을 배워 절대 지지 않는 ‘포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4000개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연결한 슈퍼컴퓨터로 최강의 포커 프로그램 ‘케페우스(Cepheus)’를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케페우스는 데이터베이스(DB)를 검토해 효율적인 답을 찾아냈던 기존 AI와는 다르다. 단순히 승산이 높은 확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거듭하면서 상대방의 심리를 고려하는 학습 요소도 들어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카드가 좋아도 아닌 척 반응해 상대방이 많은 돈을 걸도록 유도한다. 상대방이 좋은 카드일 확률이 낮은 상황에서 돈을 걸면 허세를 부리는 블러핑으로 판단하고 역공에 나선다. 이미 연구진이 개설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수많은 도전자가 케페우스에 도전했지만 대부분 30게임 전에 돈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체스 챔피언 꺾어
AI가 인간을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IBM의 슈퍼컴퓨터 ‘딥 블루(Deep Blue)’는 이미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를 꺾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딥 블루는 상대방이 놓은 수(手)에 따라 저장된 100년간의 체스게임 결과를 검색, 자신의 수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승리했다.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도 2011년 CBS TV의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 역대 챔피언들을 물리쳤다.
인간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AI도 등장했다. 지난 6월 러시아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유진 구스트만’은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하는지 측정하는 ‘튜링 테스트’를 최초로 통과했다. ‘유진 구스트만’과 5분 동안 대화를 나눴던 심사위원 30명 중 10명이 컴퓨터인지 인간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연구가이자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AI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AI에 대한 두려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2) 박사 등이 속한 연구자 모임인 ‘삶의 미래 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 회원 150여 명은 인류의 해악이 되지 않도록 AI를 연구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이들은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공개편지로 “AI가 끼칠지 모르는 잠재적 해악을 피하면서 그것이 가져다줄 혜택들을 어떻게 거둬들일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전기차 ‘테슬라’ 창업자 엘런 머스크는 “AI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SF영화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에서 그린 ‘디스토피아(dystopia)’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공포는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다. 일자리를 놓고 인간과 AI의 경쟁이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감정인식 로봇 ‘페퍼’는 지난달부터 네스카페 커피머신 판매점에서 고객서비스를 대신하고 있다. 영국의 IP 소프트가 개발 중인 인공지능 ‘아멜리아’도 콜센터 안내원을 대신하기 위해 테스트 중이다.
케페우스가 상용화되면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나선 임요환의 일자리도 위태롭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기사를 쓰는 AI가 이미 등장했다는 공포(?)스러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이국명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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