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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본오동 성당 추모 음악회
세월호 참사 10주기. 한국 천주교회가 주교회의와 각 교구에서 10주기 추모와 기억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가장 먼저 수원교구는 12일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이용훈 주교, 이성효 주교, 문희종 주교를 비롯한 교구 사제단이 함께 집전했고, 신학생, 수도자, 신자 등 2000여 명이 모였다.
10년 전 성주간 수요일 아침의 비극과 10년의 고통
이용훈 주교는 10년 전 오전 접한 비보, 그날 이후 겪었던 깊은 슬픔과 한탄, 다른 한편, “잊으라”는 말과 혐오에 고통받은 가족들의 아픔을 기억한다며, “올해 초 세월호 관련 단체와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 긴 시간의 고단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우리 교회가 곁에서 함께했고, 앞으로도 함께하겠다고 했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고통은 그 어떤 것으로도 위로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무엇보다 참사 직후부터 오늘까지 이어지는 일부 극우 단체의 모욕, 냉대를 겪어 온 가족들의 고통을 언급하고, “마치 예루살렘 입성 전에 자신들의 기대에 어긋나자 돌변하여 예수님을 향해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치던 유다 군중들의 모습처럼 눈물을 닦아 주던 이들 가운데 일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극도의 증오심을 드러내며 모욕적인 언사를 쏟아내고, 유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산산히 조아냈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생명의 나라, 하느님나라로 데려갔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위로하는 한편, 이후에 연이어 벌어진 또 다른 참사들에 대해 말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희생된 이들과 부상자들을 언급하고, “세월호 참사 뒤, 안전과 생명에 대한 인식과 안전에 대한 인식의 저변 확대,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과제가 우리에게 남아 있다”고 다시 강조했다.
이 주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의 핵심 주제는 기억과 다짐이다. 시민사회와 함께 교회 역시 희생자들과 유가족, 생존자들을 위로하고 그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그들 곁에 함께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며, “유가족과 우리 모두의 바람대로 하루빨리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안전한 사회를 위한 교육의 장이 마련될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한다”고 말했다.
4월 12일 수원교구는 주교와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세월호 10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내 친구 성호야, 사랑한다”
“지금은 좀 괜찮아졌을까 스스로 물어보지만 여전히 너무나 많은 것이 그대로라는 것을 볼 때면 차가웠던 겨울 밤공기 안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따스한 봄기운에도 덜컥 슬픔이 먼저 찾아오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내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는 걸 알게 돼.... 비록 상처가 아물지는 않았다고 해도 너와의 소중한 시간들을 슬픔 때문에 망쳐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소중함을 쭉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돼. 너를 평생 기억할 수밖에 없는 나인 만큼 너와 다시 만날 그날을 떠올리면서 어쩌면 너의 동기가 되었을 내 소중한 동기들을 더 사랑하고 세월을 잃지 않고 기억하는 많은 사람에게 더 감사하면서 너가 그토록 사랑하는 하늘을 또다시 사랑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내가 더욱더 사랑하도록 노력할게.”(수원교구 심기윤 부제)
이날 미사에는 단원고 희생자 박성호 학생의 친구 심기윤 부제가 추모 글을 띄웠다. 박성호 학생과 함께 사제의 꿈을 키웠던 그는 2016년 바람대로 신학교에 입학했고 부제가 됐다.
그는 친구를 잃은 아픔, 여전히 참사 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세상으로 힘들었지만, 친구에 대한 기억과 사랑으로 더 많은 이에게 하느님의 위로와 사랑을 전하며 살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이날 미사에는 교구 신자, 신학생, 수도자 등 2000여 명이 참여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했다. ⓒ정현진 기자
“왜 구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은 해결되지 않았다”
안산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흩어져 있는 아이들이 돌아오도록
단원고 희생자 신호성 학생의 어머니 정부자 씨(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는 지난 10년은 평범하게 살던 엄마, 아빠이자 시민이었던 이들이 자식들이 왜 죽었는지 묻고 다녔던 시간이라며,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를 제발 가르쳐 달라고 했지만 지금 현재까지도 밝혀진 것은 없고, 세월호 참사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희생된 아이들은 부모와 친구들이 살고 있는 안산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8곳에 흩어져 있다면서, 약속됐던 생명안전공원이 건립돼 아이들이 편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추모 공간이 마련될 안산 생명안전공원은 올해 4월에 완공 예정이었지만, 부지가 확보되었음에도 물가 상승, 행정적 절차 등으로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정부자 씨는 사과는커녕 유가족들을 사찰하고 진상규명의 요구에 혐오로 대응하는 현실에 여전히 상처받는 가족들의 처지를 토로하고, “세월호 참사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 아이들을 안산으로 올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수원교구는 추모 미사에 이어 19일 저녁 8시 본오동 성당에서 세월호 10주기 추모 음악회를 연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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