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 소유면서 영국이 아닌 섬 Isle of Man
그리고 Bee Gees]
아이리시해 한가운데,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자리한 작은 섬 아일 오브 맨(Isle of Man). 지도 위에서는 손톱만큼 작아 보이지만, 그 역사를 들여다보면 북유럽과 켈트, 영국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Isle of Man 크기와 인구
면적: 약 572 km²
인구: 약 8만 5천 명 (2025년 기준 추정)
서울과 비교
서울 면적: 약 605 km²
Isle of Man의 면적은 서울보다 약간 작다(서울의 약 95%)
약 8천 년 전 빙하가 녹으면서 대륙과 떨어져 섬이 된 아일 오브 맨에는 초기 인류가 정착하며 농경과 무덤 문화가 자리 잡았다. 섬 곳곳에는 지금도 거석 유적이 남아 있다. 이후 켈트 문화의 흔적과 함께 오검 문자 비문이 발견되며, 9세기 무렵부터는 바이킹들이 상륙해 지배권을 확립했다. 이 시기 섬은 ‘맨과 제도(Mann and the Isles)’라는 작은 왕국으로 번영했으며, 북유럽 해상 네트워크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13세기 이후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번갈아 통치하면서 아일 오브 맨은 전략적 완충지로서의 운명을 걸어야 했다. 결국 18세기 중반에는 영국 왕실에 완전히 귀속되었지만, 동시에 자치권의 기반도 유지해 왔다.
Isle of Man의 가장 큰 자부심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연속 운영된 의회라 불리는 틴월드(Tynwald)다. 이 의회는 중세 바이킹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며 오늘날에도 법률을 제정하고 지역 정치를 이끈다.
정치적으로는 영국의 크라운 의존령(Crown Dependency)으로, 외교와 국방은 영국이 담당하지만 내정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특히 세금 제도가 독특하다. 소득세 상한은 있지만 자본이득세, 상속세가 없어 금융업이 크게 발달했고, 모터사이클 경주인 Isle of Man TT는 섬을 세계에 각인시킨 관광 자원이다.
한때 사라질 뻔했던 토착 언어 맨스어(Manx)는 20세기 중반 위기를 맞았지만, 부흥 운동 덕분에 지금은 학교와 축제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또한 ‘세 개의 다리(Triskelion)’ 문양과 “어디로 던져져도 다시 일어선다”라는 섬의 모토는 섬 주민들의 끈질긴 생존 의식을 상징한다.
최근에는 존엄사 법안 추진이나 바이킹 시대 유물 발굴 같은 굵직한 뉴스로도 주목받는다. 작은 섬이지만 고대와 현대를 잇는 무게감 있는 존재인 셈이다.
Isle of Man이 세계 대중문화에 남긴 가장 큰 선물은 바로 Bee Gees다. 배리, 모리스, 로빈 깁 형제는 모두 수도 더글라스에서 태어났다. 비록 어린 시절에 호주로 이주했지만, 배리 깁은 훗날 “모든 것이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회고했다. 이들의 음악적 여정의 뿌리가 이 섬의 골목길에서 움튼 것이다.
2021년에는 더글라스 해변에 세 형제를 기리는 청동상이 세워졌다. Bee Gees의 유산은 지금도 Isle of Man에서 살아 숨 쉰다. 2024년에는 모리스 깁을 기리는 특별 기념우표가 발행되었고, 팬들과 수집가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2025년 2월에는 ‘The Magic of the Bee Gees’라는 콘서트가 열려 히트곡들이 라이브로 재현되었으며, 5월에는 The Untold Orchestra가 ‘Icons’ 시리즈의 일환으로 Stayin’ Alive, Night Fever 같은 명곡을 장대한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선보였다.
Isle of Man은 오늘날에도 독립된 법제와 문화를 간직하며, 동시에 세계와 긴밀히 연결된 독특한 섬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태어난 세 형제가 남긴 선율은, 섬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시공을 넘어 전 세계에 울려 퍼진다.
작지만 단단한 땅, Isle of Man은 ‘던져져도 다시 일어서는’ 섬답게 여전히 자신만의 목소리와 리듬을 이어가고 있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