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준의 말을 듣고 속에서 올라오려는 내용물을 초인적인 힘으로 누르고 있던 장 반장이 조금
은 억눌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 생각에는 별로 아니야.”
지붕 뜯긴 차와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장 반장의 표정을 번갈아 보던 태준이 말했다.
“어쨌든 범인이 사람 정도는 그냥 찢어 죽일 수 있다는 것은 증명된 것 같은데요.”
울렁거리는 속 때문에 차마 차로 접근하지 못하고 뜯겨져서 멀리 내던져진 차 지붕 근처를
서성이는 장 반장을 뒤로하고 태준이 직접 차로 접근했다.
“확실히 저번보다 이번이 더 심하군요. 으, 이번도 역시나 토막 살인이고. 그런데 몇 군데
살점이 모자라는 것 같은데요? 이번엔 덤으로 식사라도 한 건가? 게다가 이번엔 꼬리까지 남
기고.”
태준은 차 지붕이 뜯겨나간 자리에 남아있는 은색의 실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차 내부를
둘러보았다.
“흠, 디지털 캠코더까지? 뭔가 있으려나? 있으면 꼬리 제대로 밟히신 거야, 살인마 씨.”
태준은 디지털 캠코더를 들고는 이리저리 살피더니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화면은 지그
시 바라보던 중 태준의 얼굴은 황당함으로 물들어 버렸다.
“반장님, 여기 캠코더에 범인 모습이 잡혔는데요?”
캠코더에 녹화된 화면을 보던 장 반장 또한 황당한 표정을 지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괴물이군.”
말 그대로 캠코더의 화면 안에서 날뛰는 것은 괴물이었다. 이족 보행을 하면서 날뛰는 은색
늑대.
“반장님, 이걸 우리가 잡아야 되는 거죠?”
“물론이지.”
장 반장의 말에 태준은 재빨리 주머니에서 종이와 볼펜을 꺼내서 무언가를 써내려가기 시작
했다.
“뭐하냐?”
“사직서 쓰죠. 저 일찍 죽기 싫거든요?”
태준의 말에 반장은 태준이 사직서를 쓰던 종이를 찢고는 태준의 뒤통수를 때려버렸다.
“아! 왜요!?”
“그만 두려면 그 놈 잡고 나서 그만둬!”
“죽기 싫대두요!”
“그럼 살아!”
“그 놈이랑 싸워서 어떻게 살아요?”
“누가 맨 손으로 맞짱뜨래? 일단 한 번 보고 안 되겠으면 그냥 멀리서 총으로 갈겨버려!”
태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침을 한 번 꼴깍하고 삼키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싫습니다! 그 따위로 날뛰는 놈을 제가 어떻게 맞춥니까?”
“인마, 너 경찰 사격 대회에서 1등 먹었다며? 그런데 왜 그래?”
“그건 목표물이 정지해 있었잖습니까?”
“네가 그러고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형사냐!”
28일 일요일, 현준은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 일반적인 현준의 패턴. 그러
니까 잠시 진서의 병실을 보다가 민준의 병실로 들어가는 패턴을 보이지 않고 민준의 병실
에 잠시 들렀다가 바로 진서의 병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것은 일주일 전에 있었던 현준과 진
서의 회담(?)의 결과였다.
“진서 누나, 저 왔어요.”
“아, 현준이 왔구나. 민준이는 안보고?”
“벌써 보고 왔어요.”
현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에서 민준이 불만을 한가득 담은 표정으로 등장했다.
“형, 이제 동생은 안중에도 없다 이거지?”
“흠, 민준아 오늘은 진서 누나랑 영화 보러 나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진서 누나, 나가도 되는 거야?”
민준의 물음에 진서는 환하게 웃으면서 끄덕였다.
“공포영화 같은 거만 안 보면 된데.”
“아, 그렇구나.”
“민준아, 넌 갈거야, 말거야?”
민준은 깁스가 되어있는 자신의 발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리가 이 꼴이라서 가고 싶어도 못가. 큭, 우리형의 마수로부터 진서 누나를 구해
야....”
첫댓글 그러니깐공책에적어놓으라구요;;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