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이승우 선수나 장결희 선수가 잘한다고 말로만 들었지, 어느 정도인지 사실 잘 몰라서 이번 U17 통해서
어느 정도 지켜보고, 우리 선수들하고 어떤 부분이 다른지에 대해서 한 번 살펴봤어요.
이승우, 장결희 선수가 무조건 짱이고 국내 선수들은 별로다라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분명히 동나이대에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그런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한국 선수들과 다른 부분과 영감을 받는 부분들을 정리해봤습니다.
1.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상대적으로 적어보인다.
- 이승우나 장결희 선수가 볼을 잡았을 때와 다른 우리 선수들이 볼을 잡았을 때의 상황을 지켜봤을 때를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이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나 압박감을 적게 받거나 거의 받지 않는 듯 합니다.
제가 유소년, 청소년 축구 선수들의 평소 소속팀에서의 훈련을 지켜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것은 기술이나
훈련 방식에서의 차이보다는 '문화적 차이'에서부터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이승우 선수의 경우를 보자면 시원시원하고 저돌적이면서 부드러운 드리블을 매번 보여주곤 하지만, 아시다시피 모든 드리블,
모든 패스가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드리블 하다가 2~3번 치고 끊기기도 하고, 도전적인 패스가 끊기는 것도 몇 번 보았지
요. 하지만 문제는 절대 주눅이 들거나 그러한 시도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다음에 또 시도하지요.
실패했다는 압박감이 있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지요.
- 알싸 유저들 정도면 유소년 지도 방식에 대해서도 저보다 잘 아시겠지만, 아직 많은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일반적으로 도전적
인 드리블이나 패스를 하다가 실패하는 것에 대해 관대하지 못합니다. 설사 선수들이 그런 실패를 하게 되면 욕하고 윽박지
르거나 심한 경우 때리는 지도자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하지요.
이렇게 일단 실패에 대해 선수 스스로 부담을 너무 많이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은 둘째 치더라도
이런 도전적인 플레이를 경험하고 자발적으로 고쳐나갈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게 되지요.
할 줄 아는 것과 해본 것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 특히 이러한 부분의 차이를 어디서 더 많이 느낄 수 있느냐면, 볼을 잡았을 때 망설임의 시간입니다.
이승우나 장결희 선수가 볼을 잡았을 때를 보면, 망설이거나 '두둠칫'하는 시간이 없거나, 있어도 매우 짧습니다.
이는 생각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때로는 생각보다 자신감에 의한 직관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더군요.
그렇게 되면 그 다음 연결 동작에 대해 망설임이 적기 때문에, 똑같은 기술과 기본기를 가져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보여
지고 실제로도 부드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수비를 하는 상대 선수 입장에서도 압박을 하기도 전에 어느 쪽으로든 달아나버리
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고, 그만큼 수비를 하기 어려워지니까요.
2. 공간에 대한 전술적 이해와 효율적인 움직임에 대해 훈련이 잘 되어 있어보인다.
- 이승우 선수와 장결희 선수는 일단 공을 잡았을 때 뿐만 아니라 주고 어디로 들어가서 동료를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잘 훈련되어 있어보입니다. 공을 주고나서 그냥 서 있거나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더군요.
- 실제 어제 크로아티아전의 첫번째 골 장면을 살펴보면, 측면에서 치고 들어가다가 주고나서 멈추지 않고 바로 다시
공간 찾아 들어가면서 어느 새 골키퍼 앞까지 가더군요. (이 때 이승우 선수 양 쪽에 있는 선수들은 공만 보고 서 있더군요.)
결국 골키퍼에 튕겨나온 볼을 바로 받을 수 밖에 없게 되지요.
공을 잡지 않았을 때, 공을 가진 선수를 중심으로 어떻게 지원하고 간격을 유지하며 공간을 찾아들어가는지에 대해
많은 훈련이 되어 있어보입니다. 이는 과르디올라 시절의 바르셀로나의 철학 (공을 중심으로 지원하며 움직이는)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입니다.
- 무엇보다 이 두 선수가 조금 더 다른 것은 움직임이 매우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국내 유스 선수들은, 물론 전술적으로 그런 지시를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특히 공을 잡지 않았을 때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습니다. 차라리 움직이더라도 필요한 움직임이면 모르겠는데, 필요없는 움직임을 할 때도 뛰는 상태를 유지하면
서 체력을 소모하더군요. 하지만 이승우 선수의 경우 수비 시를 보면 걷거나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물론 공격수라는 특수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있지만, 다른 2선 공격수들은 불필요하게 조금씩 뛰면서 체력을
소모함으로써 공격 시에 집중력을 떨어뜨립니다.
- 이승우 선수의 체력이 특출나게 뛰어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후반 막판까지 좋은 플레이를 계속
유지하는 이유는 체력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3. 공의 스피드와 움직임을 유지하면서 플레이한다.
- 이 부분도 매우 다르더군요. 일단 이 선수들은 공을 잡았을 때 공의 스피드와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물론 등을 지는 상황이라던지, 이미 상대가 완전히 자리잡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서서 받는 경우가 많지만 그럴 때
조차 차라리 빨리 줘버리거나 공의 움직임을 빨리 유지합니다.
일단 수비수 입장에서 수비를 할 때, 서서 드리블 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서 받는 게 훨씬 부담스럽다는 것
을 이해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실제로 위와 같은 여러 부분들을 정리하고 나니, 저는 왜 박지성 선수가 우리나라 최고의 미드필더였는지 또한 알게 되더군요.
위의 여러가지 차별되는 부분들이 박지성 선수의 장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공간을 찾아들어가거나, 빠른 판단에 의해 공의 스피드와 움직임을 유지하면서 상대를 부담스럽게 한다는 점
그래서 상대가 하여금 파울을 하게끔 유도하는 점 또한 많은 부분에서 "아 왜 이들이 각광 받는가"에 대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첫댓글 다른것보다도 1번이 참 와닿네요. 우리나라에 비해 실패하는것에 대한 부담감이란게 적어보이고 도전적인 플레이를 많이하는거 같습니다.
잘읽엇습니다
1번.. 지도자들만 욕할 게 없는 이유가, 포털사이트 댓글만 봐도 다른 선수들 수준도 안 되면서 이승우한테 패스나 하지 웬 드리블을 치고 있느냐 하는 글들이 추천수 상위권에 올라있죠. 국민의 수준이 정치인 수준이듯, 팬들의 수준이 지도자 수준이라 봅니다.
22222
포털 댓글뿐이 아니라
알싸에서도 그런글 댓글 많이있더라구요
좋은 글
선진 축구 문화의 시스템을 따라가려면 아직도 갈 길이 먼 듯 하네요
좋은글입니다
가장큰건역시 문화차이
동양의문화때매 축구강국돼기힘들다고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