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래는 서른 살의 나이에 다방 생활을 열심히 했다. 주변 사람들은 다방 레지 생활을 하면, 당연히 손님들과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잘못된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옛날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였다.
그런 풍조는 정말 남녀차별이 아주 극심했고, 공창이 역이나 터미널 주변에서 성행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요새는 모두 카페로 바뀌었고, 커피숍은 그야말로 아주 건전한 장소가 되었다.
만일 어떤 술에 취한 남자가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아침이니까 날계란도 하나 넣어달라고 했다가는 곧 바로 카페 종업원은 주방에 가서 날계란 한판을 들고와서 그 손님 면상에 6초 간격으로 하나씩 열 개를 순차로 던져서 안경도 깨뜨리고, 코뼈도 경미한 골절상을 입게 하고, 신사복에 썩은 계란 냄새(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로 지독하다)가 배게 하고, 그런 경험으로 평생 날계란은 절대로 먹지 못하게 <날계란고자>를 만들어 놓을 것이다.
만일 주방에 날계란을 준비해놓은 것이 없으면, 치아바타 굽다가 만 빵과 소세지 긴 것을 손님 얼굴에 던져 아주 박살을 내놓았을 것이다.
하물며 카페에 가서 응큼하게, “아가씨 데리고 나가서 커피 같이 마시고, 모텔에 가서 사랑을 하고 싶은데, 가능하냐?”고 물었다면 어떻게 될까?
종업원은 영화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tion)>의 주인공 팀 로빈스가 어떻게 지금까지 죽지 않고, 한국까지 오게 되었을까라고 궁금해서 미치게 될 것이다.
팀 로빈스는 영화가 개봉된 1994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바다 가운에 있는 교도소에서 탈출한 것인데, 요새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19 팬데믹상황에서 팀 로빈스가 미국 공항을 출발해서 인천공항을 거쳐 아무 일 없이 한국에 있는 작은 카페에까지 왔다는 것은 사형집행이 끝나고 화장 처리한 연쇄살인범이 다시 검찰청에 조사받으러 출석하는 것보다 더 무시무시한 기적인 것이다.
아직 일부 지방 작은 도시에서 비밀리에 다방 여종업원이 밖에서 손님이 커피를 주문하면 커피폿트를 가지고 오토바이맨의 뒤에 위험한 상태로 타고 가서, 손님이 있는 모텔 방에서 커피도 주고, 몸도 주기도 한다는 소문은 들었다.
그리고 심지어 줄래가 일하고 있는 <먹을래 다방>에서도 일부 못된 여종업원들은 돈에 눈이 어두워 종래의 관행에 따라 가끔, 아주 드물게 그런, <티켓제도>에 몸을 싣고 있었다. 그러나 줄래는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아주 철저했다. 아주 강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몸을 판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간 말종이 하는 짓이다. 그것은 여자의 인격을 스스로 말살시키는 저급한 행위다. 그리고 아무런 사랑의 감정 없이 돈을 받고, 남자에게 몸을 맡기면, 정신적으로 황폐화되고, 무의식으로 일종의 트라우마가 쌓여 나중에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을 때 정상적인 성관계를 같이 향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 치명적인 성병에 걸리거나, 임신을 하게 되면, 여자의 인생은 끝나는 것이다.’라는 아주 건전하고 합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먹을래 다방> 여주인도 처음에는 줄래도 다른 사람들처럼, 너무 따지지 말고, 너무 고집 부리지 말고, 좋은 게 좋다고, 이헌령 비헌령(耳懸鈴 鼻懸鈴) 둥굴둥굴 살아가면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도 좋고, 더 나아가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짝짝짝!>도 좋을 텐데, 왜 저렇게 혼자만 옳고, 바르다고 잘못 생각하면서 똥고집을 부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무척 속상해 했다.
그래서 줄래가 그 <먹을래 다방>에서 일을 시작할 때 같은 종업원 <나발래>양을 시켜서 조심스럽게 줄래의 의중을 물어보았다. <나발래>양으로부터 <줄래>는 절대로 ‘돈을 받고 줄 사람은 아니다’라는 청천벽력 같은 반대의사표시를 전해 듣고, 그날 여주인은 다방운영경력 30년만에 이런 훌륭한 <여성운동가>는 처음 보았다면서 큰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잠시 의식을 잃었다.
<나발래>양은 혹시 불쌍한 여주인이 이런 사소한 문제 때문에 돌아가시면 큰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만일 여주인께서 뇌출혈로 의식을 잃어다가 병원에서 수술을 했지만 다른 중대한 지병이 발견되어 돌아가시게 되면 장례식장에서 문상객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와서 상주에게, “먹을래 다방 여사장님께서 그렇게 건강하시고, 그동안 30년, 강산이 세 번 변한 오랜 세월, 정말 짧지 않은 역사적 period에 우리 지역의 커피문화를 최고도로 발전시키고, 지역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셨는데, 어떻게 이렇게 하루 아침에 유명을 달리하셨습니까?”라고 물으면 상주가 정말 답변하기 어려운 곤경에 처할 것을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만일 상주가 문상객에게, “고인은 정말 건강하시고 커피문화발전과 지역경제를 위해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고인의 몸을 아끼지 않고 불철주야 뛰셨는데, 이번에 새로 들어온 <정줄래>양이 <티켓제도>를 결사반대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돌아가셨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의인의 마지막입니다.”라고 설명하면, 문상객은 사망의 원인을 이해하는데 최소한 6개월은 걸릴 것이고, 전세계적으로 이런 죽음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을 것이다.
그래서 그 문상객은 이런 사망원인이 역사적으로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비록 힘들지만,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및 질병본부, 각 의학전문대학원 도서관, 국회도서관을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도 직접 만나봐야 하는데,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면담은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