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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관하고 언론노조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선정위원으로 참여하는 '좋은 나쁜 방송보도ㆍ신문보도 선정위원회'에서 7월 한달 동안 방송과 신문의 모니터링 내용을 심의한 결과 2015년 7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ㆍ신문보도’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
나쁜 방송보도, TV조선
음모론·사이버전 내세워 입막음하는 TV조선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 및 운용 사실로 불거진 사이버 사찰 의혹은 7월 18일, 해킹 프로그램의 구매와 운용을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 임 씨가 자살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자살의 정황과 유서 내용이 모두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국민 사찰이 없었다는 임 씨의 유서 내용을 전가의 보도로 삼아 삭제된 파일을 셀프 복구하고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국정원의 태도도 문제였다. 직원의 자살로 해킹 사건 전체를 은폐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18일 이전까지 국정원 해킹 논란을 소홀히 했던 지상파 3사와 TV조선, 채널A도 보도량을 자살 이후에는 보도량이 늘었다.
특히 TV조선은 자살 다음날인 19일부터 25일까지 34건을 보도했다. 10일부터 18일까지 기록한 10건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인 수치이다. (<표5>참조) 자살 사건 관련 보도량도 31건으로 전체 보도량 52건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내용은 자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제기되는 의혹을 모두 음모론으로 치부하며 네티즌과 야당을 비난하고 북한의 해킹 능력을 부각시켜 불가피한 행위였음을 강조하는 국정원 및 여당의 주장과 맥을 같이 했다.
국정원도 복구하기 전에 삭제 파일 내용 확인? 황당한 TV조선의 단독보도
TV조선의 국정원 직원 자살 관련 보도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보도는 스스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직원 자살 바로 다음날 보도한 <삭제된 파일에 담긴 내용은?>(7/19, 5번째, 신은서 기자)이다. TV조선은 임 씨가 삭제한 파일의 내용을 확인해보니 “국정원이 대북, 대테러 공작의 일환으로 몰래 프로그램을 심어놓은 공작 대상자가 우리나라에 입국한 이후에 찍힌 기록을 삭제”한 것이라 전했다. TV조선은 해킹 대상자는 “주로 제3국에서 북한을 오가는 우리의 공작 대상으로 알려졌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의 해킹이 대북 첩보 활동으로만 이뤄졌다는 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보도는 공작 대상자가 국내에 있다는 위치 정보가 자료에 포함되어 있어 “마치 국정원이 국내의 우리 국민을 해킹한 것으로 오인 받을 수 있어 고민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임 씨 유서의 내용도 정당화했다.
TV조선은 보도의 출처를 “정부 주요 소식통”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의 삭제 파일 복구가 7월 25일 완료된 것을 감안하면 임 씨 사망 하루 만에 삭제 파일 내용을 확인했다는 TV조선의 리포트는 근거가 매우 약하다. TV조선이 언급한 “정부 주요 소식통”은 도대체 어떻게 삭제된 자료의 내용을 알았는지, 국정원도 밝히지 않은 그 내용을 TV조선은 어떻게 입수했는지 도무지 납득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황당하게도 리포트 말미에서는 “국정원은 삭제된 파일을 100% 복구해 보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우리의 대북 공작활동이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미 TV조선 스스로 삭제 파일 내용을 공개하며 떠벌리고 있으면서, 국정원의 공개는 우려스럽다니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이 보도는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구입과 사찰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하기 위한 TV조선의 무리수가 아닐 수 없다.
문제제기 하면 무조건 음모론자라는 TV조선
국정원 직원의 자살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숱한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자살 직전 급하게 썼다고 보기 어려운 유서부터 신고와 취소를 반복한 임 씨 부인의 행적, 서둘러 수사를 종결한 경찰의 태도까지 믿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TV조선은 모든 의혹들을 음모론으로 치부했다.
TV조선에서 음모론을 강조한 보도만 3건이다. <타살설에 조작설…음모론 난무>(7/20, 7번째, 황민지 기자)는 “죽은 사람이 임씨가 맞냐”, “실종신고와 발견이 비상식적이다”와 같은 네티즌들의 문제제기를 언급하더니 “정치인들도 음모론에 가세”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사건 사고 때마다 끊임없이 나오는 음모론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 재생”되고 있다며 국민의 합리적 의심을 깎아내렸다. <야당 ‘마티즈 번호판’ 의혹>(7/22, 2번째, 김경화 기자)도 CCTV에 찍힌 임 씨 차량의 번호판 색깔이 실제와 다르다는 의혹을 일축한 경찰 발표를 전하면서 “제1야당까지 인터넷에 떠도는 음모론에 힘을 실어주면서 점차 이번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여당 ‘야참 괴담 찾는 사람들’>(7/22, 3번째, 서주민 기자)는 아예 야당을 “괴담을 찾는 사람들”로 폄하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말을 실었다. 이어서 야당의 문제제기를 “있을 수 없는 폭거”로 규정한 이인제 의원, “북한의 위협과 마주하고 있다는 엄정한 현실”을 강조한 심재철 의원의 발언을 연이어 언급하며 새누리당 의원 3명의 주장만으로 리포트 1건을 모두 채웠다.
국정원 입장 대변하려다 북한 해킹 능력 선전까지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와 운용에 대한 국정원과 여당의 일관적인 입장은 ‘대북 첩보 활동용’이라는 것이다. 메신저 프로그램인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을 해킹하려 한 사실 등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북한 공작원들도 카톡을 써서”라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TV조선은 국정원 해킹 사건 관련 전체 보도 52건 중 14건을 국정원‧여당 입장 전달에 할애하더니, 급기야 북한의 높은 해킹 능력을 강조하는 보도를 했다. <“북한, 사이버전 대비 해커 집중 양성”>(7/19, 12번째, 박상현 기자)은 “김정은 체제 들어서 지난 2012년에는 전력사이버사령부까지 창설해 해커 부대원 수를 6천명으로 2배” 늘렸다고 전하면서 “북한 해커들은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며 해킹 방식도 다양화해 우리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평했다. IT 강국이라는 우리 가 북한보다 사이버전 능력이 뒤떨어진다면 도리어 국정원의 무능을 강조한 셈이다.
△ TV조선 ‘북한 해킹 능력 부각’ 보도 화면 갈무리
TV조선은 자살 관련 의혹을 음모론으로 몰아가며 네티즌과 야당을 비난하고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구입과 사찰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하기 위해 출처도 불분명한 의심스러운 내용을 보도했다. 해킹이 대북 첩보 활동이라는 국정원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북한의 해킹 능력을 크게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에 민언련은 TV조선 ‘국정원 직원 자살 사건’ 관련 보도 31건을 2015년 7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신문보도, 조선일보
독립운동‧헌법 정신 내팽개치며 ‘건국 아버지 이승만’ 찬양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광복 70주년 박근혜 대통령 경축사의 일부분이다. 취임 후 광복절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따로 언급하더니 올해는 급기야 “건국 67주년”임을 못 박은 것이다. 이는 8월 15일을 1945년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에서 1948년 이승만 정부 수립일을 기념하는 ‘건국절’로 바꾸자는 일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추대하고, ‘건국절’을 기념하자는 주장은 뉴라이트를 비롯해 친일‧독재를 지지하는 보수 세력의 요구였으나, 최근 정부·여당까지 본격적으로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는 헌법 정신과도 배치되며, 독립운동 전체를 부정하는 반민족적 인식이다. 또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철저한 독립운동가도, 민주화 인사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21건의 기사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추앙하기에 급급했다.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 요청설’ KBS 보도에 속내 그대로 드러내
KBS는 지난 6월 24일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 리포트를 단독 보도했다. 리포트는 한국전쟁 발발 이틀 후인 1950년 6월 27일 이승만 정부가 6만 명 규모의 망명정권을 세우고 싶다며 일본 야마구치 현에 요청한 사실을 전했다. 근거로는 야마구치 현의 역사를 기록한 ‘야마구치 현사’ 중 당시 다나카 타쓰오 야마구치 현 지사의 회고가 제시되었다. 더불어 당시 야마구치현이 한국인 수용 계획을 제출했다는 미군정의 기록도 보도되었다.
이에 조선일보는 <태평로/KBS가 이런 보도하라고 시청료 내야 하나>(7/2, 이한우 문화부장)라는 칼럼에서 이 사안이 이미 1996년에도 보도되어 해프닝으로 끝났다고 지적한 뒤 “또 하나의 허구가 새로운 소문으로 보태지고 있다”며 이를 허구로 규정했다. KBS가 이전의 보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보도를 낸 것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엄연히 존재하는 근거자료와 사실관계 자체가 허구인 것은 아니다. 칼럼은 이를 의식해서인지 “최악의 경우 이승만 정부와 별개로 미국 측에서 전시 대비책의 하나로 그런 요청을 했을지 모른다”며 애매한 소리를 하더니 “그런 문서가 있었다 한들 그것은 이승만 정부와 무관”하다고 우겼다. 게다가 칼럼 끝에서는 뜬금없이 일본 아사히신문의 ‘한국인하면 떠오르는 인물’ 설문조사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배우 최지우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면서 “이승만의 반일 정책이 그만큼 일본인들 뇌리에 강하게 새겨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승만 전 대통령은 친일 경찰 노덕술 등 반민족 행위자들을 잡아들인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으로 와해시키며 친일파들을 요직에 중용했다. 이런 그의 역사적 과오는 덮어둔 채 ‘이승만의 반일 정신’ 운운하는가 하면, 이승만 정부의 망명 요청 사실은 ‘허구이다. 허구가 아니더라도 이승만 탓은 아니다’라고 우기는 조선일보의 궤변이 더 황당할 따름이다.
역사적 사실 모두 외면한 일방적인 이승만 찬양
7월 조선일보의 이승만 관련 보도 21건 모두가 이승만 찬양에 가까운 내용을 보이지만, 그 중 13건이 특히 두드러진다.
위 표에서 두꺼운 글씨로 표시된 5건의 기사는 특정 인물의 인터뷰를 보도 내용으로 채우고 제목에도 인용했다. 5건의 보도는 표기 순서대로 이승만 정부 당시 한국 최초의 원자력 담당 정부기관에서 일했던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 박사,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 박사 숭모회’ 김창원 회장, 류석춘 연세대 이승만 연구원장, 이승만 찬양 강연으로 유명한 이호 목사 등 ‘친이승만’ 인사들을 인터뷰한 것이다. 당연히 편향된 이승만 전 대통령을 회고하며 옹호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조선일보 이승만 찬양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승만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 중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다.
<양상훈칼럼/한 위대한 한국인을 무릎꿇고 추모하며>(7/16)는 “평생 반일한 이 대통령을 친일이라고” 한다면 “사실을 모르거나 알면서 매도하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이승만은 1913년 하와이에 정착해 교민을 대상으로 교육 사업을 하면서 호놀룰루 신문에 “우리 학교에서는 일본을 비판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나는 반일감정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 일본 신문들은 나에 대해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기고했다. 당시 러시아를 막기 위해 일본에 우호적이던 미국 주류의 분위기에 그대로 편승했던 것이다.
독립운동가 박용만이 이끌던 하와이 국민회의 주도권을 놓고 박용만 세력과 갈등을 빚을 때는 박용만 세력에 대해 “이들은 위험한 반일행동을 하며 일본군함 이즈모가 호놀룰루에 도착하면 파괴할 음모까지 꾸민 이들입니다. 이것은 미국과 일본 사이에 중대한 사건을 일으켜 평화를 방해하려는 것입니다”라며 반민족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승만의 이런 과거 행적은 외면한 채 칼럼은 “거인이 이룬 공은 외면하고 왜곡하며 과만 파헤치는 일들이 지금도 계속된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 출운호(이즈모호)사건을 보도한 신한민보(1918.6.27)
‘건국 대통령’ 반복‧강조하며 ‘건국절’ 관철하려는 태도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으로 추앙하려는 조선일보의 노력도 보도 곳곳에서 엿보인다. <사설/건국 대통령 제대로 평가해야 우리 현대사가 바로 선다>(7/20)는 노골적인 사례이다. 사설은 “이민족 지배에서 벗어나 새 나라를 세우는 동시에 국민의 자유와 인권‧평등이 보장되는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초석을 쌓는 ‘이중 혁명’의 한가운데 이승만이 있었다”며 이승만을 치켜세웠다. 여기에 상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 시절 미국에 위임통치 청원서를 넣고 하와이 교민의 기부금을 마음대로 유용하는 등 임시정부 활동을 방해한 사실은 모두 배제되어 있다. 6‧25전쟁 중 사사오입 개헌을 단행하여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문 과오 역시 외면하고 있다. 그러면서 “터키보다 더 성공한 우리에겐 건국절도 없고 건국 기념공원도, 건국 기념관도 없다”며 느닷없는 비교를 하는가 하면, “이승만을 깎아내리는 세력의 목적은 결국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의 역사에 흠집을 내려는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도 한다. 이렇게 이승만을 찬양하며 1948년 8월 15일 ‘건국’에 집착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뉴라이트’ 인사들의 주장과 일치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1919년의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선언하여 1945년 이전의 일제 지배를 불법화하는 동시에 1945년 8월 15일의 광복을 이끌어낸 독립투사들의 정신을 기리고자 했다. ‘뉴라이트’와 조선일보는 이승만의 정부수립을 건국으로 고집하면서 이승만이 인정받지 못한 1919년의 임시정부와 반일 독립투쟁의 역사까지 부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수 세력은 부끄러운 친일의 역사를 덮고 이승만의 독재까지 미화하여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한다.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서 예우하려는 조선일보의 자세는 인정한다 해도 이미 역사적 사실로 드러난 이승만의 반민족‧반민주 행적을 외면한 채 무조건 찬양하는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건국 대통령’을 강조하면서 ‘건국절’까지 관철하려는 조선일보의 행태는 과거 일제와 독재에 부역한 조선일보의 역사와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이에 민언련은 조선일보 ‘이승만 전 대통령 찬양’ 보도 21건을 2015년 7월 ‘이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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