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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어지수(鑑於止水)
멈춰있는 물을 거울로 삼는다는 뜻으로, 상심(常心)을 얻은 자는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일컫는 말이다.
鑑 : 거울 감(金/14)
於 : 어조사 어(方/4)
止 : 그칠 지(止/0)
水 : 물 수(水/0)
출전 : 장자(莊子) 덕충부(德充符)
이 성어는 장자(莊子) 덕충부(德充符)에 나오는 말로 그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노(魯)나라에 왕태(王駘)라는 올자(兀者; 형벌로 발 뒤 금치가 잘린 사람)가 있었는데, 그를 따르는 제자의 수가 공자(仲尼)의 제자와 맞먹었다.
魯有兀者王駘, 從之遊者與仲尼相若.
상계가 공자(常季; 노나라 현인 혹은 공자의 제자)에게 물었다. '왕태는 올자이지만 그를 따라 배우는 이의 수가 선생님과 노나라를 양분할 정도입니다. 그는 서서도 가르치지 않고 앉아서도 깨우치지 않지만, 그를 따르는 사람은 빈 마음으로 찾아갔다가 가득 차서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에게는 말하지 않는 가르침이 있어서 비록 눈에 보이는 가르침은 없어도 마음으로 느껴 이루어지는 걸까요? 그는 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常季問於仲尼曰 : 王駘, 兀者也, 從之遊者與夫子中分魯. 立不教, 坐不議, 虛而往, 實而歸. 固有不言之教, 無形而心成者邪? 是何人也?
공자가 말했다. '그는 성인이다. 나도 진작 한번 가서 뵈려 했는데 기회가 없어 못 갔을 뿐이다. 나도 장차 그를 스승으로 모시려 하거늘, 하물며 나만 못한 사람에 있어서는 어찌하랴! 그리고 노나라 뿐이겠느냐? 나는 장차 천하를 이끌고 그를 따를 작정이다.'
仲尼曰 : 夫子, 聖人也. 丘也直後而未往耳. 丘將以為師, 而況不若丘者乎! 奚假魯國! 丘將引天下而與從之.
(...)
상계가 말했다. '그는 자기 몸을 닦음에 있어 자기의 지혜로 자기의 마음을 찾고 자기의 마음으로 영원히 떳떳한 참 마음을 깨달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모여 들까요?'
常季曰 : 彼為己以其知, 得其心以其心. 得其常心, 物何為最之哉?
공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흐르는 물에 자기의 얼굴을 비춰 보지 않고 고요한 물에 비춰 본다. 오직 고요한 물만이 능히 제 모습을 비춰 보려는 사람들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땅으로부터 목숨을 받은 것 가운데 오직 소나무와 잣나무가 홀로 겨울이나 여름이나 푸르르며, 하늘로부터 목숨을 받은 인간 가운데 오직 요, 순 임금만이 홀로 올바라서 다행이 자기의 천성을 바르게 지켜 만물을 바로 잡았다.'
仲尼曰 : 人莫鑑於流水而鑑於止水, 唯止能止衆止. 受命於地, 唯松柏獨也在冬夏青青; 受命於天, 唯舜獨也正, 幸能正生, 以正衆生. (...)
(莊子/德充符)
■ 감어지수(鑑於止水)
흔들림이 없는 물에 비춰본다는 말로 장자 '덕충부(德充符)' 편에 나온다.
노나라에 형벌로 한쪽 발이 잘린 왕태(王駘)라는 불구자가 있었다. 그는 덕망이 매우 높아서 그를 따라 배우는 이가 공자의 제자와 비슷할 정도였다.
그래서 노나라의 현자(賢者) 상계(常季·공자의 제자라고 하기도 한다)가 공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왕태는 외발이입니다. 그런데 그를 따르는 이가 선생님의 제자와 노나라 인구를 나눌 정도입니다. 서서 가르치지도 않고 앉아서 의논하지도 않았는데, 빈 마음으로 찾아가면, 꽉 채워서 돌아옵니다. 본래 말 없는 가르침이라는 게 있어서 형체가 없어도 마음이 완성된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그는 어떤 사람입니까?'
王駘, 兀者也, 從之遊者, 與夫子中分魯. 立不敎, 坐不議, 虛而往, 實而歸. 固有不言之敎, 無形而心成者邪? 是何人也?
공자는 이 말에 그분은 성인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스승으로 삼고자 하고 있으며 자신이 온 천하 사람들을 이끌고 가서 그를 따르고자 한다고 말했다.
상계는 궁금하여 공자에게 왕태라는 사람이 스스로 수양하여 마음속으로 터득하고 본심을 터득했을 뿐인데, 왜 세상 사람들이 그에게 모여들게 되느냐고 재차 물었다.
공자의 답은 이러했다. '사람이란 흐르는 물을 거울로 삼지 말고 멈춰 있는 물을 거울로 삼아야 하니, 오직 멈춰 있어야 모든 것을 멈춰 있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唯止能止衆止.
공자의 말은 '지수(止水)', 즉 정지되어 가라앉은 물만이 비춤이 가능하듯 왕태에게 제자들이 달려가는 이유는, 그가 사람들을 일부러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상심(常心)을 얻은 자는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고 나서 공자는 소나무와 측백나무만이 늘 푸른 것도 바로 정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순 임금과 같은 성군만이 중생들의 마음을 올바르게(正)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상계와의 문답을 끝냈다.
■ 감어지수(鑑於止水)
흔들림 없는 물에 비춰 거울로 삼다.
거울은 사람이나 물체의 겉모습을 비춘다. 흘러가는 물에서는 비춰볼 수 없고 고요히 있어야 자신을 볼 수 있다. 미소년 나르키소스(Narcissos)도 표면이 잔잔한 호수 위로 자기 모습이 드러나자 반했다. 흘러가지 않으니 멈춰있는 물 止水(지수)가 곧 거울이라 맑은 거울 明鏡(명경)과 합쳐지면 잡념과 가식이 없는 마음을 비출 수 있다고 봤다.
같은 거울이라도 쇠붙이로 만든 鑑(감) 또는 鑒(감)은 속까지 비추는 본받을만한 모범이다. 龜鑑(귀감), 寶鑑(보감) 등이 그것이다. 고요히 멈춰있는 물로 자신을 비춰 내면을 돌아보며 본보기로 삼는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을 가지면 사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고요히 멈춰있는 물이 들어간 성어 明鏡(명경)과 鑑於(감어) 모두 ‘莊子(장자)’의 內篇(내편) 德充符(덕충부)에 실려 있다. 道(도)가 만물의 근본이라는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의 莊周(장주)는 타고난 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가득차면 저절로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정지해 있는 물이 고요하듯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 등장하는 현인들은 모두 형벌을 받아 장애인이 된 사람들인데 육체는 온전하지 못해도 덕이 넘쳐 가만히 있어도 제자들이 가르침을 구하려 몰려들었다. 刖刑(월형, 刖은 발꿈치벨 월)을 당해 발이 잘린 魯(노)나라의 王駘(왕태, 駘는 둔마 태) 이야기를 보자.
불구의 몸이 된 왕태는 덕망이 널리 퍼져 그를 배우려는 사람이 孔子(공자)의 제자와 비슷할 정도였다. 당시 현자, 또는 제자라고도 하는 常季(상계)가 공자에게 말없는 가르침이란 것이 있는지 물었다. 공자는 왕태가 성인이라며 사람들이 존경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사람들은 흐르는 물에 제 얼굴을 비춰보지 못하고, 멈춰있는 물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인막감어류수 이감어지수). 오직 멈춰있는 물만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수 있다(唯止能止衆止/ 유지능지중지).’ 고요히 정지되어 있는 물만이 비춰볼 수 있듯 왕태도 가만히 있으면서 사람을 끄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장애인 申徒嘉(신도가)는 동문수학한 子産(자산)이 재상이 된 뒤 자신을 업신여기자 거울이 밝으면 티끌이 앉지 않고 어진 사람과 오래 있으면 허물이 없어진다고 충고한 것이 明鏡止水(명경지수)다. 세상에는 대부분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남에게는 조그만 흠이라도 들쑤셔 침소봉대한다.
아귀다툼에 조용한 날이 없다. 항상 자신의 하는 일에 一日三省(일일삼성)하는 성인은 되기 어려우니 최소한 남에게 폐가 되는 짓은 하지 않도록 수시로 돌아봐야겠다. 李箱(이상)의 시구처럼 거울 속만큼 조용한 세상은 참 없다.
▶️ 鑑(거울 감)은 ❶형성문자로 鉴(감)은 통자(通字), 鍳(감), 鑒(감), 鑬(감)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쇠 금(金; 광물, 금속, 날붙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監(감)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거울의 본 글자 監(감)은 물거울을 뜻하는 글자이므로 금속으로 만든 거울을 나타내기 위하여 金(금)을 더하여 鑑(감)자를 만들었다. ❷회의문자로 鑑자는 '거울'이나 '본보기', '식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鑑자는 金(쇠 금)자와 監(볼 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鑑자에 쓰인 監자는 그릇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다'나 '살피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보다'라는 뜻을 가진 監자에 金자가 더해진 鑑자는 '자신을 비춰보는 금속'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고대에는 청동의 한쪽을 매끄럽게 갈아 '거울'로 사용했었는데, 監자는 청동거울의 재질과 용도를 설명한 글자이다. 그래서 鑑(감)은 ①거울 ②본보기 ③안식(眼識: 안목과 식견) ④광택(光澤), 빛 ⑤분별(分別)하는 능력 ⑥보다, 살펴보다 ⑦거울삼다 ⑧비추다 ⑨식별(識別)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거울 경(鏡)이다. 용례로는 감정하여 분별함을 감별(鑑別), 어떤 자료에 대하여 그 진위나 가치를 보아 감별하고 결정함을 감정(鑑定), 감별하여 조사함을 감사(鑑査), 예술작품을 깊이 음미하고 이해함을 감상(鑑賞), 감정을 하여 식별함을 감식(鑑識), 환히 봄을 감지(鑑止), 표의 진짜와 가짜를 가리어 알아냄을 감표(鑑票), 거울이 티 없이 맑음을 감공(鑑空), 마땅한지를 살펴 봄을 감당(鑑當), 사물의 좋고 나쁨을 비추어 보는 거울과 물건의 가볍고 무거움을 달아 보는 저울을 감형(鑑衡), 본보기가 될 만한 일이나 물건을 보감(寶鑑), 동류의 차이를 한 눈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그림이나 사진을 모아서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을 도감(圖鑑), 학식과 사람을 잘 알아보는 감식력을 식감(識鑑), 높은 식견이나 좋은 본보기를 명감(明鑑), 아랫사람이 올린 글을 윗사람이 봄을 하감(下鑑), 거울을 뒤집음을 반감(反鑑), 웃어른에게 보여 드림을 입감(入鑑), 앞의 일을 거울삼아 비쳐 보는 일을 전감(前鑑), 사람의 용모와 풍채로써 그 사람의 성질을 감정하는 일을 풍감(風鑑), 사정을 밝게 비추어 보살핌을 소감(昭鑑), 사람은 고를 때에 겉만 보고 그 됨됨이나 인품을 잘 알아보는 식견을 조감(藻鑑), 거북 등과 거울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본보기를 귀감(龜鑑), 거울과 같이 맑고 물과 같이 잔잔하다는 말을 감공수지(鑑空水止), 모양과 거동으로 그 마음속을 분별할 수 있다는 말을 감모변색(鑑貌辨色), 사람을 잘 알아보는 능력을 이르는 말을 지인지감(知人之鑑), 은나라 왕이 거울삼을 만한 것은 먼 데 있지 않다는 뜻으로 본받을 만한 좋은 전례는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을 은감불원(殷鑑不遠), 앞수레가 엎어진 것을 보고 뒷수레가 경계하여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보고 둿사람은 이를 경계로 삼아야 한다는 말을 전거가감(前車可鑑), 옛것을 오늘의 거울로 삼는다는 뜻으로 옛 성현의 말씀을 거울로 삼아 행동해야 한다는 말을 이고위감(以古爲鑑), 남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아 자신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이인위감(以人爲鑑) 등에 쓰인다.
▶️ 於(어조사 어, 탄식할 오)는 ❶상형문자로 扵(어)의 본자(本字), 于(어)는 간자(簡字)이고, 烏(까마귀 오)의 옛 글자의 약자이다. 까마귀의 모양을 본떠, 음을 빌어 감탄사, 관계, 비교를 나타내는 어조사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於자는 '~에'나 '~에서'와 같은 어조사로 쓰이는 글자이다. 於자는 方(모 방)자와 仒(구결자 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仒자는 한문 문장에 구두점을 찍는 용도로 쓰이는 글자로 아무 의미도 지니지 않았다. 게다가 於자는 方자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於자의 금문을 보면 烏(까마귀 오)자에 仒자가 결합하여 있었기 때문이다. 於자는 본래 까마귀가 내는 소리에 빗대어 '아아'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글자였다. 그러나 본래의 의미는 얼마 쓰이지 않은 채 지금은 다양한 '어조사'로만 쓰이고 있다. 烏자는 해서에서부터 方자로 바뀌었다. 그래서 於(어)는 (1)한문 투의 문장에서 장소를 표시하는 말이 얹히어에서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어조사(~에, ~에서) ②기대다, 의지하다 ③따르다 ④가다 ⑤있다, 존재하다 그리고 ⓐ탄식하다(오) ⓑ아아(감탄사)(오) ⓒ까마귀(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까마귀 오(烏)이다. 용례로는 이제야 또는 여기에 있어라는 어시호(於是乎), 마음속 또는 주로 ∼에 꼴로 쓰이는 어심(於心), 벌써나 어느새는 어언(於焉), 가운데가 되는 정도라는 어중(於中), 바둑판에서 배꼽점을 중심으로 한 부분을 어복(於腹), 거의 중간쯤 되는 데를 일컫는 말을 어중간(於中間), 부인이 예장할 때 머리에 얹는 다리로 만든 커다란 머리를 일컫는 말을 어유미(於由味),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뜻으로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말하기에 따라 사뭇 달라짐을 일컫는 말을 어이아이(於異阿異), 이렇게 하거나 저렇게 하거나 어쨌든을 일컫는 말을 어차어피(於此於彼), 어느 사이인지도 모르는 동안에를 일컫는 말을 어사지간(於斯之間), 썩 흡족함을 일컫는 말을 어량족의(於良足矣), 자기 분수에 만족함을 일컫는 말을 어분족의(於分足矣), 온갖 일을 일컫는 말을 어천만사(於千萬事), 그때를 한창으로 함을 이르는 말을 어사위성(於斯爲盛), 그것으로 만족함을 일컫는 말을 어사족의(於斯足矣), 알지 못하는 동안에 어느덧을 일컫는 말을 어언지간(於焉之間), 푸른 색이 쪽에서 나왔으나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은 것을 비유하는 말을 청출어람(靑出於藍),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라는 뜻으로 약한 자가 강한 자들 사이에 끼여 괴로움을 받음을 이르는 말을 간어제초(間於齊楚), 가마솥 속에서 논다는 뜻으로 생명이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이르는 말을 유어부중(游於釜中), 지극히 선한 경지에 이르러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람은 최고의 선에 도달하여 그 상태를 유지함을 이상으로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지어지선(止於至善), 즐거움은 언제나 걱정하는데서 나온다는 말을 낙생어우(樂生於憂), 뭍에서 배를 민다는 뜻으로 고집으로 무리하게 밀고 나가려고 함을 이르는 말을 추주어륙(推舟於陸), 혀가 칼보다 날카롭다는 뜻으로 논봉의 날카로움을 이르는 말을 설망어검(舌芒於劍), 백성은 신의가 있을 때에 안정된다는 뜻으로 백성은 신의에 의해서만 잘 다스려진다는 말을 민보어신(民保於信), 먼저 곽외부터 시작하라는 뜻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말한 사람부터 시작하라는 말을 선시어외(先始於隗), 스스로 목매어 도랑에 익사한다는 뜻으로 개죽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경어구독(經於溝瀆) 등에 쓰인다.
▶️ 止(그칠 지)는 ❶상형문자로 止(지)는 사람 발자국의 모양으로, '발을 멈추고 그 자리에 있다'의 뜻과 '발을 움직여 나아간다'는 뜻의 두 가지로 썼으나, 나중에는 주로 '머문다'는 뜻으로 썼다. ❷상형문자로 止자는 '그치다'나 '멈추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을 나온 止자를 보면 엄지발가락이 길게 뻗어 있는 발이 그려졌었다. 이것은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지만 사전적으로는 '그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발걸음이 멈추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止자는 '금지(禁止)하다'와 같이 무언가를 멈추거나 억제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止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가다'나 '이동하다'처럼 사람의 움직임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그렇기에 止자가 단독으로 쓰일 때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뜻이 달라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止(지)는 ①그치다, 끝나다 ②그만두다, 폐하다 ③금하다 ④멎다, 멈추다 ⑤억제하다 ⑥없어지다, 없애다 ⑦머무르다 ⑧숙박하다, 투숙하다 ⑨붙들다, 만류하다 ⑩모이다, 모여들다 ⑪사로잡다, 손에 넣다 ⑫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⑬되돌아오다 ⑭병이 낫다 ⑮떨어버리다 ⑯만족하다, 자리 잡다 ⑰꼭 붙잡다 ⑱기다리다 ⑲예의(禮義), 법(法) ⑳거동(擧動), 행동거지(行動擧止: 몸을 움직여 하는 모든 짓) ㉑한계(限界) ㉒겨우, 오직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칠 료(了), 머무를 정(停), 끝 말(末),끝 단(端), 마칠 종(終), 그칠 철(輟),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이다. 용례로는 목마른 것이 그침 또는 그치게 함을 지갈(止渴), 하던 곡(哭)을 그침을 지곡(止哭), 전쟁을 멈춤을 지과(止戈), 흐르지 않고 괴어 있는 물을 지수(止水), 어떤 곳에서 머물러 잠 머물러 묵음을 지숙(止宿), 진행하여 오던 현상이나 병의 증세 따위가 잠시 그침을 지식(止息),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하여 어떠한 것을 하지 아니함을 지양(止揚), 병으로 말미암아 생긴 열이 내리거나 또는 그 열을 내리게 함을 지열(止熱), 잠시 몸을 의탁하여 거주함을 지접(止接), 머물러 삶을 지주(止住), 피가 못 나오게 함 또는 피가 그침을 지혈(止血), 실시하던 제도나 법규 및 일을 그만두거나 없앰을 폐지(廢止), 금하여 못하게 함을 금지(禁止), 막아서 그치게 함을 저지(沮止), 하던 일을 중도에서 멈춤을 정지(停止), 어떤 일이나 현상이 일어나지 못하게 막음을 방지(防止), 내리 눌러서 제어함을 억지(抑止), 일을 중도에서 그만 둠을 중지(中止), 하려고 하는 일을 말리어서 못하게 함을 제지(制止), 지극히 선한 경지에 이르러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람은 최고의 선에 도달하여 그 상태를 유지함을 이상으로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지어지선(止於至善), 제 분수를 알아 만족할 줄 아는 경계를 일컫는 말을 지족지계(止足之戒), 목마름을 그치게 하는 꾀라는 뜻으로 임시변통의 꾀를 이르는 말을 지갈지계(止渴之計), 일정한 숙소가 없이 어디든지 이르는 곳에서 머물러 잠 또는 어떤 일이나 행동을 마땅히 그쳐야 할 데서 알맞춰 그침을 이르는 말을 지어지처(止於止處),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이라는 뜻으로 사념이 전혀 없는 깨끗한 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명경지수(明鏡止水), 몸으로 움직이는 모든 것을 이르는 말을 행동거지(行動擧止), 매실은 시기 때문에 이야기만 나와도 침이 돌아 해갈이 된다는 뜻으로 매실의 맛이 아주 심 또는 공상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음을 일컫는 말을 망매지갈(望梅止渴), 행동을 덤비지 말고 형용과 행동거지를 조용히 생각하는 침착한 태도를 가져야 함을 이르는 말을 용지약사(容止若思),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자행자지(自行自止) 등에 쓰인다.
▶️ 水(물 수)는 ❶상형문자로 氵(수)는 동자(同字)이다. 시냇물이 흐르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물을 뜻한다. 본디 물 수(水)部는 시내의 뜻이었다. 부수로 쓸 때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로 쓰는 일이 많다. ❷상형문자로 水자는 '물'이나 '강물', '액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水자는 시냇물 위로 비가 내리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水자의 갑골문을 보면 시냇물 주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물'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水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액체나 '헤엄치다', '범람하다'와 같이 물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水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氵자나 氺자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水(수)는 (1)오행(五行)의 하나. 방위(方位)로는 북쪽, 계절로는 겨울, 빛깔로는 검정을 나타냄 (2)수요일(水曜日)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물 ②강물 ③액체(液體), 물과 관련된 일 ④홍수(洪水), 수재(水災), 큰물(비가 많이 와서 강이나 개천에 갑자기 크게 불은 물) ⑤수성(水星: 태양에 가장 가까운 별) ⑥별자리의 이름 ⑦물을 적시다, 축이다 ⑧물을 긷다, 푸다 ⑨헤엄치다 ⑩물로써 공격하다 ⑪평평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강 강(江), 물 하(河), 바다 해(海), 시내 계(溪), 바다 명(溟),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메 산(山), 큰 산 악(岳), 뭍 륙/육(陸), 불 화(火),빌 공(空)이다. 용례로는 물 속에서 몸을 뜨게 하고 손발을 놀리며 다니는 짓을 수영(水泳), 축축한 물의 기운을 수분(水分), 물속에 잠김을 수몰(水沒), 물을 보내는 통로를 수로(水路), 물의 겉을 이루는 면을 수면(水面), 홍수로 인한 해를 수해(水害), 물에 의해 발생하는 힘을 수력(水力), 물의 깊이를 수심(水深), 저수지에 설치하여 수량을 조절하는 문을 수문(水門), 물의 양을 수량(水量), 물 속에서 자라는 풀을 수초(水草), 물과 물고기의 사귐이란 뜻으로 임금과 신하 또는 부부 사이처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이르는 말 또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친한 사이를 일컫는 말을 수어지교(水魚之交) 또는 수어지친(水魚之親), 물이 모이면 내를 이룬다는 말을 수적성천(水積成川),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수적천석(水滴穿石),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뜻으로 미미한 힘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수적석천(水滴石穿), 산과 바다에서 나는 진귀하고 맛있는 것을 이르는 말을 수륙진찬(水陸珍饌), 산과 바다에서 나는 맛있는 음식물을 일컫는 말을 수륙진미(水陸珍味), 물이 맑으면 큰 고기가 없다는 뜻으로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그 몸을 감출 곳이 없어 그곳에는 살지 않음과 같이 사람이 너무 똑똑하거나 엄하면 남이 꺼려하여 가까운 벗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수청무대어(水淸無大魚), 물이 샐 틈이 없음으로 단속이 엄하여 비밀이 새어 나가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수설불통(水泄不通), 깊고 넓은 물에는 큰 고기가 깃듦을 일컫는 말을 수관어대(水寬魚大), 물결이 일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수파불흥(水波不興), 물과 불은 서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서로 원수같이 대함을 일컫는 말을 수화상극(水火相剋), 흐르는 물과 하늘의 뜬구름이라는 뜻으로 과거사가 흔적이 없고 허무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 수류운공(水流雲空), 바다 멀리 수면과 하늘이 서로 맞닿아 그 한계를 지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수천방불(水天髣髴), 물 위에 뜬 기름이란 뜻으로 서로 잘 어울릴 수 없는 사이를 이르는 말을 수상유(水上油), 물은 그릇의 모남과 둥긂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진다는 뜻으로 사람은 상종하는 사람의 선악에 따라 달라지므로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말을 수임방원기(水任方圓器), 물이 깊고 넓으면 고기들이 모여 논다는 뜻으로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연히 사람들이 따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수광즉어유(水廣則魚遊), 물이 흐르면 고기가 다닌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나 때가 되면 이루어짐을 일컫는 말을 수도어행(水到魚行), 물이 빠져 밑바닥의 돌이 드러난다는 뜻으로 물가의 겨울 경치를 일컫는 말 또는 나중에 사건의 진상이 명백하게 드러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수락석출(水落石出), 바다와 육지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음을 이르는 말을 수륙만리(水陸萬里), 물에 비친 달과 거울에 비친 꽃이라는 뜻으로 볼 수는 있어도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수월경화(水月鏡花), 바다 멀리 수면과 하늘이 하나로 이어져 그 경계를 알 수 없을 만큼 한 가지로 푸름을 일컫는 말을 수천일벽(水天一碧),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외로운 넋을 일컫는 말을 수중고혼(水中孤魂), 물이 흐르면 자연히 개천을 이룬다는 뜻으로 학문을 열심히 하면 스스로 도를 깨닫게 됨을 이르는 말을 수도거성(水到渠成), 오행에 수기가 왕성한 절기로 곧 겨울을 일컫는 말을 수왕지절(水旺之節), 시문을 짓는 데 재주가 샘솟듯 풍부하여 빨리 이루어 놓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수용산출(水湧山出), 물과 불은 서로 통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친교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수화불통(水火不通)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