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일보의 시론입니다. 객관성이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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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일보 8월9일자 양재숙 주필 칼럼]
대한민국 건국 이전 해방 2년째 되던 1946년 가을, 장차 건국 때 국군장교 양성을 위해 미 군정청이 창설한 태능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육사 2기생이 교육 중이었다. 사관학교장은 이치업 육군 대위.
일본군 육군 소위 출신인 이교장은 명색이 국군의 간성을 교육하는 육사교장이면서도 자신은 물론 주변의 누구도 애국가를 알지 못해 답답한 끝에 아이디어를 냈다. 생도들에 애국가 가사를 쓰라고 시험을 치렀다. 전원이 백지였는데 딱 한 생도가 4절 가사를 정확하게 써냈다.박정희 생도였다.
이교장이 박생도를 불러 애국가를 어디서 알았는가 물었다. 박정희가 대구사범 졸업 후 교편을 잡는 동안 학생들에 몰래 애국가를 가르쳤다고 했다. 가사는 현재와 같으나 곡은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이별의 노래)'을 차용해 불렀을 때였다. 안익태 곡의 애국가는 그 뒤 일이다. 이렇게 해서 육사에서 비로소 애국가가 불려지게 됐다(이치업.스티븐 엠.딸프 공저 '번개장군' : 2001 원민).
박정희는 재직 중이던 문경소학교서 일본인 교장과 불화(그는 일본인 교장을 때려주었다고 회고한바 있다) 끝에 사표를 내고 일본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희는 일본군 육군 중위로 조국 해방을 맞았다.
그래서 그는 '친일파'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위의 두 가지 일화는 그가 일본군 육군 중위 출신이라 해서 친일파라 단정하기를 주저하게 한다. 대한민국 건국 당시 국군 장교 주력은 거의 전원이 일본군 장교 출신이었다. 그들이 6.25전쟁 중 대한민국을 지켰다.
박정희는 그를 '공산주의자'로 분류해야 할 또 다른 경력도 갖고 있다. 그는 해방 공간에서 남한 공산주의자들 비밀 결사체였던 '남로당' 군사총책이었다. 체포되어 사형언도까지 받았으나 6.25전쟁 중 사면복권 되어 장군으로 진급했다.
5.16 후 집권한 그는 그의 전력과는 전혀 달리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하여 국내 좌파 세력을 철저하게 탄압했다. 지금 개폐논쟁이 한창인 국가보안법의 전신인 반공법도 그 때 산물이다. 그의 집권 17년 간 철두철미했던 반공정책들은 그가 '빨갱이' 전력을 가졌다고 믿기가 어렵게 하고 있다. 해방 전후, 당시 지식인들 대부분이 공산주의 사상에 심취했던 게 그 시대상의 하나였다.
박정희의 경력에서 또 다른 역사의 굴절을 발견하게 된다.
1963년, 정읍 황토현에 세운 갑오동학혁명기념탑 준공식에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이 참석했다. 정부 최고 통치권자가 최초로 '동학군 봉기'를 '난(亂)'이 아닌 '혁명'으로 공인한 것이었다. 박정희는 그때까지 농민들의 무장 난동이었다는 '동학란'을 민중들의 정당한 봉기였다는 '동학혁명'으로 자리 매김하여 동학군 봉기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다시 했다.
그가 일으킨 5.16군사'쿠데타'의 '혁명'으로서의 역사적 평가를 위한 것이었을 수 있겠으나 집권 말기 유신독재로 민중을 탄압했다는 평가를 받는 박정희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박정희, 그는 친일파였나, 애국자였나 ? 공산주의자였나, 자유민주주의자였나 ?
동학혁명 후 20세기 1백년 동안 한반도에는 참으로 엄청난 역사적 사건들이 회오리쳤다.
일제 침략과 식민통치, 해방과 남북분단, 동서 냉전과 남북전쟁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 의 역사가 숨돌릴 겨를도 없이 요동쳤다.
우리는 소용돌이의 한반도 근.현대사 한 복판에 서서 한 시대를 이끈 박정희의 영광과 오욕 그리고 명암이 교차된 일생을 보면서 한 시대의 지도자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성급한 평가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절감한다.
지금 해방 후 세대가 주류를 이룬 참여정부가 동학이래 6.26전쟁과 산업화 민주화 과정의 근.현대사 1백년의 '과거사'를 '포괄적으로 청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무려 15개 관련법 제.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역사에는 전진도 후퇴도, 성공도 실패도, 긍정도 부정도, 영광도 오욕도 있다고 한다.
행여 후퇴와 실패, 부정과 오욕의 패배주의 안목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시킨 우리 근.현대사의 전진과 성공, 긍정과 영광을 멋대로 재단하는 위험한 일만은 없기를 바란다.
양재숙 전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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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양 재숙 칼람 매우 훌륭했읍니다. 음악도 좋왔읍니다. END 곡에 아리랑노래 가 사입할점 높이 평가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