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655)
제19장 백사자 14회
그 소동에 내실에서 잠자던 관가가 깼다.
“앙-아앙-”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어머, 아기가 깼네. 이놈의 백사자
야, 너 때문에 우리관가가 깼단 말이야. 알겠어”
여의는 아랫 내의와 치마를 추스르며 고양이를 흘겨본다.
저만큼 떨어져나가 서서 고양이도 꼬리를 사리며 파르스름한 눈을 조그맣게 오므려 가지고 여의를 빤히 바라본다.
그러다가, “야웅 ~”하면서 눈동자를 활짝 연다
여의는 다시 고양이가 귀엽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백사자야, 연애를 그렇게 다짜고짜 마구 대들 듯이 우악스럽게 시작하는 법이 어디 있어. 놀랬단 말이야. 사람과 고양이가 연애를 하는데 조심조심 해야될 게 아니겠어. 안 그래?”
“야웅”
“좋아, 이따가 다시 한번 해보자구. 응, 관가를 재워 놓고 말이야”
내실에서 관가의 우는 소리가 더욱 요란하다.
“앙- 아앙-엄마 엄마-”
냅다 엄마를 찾는 소리까지 들려오자 여의는 “그래 그래, 간다 - 울지 말어-”
하면서 얼른 주방에서 나가 내실로 향한다.
그러자 고양이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재빨리 뒤를 따른다.
여의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침상에 일어나 앉은 관가는 더욱 서럽게 운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지르르 코에서 콧물도 흐른다.
“울지 말라구. 엄마가 왔잖아. 아이구 우리 관가 착하지. 자, 젖 먹자구”
여의는 앞가슴을 헤쳐 유방 하나를 드러내면서 관가에게 다가간다.
그런데 그 순간, 뒤따라 방에 들어온 고양이가 그만 사납게 소리를 내지르며 두 눈에 파란 불을 켜고 냅다 비호같이 날아서 빨간 담옷을 입고 있는 관가를 사정없이 덮친다.
“으앙 ~”
관가는 질겁을 한다.
고양이는 날카롭게 세운 발톱으로 관가의 눈물과 콧물에 젖은 얼굴을 냅다 할퀴고, 이빨로 빨간 잠옷은 마구 물어뜯는다. 마치 사나운 호랑이 새끼 같다.
“어머나! 아이고 아이고-”
여의가 놀라 비명을 지른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난데없는 끔직한 사태에 정신이 아찔해진 그녀는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며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악을 쓰듯 고함을 내지르며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어 냅다 고양이를 향해 던진다.
“미쳤어! 미쳤어! 이놈의 고양이!”
너무 경황없이 내던진 터라 제대로 맞질 않고 벽에 가서 부딪쳐 쨍그랑하고 박살이 난다.
“으악- 아아아-”
단말마의 비명소리와 함께 침상에서 굴러 떨어진 관가는 정신을 잃어버린 듯 조용해지고 만다. 온통 얼굴과 목, 그리고 팔에 피가 낭자하고, 입에서는 거품까지 흘러나온다.
그래도 고양이는 조금도 기세를 늦추질 않고 으르렁거리며 갈기갈기 찢어놓을 듯 물어뜯어 댄다.
“아이고 - 사람 죽네 - 아이고 아이고-”
그만 여의는 눈이 뒤집히며 정신없이 고양이에게 달려든다. 두 손으로 고양이의 털을 불끈 움켜쥐고 왈칵 잡아당긴다.
그제야 고양이는 관가에게서 떨어진다.
여의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고양이를 방바닥에 내팽개친다. 그리고 냅다 발길로 걷어찬다.
“캭! 캬웅-”
비명을 지르며 고양이는 쏜살같이 방에서 복도로 도망쳐 나간다.
“저놈의 고양이 ! 잡아라-”
여의도 고양이를 잡아 죽이려는 듯이 정신없이 뒤쫓아 나간다.
“아이고 - 저놈의 고양이! 이일을 어쩌나. 이일을 ...”
고양이가 현관 밖으로 튀어나가고 마치 살짝 실성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여의가 현관에 이르렀을 때 불쑥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무슨 일이요”
한도국이었다.
한도국은 손님이 없어서 전당포에 혼자 앉아 화로의 불을 쬐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안쪽 가옥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무슨 말다툼이라도 있는가보다고 예사롭게 생각하다가 ‘사람죽네’ 라는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아서 놀라 벌떡 일어났던 것이다.
“고양이가 관가를...”
“관가를 뭐 어쨌는데요?”
“물어뜯어 놓았지 뭐예요”
“아니, 뭐라구요”
한도국은 화들짝 놀라며 안쪽으로 달려 들어간다.
내실에 들어선 한도국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입이 딱 벌어지고 만다. 온통 얼굴과 목 그리고 두 팔이 할퀴이고 물어 뜯겨서 피가 낭자한 관가가 아무렇게나 방바닥에 나뒹굴어 있는 게 아닌가. 빨간 담옷도 갈기갈기 찢겨졌다.
“아이구,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놀란 한도국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여의가 우선 관가를 안아서 침상에 눕힌다.
얼굴이 온통 망가져 버려서 제대로 형용도 알 수 없는 그런 흉측스런 몰골이 된 관가는 정신을 잃어서 마치 죽은 것같이 조용했다.
“내가 가서 의생을 불러올테니까”
한도국이 방에서 달려 나가자 여의는 울먹이면서 자기는 오월랑 마님에게 알리러 허둥지둥 뒤따라 나간다.
“아이고 이일을 어쩌지. 어쩌면 좋아. 아이고 아이고-”
곧 온 집안이 발칵 뒤집히다시피 되고 말았다. 관가가 고양이에게 물려 죽을 지경이 되다니, 너무나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월랑을 비롯한 부인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모여들었고, 소식을 들은 하녀들도 어찌된 영문인가 하고 달려왔다.
한도국이 의생을 데리고 들어서자, 방안은 조용해졌다.
관가의 몰골을 본 의생은 어처구니가 없는 듯 입이 딱 벌어지고 만다.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는지 좀 망설이다가 우선 한쪽 팔의 맥부터 짚어 본다.
“음 ~”
맥은 뛰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예사롭지가 않은 듯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기울인다.
옆에 서서 지켜보고 있던 오월랑이 조심스레 묻는다.
“어떤가요?”
“맥이 뛰고는 있는데...”
“그런데요”
“아주 위험하네요. 이거 어떻게 하죠?"
“아이고, 어떻게 하다니, 의생이 누구한테 묻는거요?”
의생은 할말이 없는 듯 쩝쩝 입맛을 다신다. 그 표정으로 보아 도저히 살려낼 가망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좌우간 하는데까지 해보자는 듯이 의생은 팔을 걷어 붙이고 우선 관가의 얼굴과 목, 그리고 팔에 낭자한 피부터 조심스레 닦아내기 시작한다.
“고양이가 아기를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을 때까지 유모는 뭘 하고 있었어. 응?”
그때까지는 너무 뜻밖의 일에 당황하여 어리둥절해 있던 오월랑이 그제야 몹시 화가 치솟는 듯 여의를 향해 냅다 내뱉는다.
“고양이가 어찌나 순식간에 사납게 달려드는지 정신이 없었어요. 그러다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 걷어차서 쫓아냈지요”
여의는 고개를 떨구고 울먹이는 듯한 소리로 대답한다.
“쫓아내기만 해서 되겠어. 잡아서 죽여야지. 반금련이 키우고 있는 그 고양이지?”
“예”
“그년 때문에 기어이 이런 일이...”
몹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오월랑은 몰려 서있는 하녀들을 향해 화를 내듯 뇌까린다.
“모두들 서서 구경만 하고 있지 말고, 어서 그놈의 고양이를 잡으라구. 잡아서 없애버려야지, 그대로 둘 수가 있어?”
그말에 하녀들은 모두 슬금슬금 방에서 나간다. 그러나 고양이는 잡을 수가 없었다. 어디로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서문경이 백마를 타고 황급히 집으로 달려온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오월랑은 아무래도 서문경에게 미리 알리는게 옳겠다 싶어서 하인 하나를 급히 제형소로 보냈던 것이다.
방에 들어서서 관가의 몰골을 본 서문경은 질겁을 하듯 놀라고 말았다.
金甁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