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항전을 벌이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를 대표하거나 지역을 대표하여
시합을 하는 경우 중요한 것은 승패를 가름하는 결과일 것이다.
물론 내용에서는 이기고 승부에서 패했다는 해묵은 표현으로 다소간의 위안을 삼을 수 있겠지만
엘리트 세계의 고과성적은 결국 승부의 결과에 좌우되는 것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프로선수는 그 결과에 따라 개인의 연봉과 대우가 결정되는 것이고,
국가대표는 그에 맞추어 1진과 2진 또한 주전, 상비군 등으로 분류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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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우리 아마추어 생활체육 동호인들의 세계에서 까지 그래야만 할 것인가?
고수의 실력은 존중해줘야 하지만 강짜를 부리는 되지못한 고수에게 주눅들어 때로는
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모습이 아직도 탁구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코믹한 현실의 단면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탁친과 갑장이기도한 여탁우가 탁장을 나서며 친숙한 느낌의 반말투로 인사를 하였다.
물론 나는 반갑게 화답하였으나, 옆에 있던 한 선배가 던진 말에 잠시 어색한 상황을 맞이하였다.
- 어! 잘 알어? 반말로 인사하네?
'네, 언니! 저랑 동갑장이 예요~'
- 에이, 그래도 고수님에게 반말하면 안되지!
얘기를 듣고, 우리 셋은 모두 웃으며 얘기를 마쳤지만 속으로 난 쓴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물론 인사한 친구나 말투를 지적한 선배와 내가 모두 친한 관계여서 서로의 진심을 알기에
이야기는 농담으로 마쳤던 상황이긴 하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탁구고수에게는 친숙한 동갑장이가 던지는 반말도 어색하게 느낄 수 있는
근거없는 경외감의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미의 농담이어서 나로선 웃기만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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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장 내외에서, 접하는 하수들의 멘트가 있다.
물론 고수.하수는 상대적이긴 하나 탁구장을 기준하면 대개 5부이하를 하수로 치면
3부이상은 고수라 할 수 있겠다.
- 저 고수는 나랑 잘 쳐 주지 않아서 기분 속상해요. 너무 건방진 거 같아요.
- 도대체 저 사람은 구장을 드나들 때 인사 하나 제대로 안하네요. 싸가지 없어요.
그외 다양한 표현으로 자신보다 실력이 상수인 탁우에게서 접하는 섭섭함, 위화감 등을 느껴
하소연 하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그러나, 탁구세상에서도 자존심은 남이 만들어주거나 대신 세워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보다 상수일 지라도 필요이상 비굴하거나 주눅들어서는 안된다.
그러한 행위나 태도는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탁우들 더 나아가 생활탁구계에서 실력지상주의에
기인한 못된 고수들을 양산하는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는 치명적인 독소가 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코 탁구실력과 인격은 일치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탁구실력이 높을 수록 스스로를 지키고 겸손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건방진 고수는 늘상 있어왔고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이같은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하수라고 생각하는 우리 자신 모두가 스스로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탁구실력 외적인 부분에서 필요이상 고수를 흠모하거나 대단한 거물로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엘리트 탁구출신 탁우들에게선 이런 문제를 자주 보기 어려운 반면에,
뒤늦게 탁구에 재미를 들여 올인하면서 고수의 반열에 올라선 이들에게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도 하다.
분명 당사자에게 먼저 문제가 있을 것이나, 그러한 원인제공을 간접적으로 만들어주는 하수들에게도
적지 않은 책임있음을 말하고 싶다.
탁구세상의 고수는 많고, 선생 또한 찾아보면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학습자 자신의 수준을 생각않고 실력위주와 선수출신 기준으로만 선생을 찾는다면,
탁구 뿐 아니라 삶에 문제를 야기할 어려움도 또한 커진다는 것을 생각하라.
대부분의 선생은 충분히 탁구실력을 올려 줄 수 있지만, 실력본위 만의 기준으로 찾을 때
당신의 생활 전반을 흔들어 버릴 수도 있는 문제있는 고수를 만날 확률도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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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현장에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얘기를 지금도 자주 듣는다.
대부분의 상황은 고수에게서 무시당했다거나, 자신과 쳐 주지 않아서라고 한다.
다르게 생각해보라.
스스로의 착각이 아니고, 위 경우가 사실에 입각한 문제있는 고수였다고 해도
당신 스스로가 그를 의식하지 말고 자신의 탁구위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푸념하거나 불평한다고 상대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며,
실력위주로만 판단하여 스스로를 낮추고 경우없는 상대에게 지고 들어가야 한다는 의식이
잘못된 탁구가치관을 우리에게 더 팽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차라리 개의치 않고, 열심히 서비스 연습을 하고 혹여 비치되어 있는 탁구장의 컴퓨터로
동영상을 공부하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라.
당신에게 손을 내밀며 함께 운동하자는 동료가 다가올 것이고, 자신의 초보시절을 기억하는
의식있는 고수가 분명히 도움의 손길을 뻗쳐올 것이다.
탁구장에서 분명히 실력만으로 논할 수 없는 더 높은 도덕적 가치기준이 존재하며
그에 맞추어 움직이는 탁구현장이 또한 진정으로 아름다운 탁구사랑의 공간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의 작은 언행으로 확증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