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고향이 있다고 자랑한다 난 서울에서 태어나 고향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종로구 평동이다 그곳에서 자치기ㆍ구슬치기 ㆍ딱지치기ㆍ다방구 말타기 등을 하면서 놀았다 광화문에 얼음이 얼면 그곳에 걸어가 친구들과 팽이도 돌리며 놀았다 아침에 밖으로 나가 놀기 시작하면 여동생이 "오빠, 엄마가 밥먹으래"할 때까지 만화방에서 만화를 읽거나, 각종놀이를 하면서 집 밖에 나가 놀았다 그때 제일 내가 좋아하는 놀이는 땅 따먹기였다 우선 땅위에 석필로 원을 크게 그리고 각자 한 뼘으로 땅위에 손을 펼쳐 석필로 그리면 바로 내 땅이 된다 부채꼴을 만들다보니 꼭지점의 선택을 잘하여야하고 손이 큰 사람이 유리하다 계속 그런식으로 야금야금 땅을 넓혀간다 제일 땅이 많은 사람이 일등이다 난 땅 따먹기에서 일등을 많이 하였다 이런 놀이를 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른다 밥 생각은 나지도 않는다 오히려 여동생이 밥 먹으라고 날 찾으러 올까봐 걱정이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누비 솜바지를 입고 그옷이 유장판이 될 때까지ᆢ 펄썩 땅에 주저앉아 마냥 놀았다ㆍ 아침부터 땅거미가 지는 저녁때까지ᆢ 그땐 하루가 무척 짧았다 그때 앉아 놀던 그 맨 땅이 갑자기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