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셨죠?
대한민국 <육군기록 정보관리단>에서 작년 가을 제게 보내온
저의 아버지 23세 때 사진(원본 말고 군복무 기록카드 사본)입니다.
사진(장교복)란의 크기는 2.3cm*2.3cm 아주 조그맣죠
요즘의 고급 증명사진 수준이 아니고
배경으로 보아 전쟁 중인 지역-아마 5사단 전투지역인 강원도 고성
어디에서 찍은 듯 합니다.
戰場을 배경으로 서 있는 저 어린 젊은이가 내 아버지라니
믿기지 않습니다.
햇살이 눈 부신듯, 바람에 머리카락 날리며 서 있는
아아...이제는 사진으로만 남은 내 아버지
대한민국 장교복을 입은 내 아버지
소대장으로 복무한 연한(年限) 0.3
0.3의 의미는 소위 계급장 달고 3개월만에 전사하셨다는 말이죠.
제 개인사를 이리 길게 쓰는 이유는
손자, 손녀까지 둔 할머니 선생이
이 나이에 강원도 속초로 학교를 옮기는 거 보고
혹 또라이(?)가 아닐까 @.@
앞으로 기념관에서 모두들 저를 피하실까 봐...약간의 변명 내지 제 인생 2幕해설
아버지 전사후 50년 만에 대전현충원에 이름3字 위패로만 봉안
- 유해가 없으니 국립묘지에 안 계시죠.
전사 후 51년만에 딸인 제가 한국전쟁 논문 검색으로 아버지 전사위치 찾음
- 휴전선 저쪽 고성땅이라 갈 수 없는 곳
전사 후 52년 만에 특공 군인 우리 막내가 남북도로 건설현장 특별경계근무
-외조부 전사지역의 바로 그 땅에 6개월간 근무한 (제겐 기적인) 일이 일어났고
물론 저도 비공식적으로 흰국화 한 송이 들고 아버지 뵙고 왔죠. 쉿, 비밀!
아무도 이런 절절한 제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는 거 압니다.
인간은 영악해서 자기 방식으로 자기 경험한 것만 아니까 ^^
그러나 21세기 초입인 지금은 바야흐로 다원주의 시대
우리 모두 타자화(Othering)의 마음으로
나와 다른 상대의 처지를 헤아려 Under에 Stand하여
이해(Understanding)한다면 "날 알아주는 당신이 있어 참 아름다운 세상"
이런 제 사적인 운명으로 저는 속초에 갑니다.
청초호수 부근 학교에서 근무하고
우선 살 집은 시내 한복판 주공 아파트(아주 작은 방2개)
산책은 설악동에서
사우나(사람은 모름지기 청결^^)는 낙산 해수탕에서
그리고 보름달 뜰 때 풍류는 강릉의 경포대라~ 얼쑤~절쑤~
23세 아버지 보고프면 57세 유일한 핏줄인 제가
고성 통일전망대로 달려 가 망원경으로 북쪽 땅을 바라보면 됩니다.
그리고 천천히 이 지역을 탐험한 다음
고성-속초-양양 라인에서
땅을 조금 사고 웰빙 황토 초가 3간 집을 지어
엘비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쉼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 어린 내게 엘비스는 아버지 대신
사춘기인 내게 엘비스는 오빠 대신
인생살이 고달픈 내게 엘비스는 남편 대신
그렇게 엘비스는 내게 뭐든 다 해주었습니다.
神이시여, 엘비스의 영혼을 돌보소서!
그리고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게 도움 주소서!
'06. 2. 25 주말 원주에서 마지막 드리는 편지 graceland 드림
추신: 속초에 살 집을 계약하고 돌아온 날 밤 꿈에
아버지는 아무 말없이 제게 편지를 내밀었습니다.
제 평생 꿈에 아버지 뵌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할머니는
니 애비가 눈물도 없고 슬픔도 없는 극락에 갔나 보다 이러셨죠.
편지를 받아보니 꽃이 가득 피어있고
눈에 익은 아버지 필체
그런데 아버지 모습은 23세 청년이었습니다.
꿈에서 깨고 나니 온 방안 가득 '아버지 향기'
아버지께서도 딸이 가까이 오는 게 반갑고 기특하셨나 봐요 *(^ ^)*
첫댓글 가슴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사연 읽으며 숙연해집니다~~
눈물이 핑~ 하지만 아버님의 영혼은 천국에서 그래스님을 지켜 주시고 계셨다는 확신이 듭니다~ 못다한 아버님의 몫까지 다하시며 그분께 영광된 삶을 사시는 님은 우리의 영원한 히로인!!
번개불에 콩구어먹는 깜짝 벙개하고 막 들어오니....그레이스님의 인생유정이...참 젊으신 앳된나이에 조국을 위해~한마리 새가 되셨군요~~숙연 경건~~그나저나 속초에 초가삼산 엘비스 쉼터가 우리의 노후를 책임져줄것같은 행복한 상상에~~믿습니다 그레이스님~~~~~ㅎㅎㅎ
'아버지의향기'로 가슴 절절~한 꽃편지 사연을 읽고서야..속초로 간절히 향하고 싶으셨던..그레이스님의 가슴 시린 속사연을 이제서야 헤아리게 되었네요ㅠㅜ눈에 넣어도 안아플,유일한 핏줄, 57세 따님이 너무도 그립고 사무쳐..23세 청년의 모습인 아버지께서 사랑하는 따님을 그곳,속초로 발령나도록 도와주셨군요~ㅠ.ㅜ
그레이스님!!아버지 한테는 열아들 부럽지 않은 딸입니다 당신의 사연을 알고나서 그말뜻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육군 소위 아버지는 참 행복한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행복한 사람입니다 ~~
낙산 해수탕??!! 부러 버라~~나 해수탕 않해봤는데~~그레이스님 강릉 경포대 달은 몇개이던가요???
2개라는데요,디바님~ 한개는 하늘에 떠있는 달, 하나는 바다에 풍덩 빠져버린 달~ 맞나요, 그레이스님? ㅎㅎ
몇 개인지, 실제로 경포 호수에 가서 한 잔 기울입시다!
정확하게 다섯개! 하늘에, 동해 바다에,경포호수에, 내 앞에 앉은 님의 눈에 그리고 내 술잔에~달이 있어요! 우!와~(19개월 손녀 감탄사)
엔드님이 강릉 경포대에 가시면 4개가 됩니다 ~~그대 눈동자에도 ~~~~~~~~소주한잔 들고 있으면 하나더+ ㅎㅎ
저도 고게가 숙여 집니다...
구영님!!고개숙이면 구영님 ^^달^^이안보이잔아요~~~~
요즘 디바님의 순발력 최고세효~! ㅎㅎ
엔드님 칭찬에 어깨가 으쓱 으쓱~~~~
부모님에 대한 사랑은 조건이 있을수가 없을 겁니다. 그레이스님의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이 참으로 아름답네요.~ ^^
거 봐요, grace님이 왜 안 나타나는냐 할 때 제가 긴 글 준비하고 계실 거라고 했죠?ㅋㅋ
취우님! 빙고
이 글 올려놓고 오늘 첨 봅니다. inca콘돌님, agape님, 인샬라님, 러브엘비스님, diba님, 엔드님, 구영씨, 계절비님 그리고 취우님 님들 모두모두 너무너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