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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디자인의 시대다. 내재된 가치를 외적으로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디자인이다. 이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뿐 아니라 개인, 단체, 사회, 국가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디자인은 분명 만드는 이의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더불어 만드는 이의 환경과 문화에 따라 천차 만별이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도 전 세계 70억 인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다만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끄는 정도에 따라 가치 평가가 달라진다. 21세기 들어 10년의 세월이 지나며 전 세계 자동차업계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중 현대기아차 그룹의 부상도 주요 이슈 중 하나다. 현대기아차의 차만들기 역량의 향상에 더해 시장의 주목을 끄는 디자인 전략 때문이었다.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전략에 대해 조망해 본다.
차만들기 역량의 향상이 디자인을 부각시켰다.
현대기아차는 지금 글로벌 플레이어들 중 보기 드물게 두 브랜드 모두 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세단형 1리터급의 미니카부터 전장 5미터가 넘는 풀 사이즈 세단까지, SUV도 소, 중, 대형 모두 라인업되어 있다. 유럽 기준으로 A,B,C,D세그먼트는 물론이고 E1 세그먼트의 제네시스와 K7, E2세그먼트에 속하는 에쿠스와 K9까지 있다. 포드와 혼다는 E2세그먼트의 모델이 없고 폭스바겐은 E1세그먼트가 없다. 토요타는 E2세그먼트에 센츄리가 있지만 일본 내수용이다. 세계적으로 이처럼 풀 라인업을 갖춘 메이커는 많지 않다.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것은 차의 크기에 따라 선호도가 다른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시장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자동차문화가 성숙한 선진국 시장과 이제 막 모터리제이션이 싹트기 시작한 개발도상국의 제품 취향이 다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남미,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지역의 소비자들의 특성이 모두 다르다. 선진국 시장 유저들의 다양한 개성을 충족시켜야 하고 신흥국의 지역적인 특성에 따른 취향을 반영하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
현대와 기아 브랜드간의 차별화와 함께 브랜드 내 모델들도 시장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얘기이다. 차체 크기부터 시작해 엔진 배기량, 출력과 토크 특성, 승차감과 주행성, 각종 첨단 장비에 대한 생각도 시장마다 다르다. 미국시장도 다운 사이징의 트렌드를 거역할 수 없지만 여전히 큰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유럽시장은 컴팩트하고 실용적인 면을 중시하며 출력보다는 토크 특성이 좋은 차를 선호한다. 중국의 소비자들은 내용은 물론이고 크기에 대한 로망이 강하다. 에탄올 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브라질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또 다르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지금 그런 시장 다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고 실제로 시장에 따라 투입되는 모델을 달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D세그먼트 모델인 현대 쏘나타다. 미국시장에는 중형 앞바퀴굴림방식 플랫폼을 베이스로 한 쏘나타를 판매하고 있지만 유럽시장에는 변형 플랫폼을 베이스로 한 그보다 약간 작은 i40시리즈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시장에는 현대 기아 공히 전용 모델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과거 플랫폼 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다른 부문에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품성 개량을 위한 섀시의 성능부터 시작해 각종 인테리어 편의장비 등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과 독일, 일본에 디자인센터를 설립할 수 있는 여력도 그런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차명도 미국시장에서는 지명 등 고유명사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비해 유럽시장에서는 i30, i40 등의 이니셜과 숫자를 조합한 것을 사용하고 있다. i10은 유럽시장에는 있지만 미국시장에는 아예 없다. 불과 수년 전에 비해 크게 세분화되어 있는 내용이다. 기아자동차도 유럽시장 전용 모델 씨드를 개발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시장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이다.
디자인의 기아’, ‘현대의 디자인’
디자인 측면에서도 현대자동차는 지역별 차급별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테마는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lupture)다. 그 테마를 바탕으로 각 모델들에 각각의 컨셉을 부여하고 큰 틀에서의 패밀리 룩을 만들고 있다. 쏘나타와 아반떼의 디자인이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같은 주제를 표방하고 있고 그것이 현대자동차의 패밀리 룩이다.
국내 시장의 예를 들면 소나타와 그랜저 등 중형 이상의 세단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날개(Wing)형상의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 반면 준중형 이하와 SUV모델에는 헥사고날 타입의 그릴이 적용되어 있다. 이런 디자인에 해외에서는 시장별로 달라진다. 미국시장에서는 날개 형상의 그릴을 택하고 있고 유럽시장에는 헥사고날 디자인을 주로 적용하고 있다. 헥사고날은 조화로움이 주제이고 윙은 고급감을 표방하고 있다. 유럽시장에는 헥사고날 그릴을 채용한 모델들을 내놓고 미국시장에는 윙 그릴이 주다. 시장의 소비자들의 취향 차이에 따라 다른 컨셉의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파워트레인에 따라서도 그릴 디자인이 다르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헥사고날이 기본이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상, 고급감보다는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주면서 기존의 쏘나타와 차별화하기 위해 헥사고날 그릴을 적용했다.
강한 패밀리 룩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양산 브랜드이면서 아이덴티티를 내 세우기 위한 큰 틀의 테마를 제시하고 세부적으로 시장의 특성에 따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토요타나 폭스바겐, 쉐보레 등이 여전히 강한 패밀리 룩을 채용하지 않고 있는 것과 조금은 대비되는 대목이다.
피터 슈라이어와 오석근의 특성과 역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전략은 수장들의 캐릭터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피터 슈라이어가 영입되기 전까지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은 조직 문화의 산물이었다. 디자이너의 존재감이 없었다는 얘기이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물론이고 브랜드별 일관성이나 차별성을 위한 포인트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럽 메이커들이 그러듯이 디자이너의 캐릭터를 전면에 내 세우고 그에 따른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불과 5~6년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다. 이것이 최근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일취월장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기아자동차의 피터 슈라이어와 현대자동차의 오석근이라고 하는 수장들의 성격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오고 있고 두 브랜드가 각기 다른 성격을 표방하고 있다. 피터 슈라이어가 예술가적인 기질이 강하다면 오석근은 전략가적인 성향이 강하다. 피터는 개인의 역량을 더 중시한다면 오석근은 조직력을 더 강조하는 타입이다. 팀웍을 이루는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그런 그들의 성향은 디자인팀을 이끄는 방향성에서 차이가 나고 결과물에 그런 차이가 잘 나타나 있다. 기아차가 정통 스타일링이고 현대차는 파격적인 디자인이다. 두 브랜드에 대한 방향성이 서로 대화를 통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아주 긍정적인 쪽으로 귀결되었다.
피터는 독일 폭스바겐 그룹 출신으로 21세기 들어 디자인 측면에서 BMW와 대비되는 방향성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아우디의 모델들을 디자인했었다. 그런 그의 배경은 기아브랜드에 반영되었다. 밸런스를 중시하고 지나친 공격성보다는 정통성을 중시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프로포션 측면에서는 아우디의 모델들과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거기에서 기인한다. 피터 슈라이어는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형상화하며 양산 메이커이면서도 강한 패밀리 룩을 지향하고 있다.
반면 오석근이 이끄는 현대 브랜드의 디자인은 화려함을 추구하면서 차급과 시장에 따라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있다.
현대 브랜드의 얼굴은 쏘나타와 그랜저
현대 브랜드의 존재감을 끌어 올린 첫 번째 요소로 품질을 꼽는다. 그것은 과거의 현대에 비해서 그렇다는 얘기이지 글로벌 브랜드보다 앞섰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기본적인 조건은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품질 이 외에 특별히 내 세울 것이 없는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서는 세계 5위 메이커에 걸맞는 그 무엇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인을 위한 차를 만들어야 하는 양산 브랜드의 패밀리 세단으로서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채용했다. 결과론적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지금 디자인을 비롯한 ‘새로운 개념의 상품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 그랜저는 YF쏘나타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유럽기준으로는 E1세그먼트 미국 기준으로는 ‘어퍼 미들 클래스’ 세단으로 분류된다. 두 모델 공히 한국시장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오너 드리븐 패밀리 세단으로서 자리매김을 해왔다. 패밀리 세단은 4명의 가족이 넉넉하게 탈 수 있어야 한다는 물리적인 조건이 우선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폭넓은 유저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20대부터 50대까지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타겟마켓층의 폭을 말하는 것이다.
패밀리카의 대명사인 폭스바겐 골프는 오랜 세월 진화를 거듭하면서도 획기적인 변화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하고 내실을 다지는 발전을 해왔다. 스타일링 디자인에서 특별히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도 실증이 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제품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베스트 셀러 모델의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다. 당연히 골프를 벤치마킹한 토요타의 모델들도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양산 메이커이면서 파격적인 디자인을 추구한 브랜드도 물론 있다. 프랑스 3사와 일본의 닛산 등이 그렇다. 르노의 전위적인 디자인은 그 역사가 깊다. 푸조도 6세대 모델부터 기존의 클래식 디자인을 버리고 파격을 택했다. 닛산 브랜드의 모델들도 정통, 즉 클래식 디자인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선과 면의 사용이 이그조틱카와 양산 패밀리 세단의 중간 지점에 있다.
문제는 그들의 전략을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이다. 지금도 도로 위를 보면 무채색 일색이다. 사람들은 입으로는 변화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변화에 앞장서지는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가더라도 그 속도는 아주 늦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는 2011년 디트로이트오토쇼를 통해 “New Thinking, New Possibility!”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 세웠다. 생각을 바꾸라는 얘기이다. 그동안의 통념과 다른 접근을 통해 자동차를 보라는 것이다. 그런 현대자동차의 변화에 대한 이미지 리더로 벨로스터를 내 세웠다. 장르와 세그먼트에서 새롭고 스타일링 디자인에서도 파격적인 모델을 전면에 내 세워 현대 브랜드의 존재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마케팅 연관성(데이비드 아커, 브랜드&컴퍼니 간)'에서 이야기하는 하위 카테고리를 창출하고자 함으로 해석된다.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 현대 브랜드에도 영향
피터 슈라이어의 선과 면이 모든 모델에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 모든 모델에 패밀리 룩이 적용되어 있다. 피터가 내 세우는 기아의 디자인 테마는 ‘Simple is Beautiful.’이다. 간결한 선과 면의 조화를 통한 일체화된 형상을 만든다는 것이다.
올 봄 출시된 K9 을 계기로 ‘디자인의 기아’가 새롭게 주목을 끌고 있다. K9은 ‘Simple is Beautiful’ 을 컨셉으로 ‘느껴지는 고급성’, ‘성능을 표현하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Form Follows Function’이라는 기본에 기아만의, 더 정확히는 피터 슈라이어의 철학이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쉽게 설명하면 ‘자세가 좋으면 거동이 좋다.’라는 논리를 한 차원 높은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시각적인 자세는 물론이고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표방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기아자동차의 디자인은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에서 안정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강한 캐릭터 라인을 통해 독창성을 만들기보다는 전체적인 균형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현대의 디자인’과 상대적으로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두 브랜드 대부분의 모델에 패밀리 룩이 적용된 지금 시점에서 현대와 기아 차별화는 더욱 주목을 끈다. 기아 쏘렌토R과 포르테 쿱이 표현하는 것은 현대 에쿠스와 투산 iX, YF쏘나타의 그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포르테와 쏘렌토R의 스타일링 익스테리어는 안정적인 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격한 캐릭터 라인의 사용을 억제하고 있다. 에쿠스와 K9의 표현법도 극명하게 다르다.
기아자동차의 디자인은 스포티한 자태를 표현해 내고 있다. 포르테의 경우 3박스 세단 승용차 구조이면서, 차체 스타일은 쿠페와 같이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특징을 표출하고 있다. 안정적인 프로포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쏘렌토 R의 경우도 프론트의 패밀리 룩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생명력이 긴 양산 브랜드 디자인의 전형이다.
이에 반해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은 극히 화려하다. YF쏘나타의 경우 프론트 라디에이터 그릴은 물론이고 사이드 캐릭터 라인도 조금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장되어 있다. YF쏘나타는 프로포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폭스바겐 파사트, 혼다 어코드 등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균형이 잡혔다는 얘기이다. 다만 강한 캐릭터 라인으로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투싼 iX도 모터쇼의 컨셉트카에 적용되었던 라인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는 파격을 보여 주고 있다.
같은 그룹 내 두 브랜드의 디자인이 극단적으로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과거 PSA푸조 시트로엥 그룹 내 푸조의 보수적인 디자인과 시트로엥의 전위적인 디자인이 보여 주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폭스바겐 그룹 내의 양산 브랜드인 폭스바겐과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의 차이와도 비견될만하다.
분명한 것은 불과 수 년 전 현대와 기아 브랜드의 중복성을 주장했던 사람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을 정도로 두 브랜드는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기아자동차의 디자인은 폭스바겐의 골프나 토요타 캄리 등에서처럼 만인이 원하는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은 호불호가 뚜렷한 그래픽이 다용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는 과거 현대자동차의 모델들과는 달리 YF쏘나타의 스타일링 디자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것이 BMW가 그랬듯이 판매증가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가 이르다. 여전히 모험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또 하나, 기아자동차의 차만들기는 전형적인 ‘유러피언’ 지향이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미국시장을 의식한 차만들기다. 과거에도 이런 표현을 사용했었다. 당시에는 단지 그렇게 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이었다면 이제는 두 브랜드가 스타일링 디자인은 물론이고 하체의 특성까지도 그런 특성을 살려내고 있다.
여기에 기아자동차가 차명을 알파벳과 아라비아 숫자 조합으로 한 것도 두 브랜드 차별화의 중요 포인트다. 기아자동차의 모델들은 앞으로 모델체인지를 하면서 모두 K라인으로 바뀔 것이라고 한다. 물론 현대기아의 전략이 장기적으로 변화가 없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등장할 모델에도 같은 차명이 적용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 자동차업계에서는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그것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성공시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차명의 의미가 아무리 좋아도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그것을 하나의 아이덴티티의 표현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지금 또 다른 차원에서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전이다. 현대와 기아는 1998년 합병하면서 한 순간에 규모의 경제라는 숙명을 해결한 이후 연구개발센터의 통합과 플랫폼 공유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비용저감이 숙명인 양산차 메이커의 아킬레스건을 해결한 것이다. 그 힘은 부시의 이라크침공으로 인한 석유가의 고공행진과 만나 세계 시장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현대기아차는 20세기 논리였던 ‘살아남을 메이커 10개 또는 6개’에도 들지 못했었으나 이제는 5대 메이커로 우뚝 섰다.
지금이 현대기아차 그룹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는 위기이다. 그동안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경쟁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으나 이제는 다르다. 세계의 메이커들이 경계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만큼 진정한 실력을 검증받아야 할 때라는 얘기이다. 기술력의 발전과 더불어 현대와 기아 브랜드만의 독창성 구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잡아야 할 때다.
기회란 다름 아닌 브랜드 가치 제고다. 지금의 상승세를 어떻게 제품의 가치에 반영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현대나 기아 브랜드의 프리미엄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트렌드세터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캐치 업(Catch Up) 역량은 뛰어나지만 시대를 리드하는 선구자로서의 자세는 부족하다. 그런만큼 스토리 텔링을 할 수 있는 소재도 많지 않다. 더불어 희소성이 중요한 요소인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400만대의 현대나 300만대에 육박하는 기아나 거리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는 새로운 방향성을 스스로 창조해 정립해 나가야 한다. 그것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 기회는 어쩌면 현대 브랜드의 얼굴인 쏘나타의 차세대 모델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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