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 사는 기쁨
생명은 축복이고, 삶은 기쁨이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고 내일도 그렇겠지만 살아있음, 그리고 살아 있어서 무엇인가 할 수 있음은 기쁨이다.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돼서 눈 감고, 집중하지 않아도 해내는 일들이 대부분이어도 삶은 여전히 기쁨이다. 마음 아프고 슬픈 일이 있어도 그것들을 그렇게 느낄 수 있어서, 또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어서 기쁨이다.
삶의 그 기쁨은 성취감 같은 것이라기보다는 영원히 살아 계시는 하느님을 향하는 기쁨이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삶이 이 세상에 붙잡혀 있기 때문일 거다. 이 세상 너머에 있는 미지와 신비로운 세상을 그린다는 게 아니라, 생명의 근원인 분을 향하고 그분과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긴 여행을 떠난 사람처럼, 순례자처럼, 수행자처럼 내게 주어진 삶을 살고 그분께로 계속 가까이 가는 중이다. 삶이 그런 게 아니라면 이 지루함과 불안을 견딜 수 없을 거다. 삶은 죽음이라는 번호표를 뽑고 그 번호가 불릴 때를 기다리는 시간이 될 거 같다.
우리가 향하고 있는 그분,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양육하고, 우정과 친교를 이루고, 선한 일을 하고 의미를 찾고 그러는 걸 거다. 교회는 혼인의 단일성(單一性)과 불가해소성(不可解消性), 즉 혼인은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배타적으로 자신을 내어주는 행위이고 결합이라서, 부부는 ‘둘이 아니라 한 몸으로 갈라질 수 없고,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라고 가르친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는 이혼이 법적으로 없다. 그런데 이혼은 엄연한 사실이라서 여러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예수님 시대 그리고 그 훨씬 전인 모세 시대에도 그랬다. 둘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건 삼위일체 하느님 안에서뿐인가 보다. 부부가 서로 맞춰서, 반씩 덜어내서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나를 너에게 완전히 내어줌으로써 하나가 된다. 그게 사랑이다. 그런 분이 하느님이다.
생명이 축복이고 삶이 기쁨인 것은 목적을 달성하는 성취감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정말이지 잠시라는 걸 잘 안다. 우리 영혼은 영원한 걸 갈구한다. 사랑이 영원하다. 그 영원한 사랑은 얻는 게 아니라 내어주는 거다. 십자가 위 예수님이 그걸 증언하신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콜베 성인은 그 진리를 글자 그대로 실천했다. 수용소에서 다른 이를 대신해서 죽었다. 그에게 자신의 생명을 내어줬다. 수용소에서 만난 그 남자를 성인이 죽도록 좋아해서 그러지 않았을 거다. 생명은 남에게 주라고, 사랑하라고 내게 주어진 것이기 때문일 거다. 배우자에게, 자식에게 자신의 생명을 내어줌으로써 그리고 하느님 백성을 위해 삶을 봉헌함으로써 우리는 하느님 창조의 본래 계획대로 된다. 우리는 영원히 산다.
예수님, 주님의 친구 콜베 성인을 기억하며 생명이란 보관하는 게 아니라 내어주는 거라는 걸 되새깁니다. 밀알 하나가 없어져 수십 배 열매를 얻는 거처럼 제게 주신 생명과 이 성소도 그렇게 풍요롭게 되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유혹과 도전이 많은 세상살이에서 어머니의 그 큰 손으로 제 영혼을 지켜주시고 사랑의 길로 이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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