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억시 부는닐
황학산을 용감히 넘었다고 동네방네 자랑했더니
요것봐라~ 하고 심통난 감기가
영력을 넓혀 기관지염까지 몰고 와
기침이 계속 멎지를 않고
쿨룩대며 가래섞인 기침소리가
영낙없는
시골 봉노방 할아버지 해소기침이라.
이비인후과로 전과하여 치료받고 있던중
이번 놀토에 은광산우회 대간길 떠나는데 동행하자고...
전화 온 명희에게
의사선샘 말쌈도 몇번씩이나
"감기는 안정을 취하고 쉬는것이 최곱니데이.
며칠 푹~~쉬십시요~ " 라고도 했고
내가 생각해도 그래야될거 같아서
아무래도~~???? 이번엔 쉬어야 겠다고...했더니
난리가 났어. 나 안가면 저도 못간다며
할미봉, 덕유산이 기가 막히는데 우리끼리 가는것보다
함께 갈 기회에 가면 더 쉽지를 않겠냐며
약 지어올테니 더 지낄 필요 없데여.
내가 또 마음이 약하잔아
"아이고 아파죽겠네" 하고 당장
머리 싸동여메고 누워있는 것도 아닌께
안가야겠다는 마음, 실무시 거두고
토요일에 다녀와서 일요일에 푹~쉬지 뭐,
그때부터 집에선 기침 나올때 마다
숨어서 소리죽여 해가며 안아픈척했지.
영감 알면 분명히 못가게 할테니까
다아~ 나은척 목소리 가다듬어가며
맑은소리로 대답하고.... 내가 이게 무슨짓인지 몰라~
서른아홉번째 이번 대간길은
육십령~ 할미봉 ~ 장수덕유산(서봉)~ 남덕유산~ 월성재~ 토옥마을
토요일 새벽 6시
은광팀과의 만남은 지난달에 이어 두번째라,
그 새벽에 나가니
만나는 선샘마다 이제는 구면되어 반갑기까지 하고
오늘따라 자주빛 패션모자로 멋부린 명희는
수락산에서 발탁(?)한 날렵한 파마머리 영계아자씨를 대동해서
날 기다리고 서 있네.
특별초대손님으로~ 명희가 부른모양,
떠났지.
이팝나무 새하얀 꽃이 하얀눈을 뿌린듯
눈부신 새벽길을 달리며
아픈것도 잊고 마음은 벌써 기암괴석의 암봉이
기가 막히다는 할미봉을 밟으며 덕유산으로 가고있는 사이
차는 어느듯 대진고속도로의 금산 인삼랜드 휴게소로~
굴국밥에 인삼까지 넣은 보양식으로 아침을 먹고
가져간 약 입안에 털어 넣으며
나~ 계속 이래도 되는건지? 왠지 마음이 물안해오데.
속도 미슥거리는거 같고....
몸이 영~ 시원찮아.
차는 점점 고도를 높이며 구비구비 재를 돌아
드디어 육십령 고개를 오르는데
인제는 차멀미까지 날라하데.
9시 20분
육십령 고개마루
육십령이라고 쓴 거대한 표지석이 보이는가 했더니
미처 처다볼 기회도 주지않고
표시리본 펄럭이는 등산로로 모두들 들입다 뛰어가는데
우리 대장 찾으니 벌써 올라갔디야.
짐도 아직 그대로 있는데....이 짐을 어떡 한디야?
무거운 짐을 그대로 지고 등달아 뛰어서 산길을 오르는데
숨이 헉~ 헉 그야말로 헐레벌떡이다.
가뜩이나 바같의 차운공기에 코는 막히고...숨이 고르지 못한데
평지도 아닌 가파른 산길을 무거운 베낭까지 지고
뛰듯이 오르니 성한 상태도 아닌 내몸이 배겨날수가 없지.
숨을 몰아쉬며 서 있는데
무거운거 있으면 달라고 날렵한 특별손님 예쁜짓하네
대장도 아닌데
달라고 한다고 염체없이 다아 줄수도 없고
일부만 부탁하곤
또 산길을 오른다, 인제는 현기증까지 나며
숨이 차 오는데
심장소리가 얼마나 쿵쾅대는지 온산을 울리는거 같어
그래도 이를 물고 오르긴 하면서도 후회가 되네
오늘은 정말 오지말아야 되는건데...
쉬고 또 쉬고. 나무 짚고 숨 고르고 있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구세주같은 목소리가
" 힘드세요 ?
베낭 무거운거 같은데 제가 질께요,"
이런 고마울데가....
돌아보니 목소리만 좋은게 아니고
인물까지 잘 생긴 인상좋은 젊은 선샘이
흑기사 자청하며 손은 어느새 베낭을 잡고있네.
고맙기도 하시지....
수없이 산엘 가도 내 베낭 대신 져주는 사람 없었는데.
베낭을 벗으니 몸이 날아갈 꺼 같다.
몸이 아프니 어깨를 짓누르는 베낭의 무게가
바위돌 얹어놓은거 같이 짓눌리며 가슴까지 답답했는데
그 증세가 없어지며 마음까지도 가벼워지네.
할미봉까지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기암괴석의 암봉이 서서히 눈앞으로 다가오고.
10시 30분 할미봉 도착 해발 1026M
기기묘묘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멀리서 보면 등 꼬부라진 할머니 모습이라 해서 할미봉이라는데
이름과는 달리 치솟아 있는 바위들이 간담을 서늘케하며
시야가 시원스레 트여있다.
가는 비가 후두둑~ 후두둑~ 떨어진다.
할미봉을 내려서며 계속 되는 바위능선이
울룩불룩 위험천만 대포바위, 다행히 로프를 잡고
아슬아슬 곡예하듯 내려오면서도 재미있다.
오밀조밀 숨박꼭질하듯 내리고 오르니
소나무와 바위가 적당히 어우러진 완만한 능선이 나온다,
멀리 웅장하게 보이는 장수덕유산은 아직도 멀고
언제 저기까지 가누~~~
하산길 장수군 토옥마을이 고향인 선샘께서
하산해서 덕유산 맑은물에서 자란 송어회를
푸짐하게 대접 하겠다니
오늘점심은 일찍 먹고 적게들 먹으라고....
회장님의 당부이신지라.
아직은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할미봉서 한시간여를 더 올라 안부 도착
11시 30분
소나무 아래 넓직한 장소에 자리잡고
조금 이른 점심을 먹을래니 영~ 밥맛이 없다.
미열과 감기탓에 밥맛도 떨어졌나보다.
올라갈 길이 아직도 먼데
부른배로 저 고개를 어떻게 넘을려고...
쳐다보니 까마득하다
오늘같은 날은 뒤에 쳐지면
아예 따라가지 못할거 같아서 서둘러 앞장 서서 나섰다.
힘들다. 가파른 오르막 암릉을 한참 올라가니
산죽들이 키를재며 좁은길만 내어놓고 지천으로 덮혀있다.
속리산의 산죽보다 더 넓은 산죽길
와스락~ 와스락~ 스치는 산죽소리에 스스로 놀라며
돌아보니 앞 뒤 아무도 없이 그 큰산에 오직 내 혼자다.
내 앞에 간 명희는
파마머리 영계아자씨 뒤따라 더 빨리 갔나보다.
길이 어찌나 마딘지 계속 하늘을 이고 걷는데
전망이 기가 막힌다. 낮은 잡목과 산죽의 어울림
잡목과 바위를 헤치며 눈안에 들어오는 탁 터인 전망속에
펼쳐지는 광활한 산야들을 위안 삼으며
힘들지만 기를 쓰고 올라가니
앞서간 명희 감탄사 연발하며 사진찍느라 정신이 없네.
난 고만 사진기 들기도 귀찮은데...,
장수덕유산 정상의 바위들이
바로 눈앞인거 같은데 돌아서면 오르막
카파른 암릉에 로프가 군데군데, 잡고 메달리고 올라서며
언제쯤이면 정상이 나타나나? 안달이 날무렵
왼쪽 바위 틈새로 대장얼굴이 보이네
"여기라~" 반갑기도 하지...
와~~~~드디어 올랐네.
장수덕유산 해발 1,510 m
정신이 없어서 시간은 보지도 않았지만
2시 전후인듯
정상엔 넓은 바위가 얼기설기
표지석은 없고 표지목만 덩그라니 서 있는데
과연 정상에서 보이는 사방의 전망은
덕유산의 이름값을 하고도 남았다.
정상에 서니
힘들었던 순간들이 어깨를 녹노고리하게 내려앉게하고
지금껏 긴장과 안간힘이 일시에 풀어지며
다리에 힘이 빠져 그냥 땅이 폭삭 내려앉는것 같다.
얼음냉수 한잔에 정신을 차리고 금방 또 하산길을 서두른다.
코앞에 있는 남덕유산을 잠깐 들러서 월성재로 내려가자는데
만사가 귀찮다.
아슬아슬한 철계단을 한없이 내려서니
발목이 빠지는 잔설이
봄속의 겨울을 맛보이며 수북수북 쌓여서
까팔막진 내리막길이 미끄럽기가 장난이 아니다.
신경은 곤두세우고 한참을 내려오니
산죽이 밭을 이루고 있는 안부,
여기서부터는 계속 오르막
게다가 희긋희긋 눈까지 덮힌 너덜길을
힘겹게 오르며 앞서 가는 일행이 가물가물 거리는데 .
진땀이 나며 발이 자꾸 헛디뎌진다.
약을 먹지 않았더니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며 어지럽다.
휑~ 하니 나를 두고 앞서간
명희와 우리일행 3명은 내 눈 앞에서 살아진지 오래고
누구한테 얘기할데도 없고 괜히 혼자서 서럽다.
" 몸 아프면 나만 섧다" 는 옛말까지 떠오르고...
남덕유산과 월성치 갈림길,
몇십걸음만 더 가면 남덕유산인데
모두들 월성치로 내려가잔다. 너무 힘든다며...
지금의 몸상태로 일행도 없이
내혼자 올라가기엔 용기가 나지않고
그대로 따라서 월성치로 발길을 돌리면서
은근히 심기가 편칠않은건 왤까?
그냥 괜히 서운하데. 몸이 아프니 마음까지 좁아진건가???
눈길과 진흙길을 걷고 걷고 또 걷고~
월성치
눈앞에 산죽길이 나 있는 삿갓봉 오르는 길이 보인다
오른쪽으론 황점으로 가는 하산길
왼쪽으론 우리가 하산할 토옥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남덕유산 올라간 일행을 기다려서
함께 토옥마을쪽으로 하산~
너덜길 산죽길을 지루하게 내려가니 토옥동 계곡이 펼쳐진다.
맑은물 좔좔~ 흐르고
물소리 청아하게 들리는 계곡을 끼고,
콸콸콸~ 흘러내리는 푸른물을 뛰어 건너서, 그것도 수도 없이...
또 하염없이 내려가는데
뒤에서 자상한 심샘,
힘들어 보인다며 염려를 해주시니...
뒤따라 오시던 아침의 흑기사 젊은선샘,
내 베낭을 또 대신 메어주신다며 가져가네.
나중 알았는데 성씨가 백씨라~ 양반인가비여~
고마우셔라 ~ 자상한 심샘도 고맙고
하산길 옆애서 쭉~ 함께하며 신경써 준 한선샘도 고맙고...
이 웬수 꼭 갚아야 되는데...기달려주오!!
지루했던 하산길~ 푸르른 산죽도 맑은 계곡도
쭉쭉 뻗은 청솔도~ 별 위안이 되지않았으니....
5시가 지나
장수군 토옥리에 도착
맑은물 가득 송어떼들 물반 고기반이고...
예상보다 한시간이나 늦은 하산길이었지만
국문학의 큰별 정인승님의 기념관은 그래도 관람하면서
말본책 보며 꿈많던 여고시절 떠올려보고....
5시 50분 귀경길에 올랐느니... 눈감고 눈뜨니 서울이더라~
나의 무모한 자만으로
그동안의 대간길 중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이번 대간길을 다녀와서
저 많이 반성했어요.
1, 감기 우습게 보지말라.
2, 아프면 빨빨거리며 다니지말고 푹~~~~~~~쉬어라~
3, 아픈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4, 나 아프면 나만 섧다. 등등등~~~
오늘 아침 전화한 춘희가 내목소리 듣더니
좀 나은거 같긴한데 아직도 본 목소리가 아니라 카네.
우린 이제 노구라서 병이 오면 늦게 나가니
분수(?)지키면서 살아가리야~ 옳은말쌈!! ...명심할라고...
2006년 4월 23일
백두대간 서른아홉번째 산행보고 드렸음다.
첫댓글 많이 힘들었구나.건강 4계명(?) 까지 발표한 것 보니.... 명희는 향수기 꼬셔서 데려 갔으면 좀 챙길 것이지 파마머리 영계 아자씨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나?
참으로 대단하다 우리 향수기. 감기에서 기관지염을 달고서 까지.... 맹이 깡다구 좋고... 향수기 진짜 아파서 쓰러지면 뒷감당을 우째할라고.. X (군대 갔다온 사람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알끼구만)퉁소는 불어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고 하더니 세월은 흘러 金登祭가 이제 열한번만 더 버티면되네...
증말 못말리는 아줌마들이다. 뭐 먹고 살 일 났다고 그리 무리를 하노? 감기로 죽은 사람도 있는데 지금부터 몸조리 잘 해서 감기 뚝 할때꺼정 쉬어라. 몸 아픈거보다 더 섧은게 어디 있다고...명희의 복장을 보니 봄바람이 분다. 산타는 명희, 산이 주는 기쁨으로 노래하는 명희는 좋지만서도.
니가 그렇게 아픈줄을 모르고 내욕심만 챙긴것같아 미안하고 또미안하네. 그좋았던 덕유산의 전경도 몸의컨디션이 안좋았으니 좋은 줄도 몰랐을것같애. 내 이기심에 다시한번 반성해야겠다. 조리잘혀어.
내가 니 대간기 퍼다가 우리까페올렸다.
수고 하셨습니다. 40회 대간 소식을 기다려야지.??
몇주간의 감기에 시달리는등의 악조건에서도 긴오름길 짧은 내리막길 일곱시간 반 길을 해냈의니 이젠 큰 대간꾼입니다 겹친 피로와 건강 빨리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많이 서러웠나보네. 용기는 좋지만 어디 읽어내려가다니까 아슬아슬해서 죽겠다. 은광 대장샘은 어디간겨? 아픈 너 혼자두고..죽도록 힘만 들고 구경은 한겨?
아픈 몸으로 해발 1510 m 덕유산 정복이라니 정말 대단하다. 감기가 만병의 원인이 된다니 조리 잘해라.
장하다...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이 악 물고 끝까정 가봐..향수기 하이팅.
아픈 몸으로 대단하다. 감기 다 낫거든 산에 가. 하산 길에 함께 해 준 샘들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