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단과 3000여 신자들 축하, 서품식 후 신자들 바라보며 눈시울 붉혀
| ▲ 7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주교 서품식에서 문희종 주교에게 안수하고 있다. 안수와 주교 서품 기도는 주교 서품의 가장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으로, 이를 통해 선발된 주교는 주교직과 함께 수행에 필요한 성령의 은사를 받는다. |
10일 문희종 주교 서품식이 거행된 수원 정자동주교좌성당에는 3000여 명의 신자가 함께해 새로운 보좌주교의 탄생을 한마음으로 축하했다. 수원교구는 설정 52년 만에 처음으로 두 명의 보좌주교를 두는 기쁨을 누렸다. 문희종 주교는 교구민들에게 “사랑하는 교구민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백슬기 기자 jdarc@
사진=이힘 기자 lensman@
○…서품 예식은 교구 사무처장 김상순 신부의 주교 서품 청원으로 시작됐다. 이어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도록 프란치스코 교황의 임명장을 높이 들어 보였다. 교황은 임명장에서 “존경하는 형제인 이용훈 주교가 올린 청원을 받아들여 수원교구를 매우 잘 알고 있는, 사랑하는 아들 문희종 요한 세례자 신부를 교구 보좌주교와 무티아 명의 주교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긴장된 표정으로 서품 예식에 임하던 문 주교는 주교단과 평화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예식이 끝나자 제단에 올라 신자들과 사제단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봉헌 예절 때에는 문 주교가 마지막 본당 주임으로 사목하던 본오동 본당의 최성우(라파엘)ㆍ노윤희(클라라) 어린이가 꽃을, 문 주교의 중학교 후배인 효명중 학생들이 「청소년 사목 지침서」를,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윤광열(요한 사도) 회장이 교구민들의 기도와 희생이 담긴 ‘영적 예물’을 봉헌했다.
○…미사에 이어 열린 축하식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성모회장’이었다.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는 문 주교는 신학교 동기들 사이에서 ‘성모회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염수정 추기경은 축사에서 “꼼꼼하게 한 사람 한 사람을 각별하게 챙기는 성품 덕분에 신학교 동기들 사이에서 성모회장으로 통했다고 들었다”면서 “주교님 모습은 교구 전체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김희중 대주교와 한민택 신부도 ‘성모회장’을 언급하며 문 주교의 온화한 성품을 설명했다.
문 주교가 복음화국장 시절 부국장이었던 한민택 신부는 “주교 임명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들었던 마음은 소중한 친형님을 돌이킬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보내드린다는 안쓰러움이었다”고 말해 신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한 신부는 “어머님과 같은 품으로 교구 사제들과 신자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서품식을 지켜본 문 주교의 큰 형 문희석(요셉, 56) 씨는 “동생이 신학교에 간다고 했을 때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것 같아 반대했었는데, 사제 생활을 잘하시고 주교님까지 되신 걸 보니 정말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서품식에는 문 주교의 임명 전 사목지였던 본오동본당 신자 100여 명이 참례해 한마음으로 사랑하는 ‘본당 신부님’의 주교 서품을 축하했다. 신자들은 서품식 후 성당 마당에서 ‘주교님 사랑해요’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문 주교를 기다렸다. 축하연을 마치고 나온 문 주교는 오랜 시간 머물며 신자 한 명 한 명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문 주교에게 전해줄 선물을 들고 성당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진재혁(요한 세례자, 초4)군은 “복사를 서다가 실수해도 주교님은 뭐라고 하지 않으시고 항상 ‘괜찮다’고 격려해주셨다"면서 “주교님이 본당을 떠나셔서 너무 아쉽다.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축하연에는 선종한 김남수(안젤로, 1922~2002) 주교를 제외한 수원교구 역대 주교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 주교에게 덕담을 전했다. 초대 교구장 윤공희 대주교는 “이제 세 분의 주교님이 힘차게 복음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됐다”면서 “하느님이 수원교구에 풍성한 축복을 내려주셨다”고 기뻐했다.
3대 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주교는 큰 믿음과 겸손, 사랑이 요구되는 직(職)”이라며 “주교직을 잘 수행하려면 저처럼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주교는 건강 문제로 61세(2009년) 때 교구장직을 사임했다. 이성효 보좌주교는 “훌륭한 신앙ㆍ가정 교육을 해주신, 하늘에 계신 문 주교님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