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惡人)도 인간인가?
“악법도 법입니까?” 학생이 질문하면,
“악인도 인간인가?” 교수는 반문한다.
이렇게 질문을 막는 수사(修辭) 후에 돌아서서,
‘악법도 법인가?’ 법학 교수는 우울하다.
최종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1991년 5월 발표한 시 ‘악법도 법인가?’ 전문(全文)입니다. (최종고 시집 <法 속에서 詩 속에서> 참조) 독일 프라이부르크 알베르트루트비히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최교수는 평생 교단을 지키며 100여 권에 이르는 저작물을 낸 필자의 친구입니다.
전공 서적 외에 시(詩)와 한학 서예 그림에도 자질이 풍부한 그는 시집 스케치집 등 망외의 작품을 남겨 놓았습니다.
# '정치 9단만 빼고 다 악인 정치꾼인가
그의 시를 30년 만에 들춰 보게 된 것은 법철학을 전공한 최 교수가 시작(詩作)을 통해 법에 대한 번민을 여러 편에 걸쳐 피력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때맞춰 여소야대가 더욱 공고해진 22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의 입법 공세가 드세어질 낌새여서이기도 합니다.
낌새 정도를 넘어 최고령자인 민주당 박지원 당선자가 전현직 국회의장과 현 대통령을 싸잡아 ‘개새끼’로 몰아붙여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박 당선자가 지난 1일 김어준 유튜브 방송에서 한 욕설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는 "내가 김진표를 차관, 수석, 장관 다 시켰다”는 말 끝에 김 국회의장이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을 두고 격앙되어 내뱉은 말입니다.
(박지원) “박병석, 김진표 똑같은 놈들이야.” (김어준) “똑같은 놈들이라뇨?” (박지원) “윤석열이나 다 똑같은 놈들. 아! 개새끼들이에요, 진짜.”
이 욕설의 계기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특검 법안 중 하나인 ‘채 상병 특검’ 법안을 김 의장이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을 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화풀이입니다. 김 의장은 욕을 먹은 다음 날 법안을 직권상정해 범여권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고,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 재의를 요구했습니다. 법안이 악법인지, 누가 악인인지는 국민이 바로 가릴 길도 없습니다.
# 쌍욕도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권일까
‘여의도 사투리’에 ‘개’ 접두어를 붙이는 경우는 다반사(茶飯事)가 된 지 오래고, 동료나 상대방을 ‘조폭’ ‘양아치’ ‘반역자’ ‘역적’으로 몰아붙인 예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같은 당 출신 국회의장에다 현직 대통령까지 개새끼로 깔아뭉개는 자는 어떤 위인일까요? 개 눈에는 똥밖에 안 보이는 착각인지, 아니면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진(秦)의 2세 황제를 농락했던 환관 조고(趙高)식 독선인지….
최 교수의 번민은 계속됩니다. 같은 해 발표한 시 ‘법외법(法外法)'에서.
(생략) 한국인은 불법, 비법, 악법, 탈법… 얼마나 많은 법외법에 살고 있는가?
(중략) 법외법이 펄펄 살아있는 한 법의 지배는 별볼일 있을까?
“죄를 짓는 것은 인간의 일”이라는 동일한 명제를 두고 영국 시인 포프(Alexander Pope)는 “그것을 용서하는 일은 신의 일”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미국 정치인 험프리(Hubert Humphrey)는 “그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정치의 역할”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치인은 신의 용서를 받는 것까지도 포기한 인간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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