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국도 있는데..."
‘트바로티’(트로트계의 파바로티)로 불리는 가수 김호중(33) 씨의 추락은 정말 갑작스럽고 허망합니다. 그는 어려운 환경을 딛고 성악가이자 대중가수로서 꿈을 이룬 성공스토리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입니다. 2009년에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그를 모델로 한 영화 ‘파파로티’가 개봉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음주운전에 뺑소니, 블랙박스 제거와 운전자 바꿔치기, 이런 사실을 모두 부인하는 거짓말로 팬들을 실망시키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범인도피 방조 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스타를 ‘스스로 타락하는 사람’이라고 풀이한 우스갯소리가 있던데, 남들의 주목을 받거나 인기를 먹고 사는 이들에게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성공은 힘들고 어렵지만 스스로 조심하고 경계하지 않는 한 추락은 한순간입니다.
김호중 사건이 보여준 것은 그 자신만의 일탈이나 망신, 부정직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박(浮薄)하고 비루(鄙陋)한지 집약적으로 알게 해주는 시대의 기호(記號)이며 축도(縮圖)입니다.
김천 시내의 김호중소리길. 김천시가 3년 전 2억 원을 들여 조성했다.
경북 김천시에는 김호중소리길이 있습니다. 김천시가 2021년 원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그의 모교인 김천예술고등학교에서 연화지(鳶嘩池)로 이어지는 100여 m의 골목 주변 환경을 2억 원을 들여 정비하고 조성한 관광특화거리입니다. 보랏빛으로 장식된 거리에는 김호중의 모습과 노래 가사 등을 보여주는 벽화, 김호중 캐릭터 옆에서 사진을 찍는 포토존 등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사건 이후 이 길을 철거하라, 김호중 이름을 빼라는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김호중소리길보다 1년 먼저 조성된 김천예고의 ‘트바로티’ 쉼터는 이미 철거됐습니다. 학교 측은 여론이 나쁜 데다 그가 재학 중 저질렀다는 학폭 의혹까지 제기되자 지난 28일 현판과 그의 사진을 없애고 이름 없이 학생 쉼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일 김호중을 비난하는 소리가 커지자 팬 커뮤니티 ‘김호중 갤러리’에는 ‘김호중소리길 철거 반대 성명문’이 게재됐습니다. 지역경제 발전에 미친 효과를 언급하며 “사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은 이상 철거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한 성명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다음 대목입니다. 성명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국회의원에 출마 후 검찰 독재를 부르짖는 당선인,
김천예고의 쉼터 '트바로티 집'. 사진과 현판이 철거되기 전의 모습이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뒤집고 당에 부결을 읍소했던 당선인, 4년 동안 단 한 차례의 검찰 소환조사도 받지 않은 ‘무소불위’의 피의자”를 거론했습니다. 이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을 기망하는 권력자들은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잘못을 시인한 이후 반성하며 뉘우치고 있는 김호중에게만 왜 이다지 가혹한 돌을 던지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천예고 전 교장도 ‘트바로티 집’ 철거 전에 유튜브 영상을 통해 “힘없는 가수의 잘못은 용납하지 못하면서 중죄인 정치인들에게는 어떻게 그리 관대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 바 있습니다.
그 성명을 읽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 씨가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그들은 한국인들의 도덕성과 예의염치 정직 수준을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내로남불 세상살이의 이로움을 널리 전파 보급한 사람들입니다. 무슨 일이 드러나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반성하기보다 “저 사람은 더한데”라거나 “왜 나만 갖고 그래?”라며 들이대고 버텨 성공했습니다. 이재명에게서 무슨 선한 것이나 예의염치가 나오겠으며 조국에게서 무슨 올바른 것이나 정직한 도덕성이 나오겠습니까.
일반인들이 인기인들에게 열광하면서 뭔가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얻거나 덕을 보려 하는 원망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행정관청은 특정인을 현양하는 일과 관련된 사업의 결정과 집행에 굼뜨디 굼뜰 정도로 신중해야 합니다. 자기 지역 출신 인사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고 인기가 높아지면 경쟁적으로 이름을 붙여 무슨 길, 무슨 공원 등을 만드는데, 그러기 전에 그 사람의 행적과 인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김호중소리길과 ‘트바로티 집’ 조성에는 다 공적 예산이 들어갔습니다. 좀 떴다고 해서 만들었다가 이번처럼 말썽이 나 철거해야 한다면 세금 낭비가 될 뿐입니다.
또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고위공직자 출신 인사들의 처신입니다.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김호중 씨와 함께 나타난 사람은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직무 정지됐을 때 대검 차장검사로 총장 직무 대행을 했던 조남관 변호사입니다. 그런 사람이 비서나 종업원처럼 김씨를 수행하는 것은 보기 민망한 광경이었습니다. 변호사는 누구든 변호를 맡을 수 있지만, 그쯤 되는 인사라면 일반 변호사와 많이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씨의 행동을 ‘사법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지시한 사건을 맡으면서 아무 고려도 하지 않았던가요?
하기야 국회의원 당선자 박은정 전 검사(조국혁신당)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는 대검 형사부장일 때 수사를 지휘했던 금융사기 사건의 일당 중 한 명의 변호를 맡았습니다. 다단계 사기 수사 경험을 내세워 다단계 업체를 변호해 수임료 22억 원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은 퇴임 후 국가수사본부 수사를 받는 대형 입시업체의 사외이사가 됐습니다. 그러다가 그만두기는 했지만 이런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지금도 그 자리에 있었을 것입니다.
품위도, 명예도 고려하지 않는 고위 공직자들의 이런 싸구려 처신도 다 이재명 조국의 경우에 힘입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게 김호중 사건입니다. 예의와 염치는 땅에 떨어져 묻힌 지 오래고, 이제 몰염치 파렴치 후안무치가 판을 쳐 아무 죄의식 없이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과 궤변, 돈으로 처벌을 모면하며 살아가는 세태가 정착돼버렸습니다. 이게 지금 안타까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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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찍어준 어리석은 국민들이 더 문제지...
중우정치의 무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