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성북구립미술관 맞은편에 위치한 덕수교회....
앗, 갑자기 교회에는 왜 들어가지?
의아해했는데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교회 구경을 하며 안쪽으로 쑥 들어갑니다.


성당 첨탑에 꼭 등장하는 수닭의 형상...
어둠을 뚫고 새벽을 열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한양도성 바깥 숲속에 축대를 쌓고 별장을 조성한 이 사람, 이종석은 누구일까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골목답사를 쫓아다니다 보면, 차분하게 안내판 글을 볼 여유가 없습니다.ㅠㅠ
그저 눈으로 가슴으로 담을 수밖에....

저는 뜰에 있는 이런 것들이 참 좋습니다.
물이 있어 안정감 있고, 뭔가 꼬물꼬물 자라고 있는 모습에 생동감을 느끼죠.

성북동 이종석 별장,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이 집은 일제강점기에 부자로 널리 알려진 이종석이 성북동에 건립한 별장이다. 성북동 산자락에 위치한 이 집은 바깥마당에 우물이 있고, 일각대문을 지나면 행랑채와 안채가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다. 행랑채는 특이하게도 ‘ㄱ’자형으로 일반적인 가옥의 공간 구성이다. 행랑채와 안채 사이에는 원래 담장이 놓여 있었는데, 여기 난 중문을 통해 안채로 드나들도록 되어 있었다. ‘ㄱ’자형의 안채는 대청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누마루를 두고 왼쪽에는 안방을 두었다. 누마루에는 원래 ‘일관정’이라고 쓴 글씨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양반가옥에서 볼 수 있었던 누마루를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조선 말기 신분에 따른 주거 형식의 경계가 허물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서울시청>

으리으리한 기와집....
왠지.....따뜻하지는 않은 기와집입니다.

일제강점기 상인이었던 집주인은 보란듯이
권문세가의 대저택을 모방하여 경치좋은 성밖 언덕에 별장을 지었겠지요.

안채와 사랑채를 겸하고 있는 본채.
궁궐건물처럼 잘다듬은 화강석으로 기단을 쌓고 그 위에 건물을 올려놓고 있는데 건물의 규모나 형식이 궁궐 건물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아직도 꿋꿋이 꽃 피우고 있는 아이들....
요런 아이들이 집을 아름답게 해주는 일등공신입니다.ㅋㅋ

정자 역할을 하는 누마루...
누마루는 고위직을 지낸 양반가옥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
상인계층에서도 누마루를 짓고 당호를 걸어놓는 등 신분에 따른 주거형태의 경계가 허물어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성북동에서 인상 깊은 것은 주렁주렁 열매 달고 있는 감나무들입니다.
이곳에도 오래된 감나무가
힘을 내어 열매를 달고 있는 듯하여 존경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늙은 나이에 열매를 달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
자, 이제 한용운 선생을 만나러 갑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좁다란 골목에 위치한 심우장....

1933년, 김벽산(金碧山)이 초당을 지으려고 사둔 땅을 기증받아 조선일보사 사장 방응모 사장 등 몇몇 유지들의 도움을 받아 지었습니다.
이 곳에서 한용운은
1934년 첫 장편소설인 『흑풍(黑風)』을 집필하여 『조선일보』에 연재하기도 하였습니다.
조선총독부가 위치하던 남쪽을 등진 곳을 택하여 북향의 집을
짓고 심우장(尋牛莊)이라고 하였지요.
총 112.99평의 대지 위에 17.8평의 건평규모로 단층 팔작 기와지붕이며,
집의 구조는 정면 4간
측면 2간으로, 중앙에 대청을 두고 좌우 양쪽에 온돌방을 배치한 형태....
우측 서재로 쓰던 우측 방에는 尋牛莊(심우장)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한용운은 만해(萬海)라는 호(號) 외에 필명으로 오세인(五歲人), 성북학인(城北學人), 목부(牧夫), 실우(失牛) 등의 이름을 가끔 썼는데 목부란 ‘소를 키운다’는 뜻으로, 곧 내 마음 속의 소를 키움은 왕생의 길을 멈출 수 없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즉, 심우장이란 불교의 무상대도(無常大道)를 깨우치기 위해 공부하는 집, 공부하는 인생을 의미한 것이지요.

너무나 익숙한 모습, 한용운 선생님^^


마저절위(磨杵絶葦)
절구공이를 갈아 바늘을 만들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쉬지 말고 정진하라는 뜻의 한용운 선생의 친필서각

오도송
1917년 12월 3일 설악산 오세암에서 깨달음의 세계를 시로 표현한 만해의 친필서각...

소박한 부엌의 모습...
성북동 비둘기로 유명한 북정마을로 올라가는 길....
북정마을은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달동네라 불리는 곳으로 성벽과 딱 붙어 있는 마을입니다.

하얀 비둘기와 함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

내려다보면 얼마나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마을입니다.
북정마을은 성곽마을이어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성곽의 아름다움을 가릴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전망과 마을 공동체를 보존하면서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참 많은 갈등이 있었겠죠.

어여쁜 카페 겸 갤러리에서는 전시회를 하고 있네요.



마을버스를 타고 내리는 승차장도 독특하게 꾸며져 있어요.
마을을 보존하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도 적지 않이 생겼겠지요.
아무쪼록 이런 모든 어려움, 갈등 이겨내고,
어여쁜 마을로 보존되기를.....

사람들이 자주 오고가는 곳은 이렇게 꾸며져 있지만,
조금 더 골목 뒤로 가면, 아직도 어수선하고 그렇습니다.

어렸을 적 뛰어놀았던 이런 골목이 남아 있는게 반가워 추억을 남겨봅니다.

어렸을 때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거칠거칠 시멘트 덩어리가 붙어있는 이런 담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요?
담을 꼭 껴안아봅니다.(덕분에 시멘트 먼지가 잔뜩 묻었지요.)

승차장...후미진 곳에 적혀 있는 시를 읽으며
다시 골목을 내려갑니다.
때론 천천히 흐르는 것이 행복한 일이니....
천천히 흐르자, 차분히 흐르자, 남의 좋은 것을 탐내지 말자.....중얼중얼거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