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상한선 없는 모호한 규정에 탈진과 화상 위험 노출
고용주 재량에 맡긴 작업 중단으로 열사병 환자 발생
BC주에서 여름철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폭염에도 작업을 중단할 명확한 온도 기준이 없다며 구체적인 안전 규정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작업장의 온열 위험을 고용주가 평가해 작업 지속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 현장마다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켈로나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허드슨 리 씨는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 아스팔트 지붕에서 일하면 달궈진 표면으로 인한 화상을 막기 위해 옷을 겹쳐 입어야 하지만, 이 때문에 탈진과 탈수 위험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2021년 열돔 당시에는 온실에서 일하던 고령 노동자들이 더위를 피해 꽃을 보관하는 냉장시설로 들어가는 모습도 목격했다며 작업 중단 여부를 고용주 판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23~25도부터 위험 점검…작업 중단 온도는 없어
BC주 산업안전보건공단(WorkSafeBC)은 고용주가 작업장의 온열 위험을 평가하고 필요한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온이 23~25도에 이르면 온열 위험을 살피도록 안내하지만 특정 온도를 법적인 작업 중단 기준으로 정하지는 않고 있다.
벽돌공·석공 노조의 제프 히긴슨 위원장은 현행 기준이 모호해 사업장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온도에서는 작업을 중단하도록 하는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노조는 자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화·방송 현장 노동자를 대표하는 IATSE 891 지부는 2022년 폭염 당시 조합원이 구급차로 이송되는 일이 발생한 뒤 현장의 온도와 습도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노동자들은 소형 온습도계를 스마트폰과 연결해 측정한 수치를 고용주에게 제시하고 휴식이나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위험 수준이 확인돼도 작업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은 고용주에게 있다.
공단은 온도 하나만으로 위험성을 판단하기보다 습도와 작업 강도, 작업복 등 여러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는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작업을 거부하거나 안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며,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공단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폭염이 잦아지면서 야외 작업 현장에 적용할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