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장*
은후의 말에 넋이 나간 듯 멍해져 있던 이령은 피식하고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조금은 거만해보이는 자세로 고개만 돌린 채 자신을 아무런 감정도 없이 바라보는 은후의 모습에
이령은 헛웃음을 짓고서는 그에게 물었다.
“..사장님 취미가 뭐예요?”
“......뭐?”
“취미가 뭐냐구요. 말하기 곤란하면 내가 맞춰볼까요?”
“........”
“소설읽기. 로맨스 소설, 아니면 인터넷소설. 어때요. 맞았죠?”
“......”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빙그레 웃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듯 보이는 이령의 말과
표정에 어이가 없다는 듯 기대고 있던 몸을 세워 말 없이 돌아섰다.
“왜요, 정곡을 찔렸어요? 설마 부끄러워 하는 건 아니죠?”
“......”
“이봐요. 사장님, 그 긴 다리로 걸으면 제가 쫓아갈 수가 없잖아요. 어라? 멈춰봐요. 사장님-!”
“..따라오지 말고 퇴근이나 하도록 해.”
“농담이였어요. 농담-! 사장님 보기와는 달리 무진장 소심하네요? 생긴 건 쿨- 하고 생겨놓고서는
재미없고 영양가 없는 농담 한마디에 정색을 하고서는 따라오지 말고 퇴근이나 하도록 해. 라니,”
“....”
자신의 말투를 따라하는 이령의 목소리에 걷던 걸음을 멈춰 몸을 돌려 그녀를 노려봤다.
그녀의 말투엔 악의는 전혀 보이지 않는, 아니 어쩌면 정말 바보같을 정도로 순한 농담이였다.
물론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끈하는 자신의 모습이 놀라워 한숨을 내뱉었다.
“지금 당장 퇴근하지 않으면, 10시까지 남겨둘테니 알아서 해.”
“...이런 법이 어딨어요? 나한테 지금 협박하는 거예요? 아, 뭐 알아서 하세요. 그 협박을 순순히
받아들일 생각일랑 한치도 없거든요. 전 사장님의 말씀대로 퇴근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10시까지 남겨둔 다는 말에 기겁한 이령의 표정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버린 은후는,
어느새 자신의 곁을 스쳐지나가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그녀의 스피드에 또 한번 웃음이 터져나왔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가던 자신을 쫓아오지 못하고 아둥거리던 그녀가 맞는 지 의심스러워졌다.
“꽤 재미있는 표정이네?”
“......”
“평소에는 자주 볼 수 없었던 얼굴이야. 형이 자꾸 그런 식으로 변해가는 거 반이령, 그 여자 때문이야?”
“........”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에 이렇게 사람을 바꿔 놓다니.”
“...지서휘,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을 빙빙 돌리는 건데?”
“.......”
“.......”
“나 먼저 퇴근할게. 그리고 한가지 잊지마.”
“.......?”
“형이 지금 반이령을 곁에 두려고 하는 건 그저 단순한 호기심일 뿐이라는 거.”
가시가 잔뜩 담겨 있는 서휘의 말을 들으며 은후는 보일 듯 안 보일 듯 얼굴을 구겼다.
왜, 그런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거야?
라는 듯한 얼굴로 그에게 묻고 있지만 정작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한채희를 비롯해 완벽에 가까운 여자들만 만나온 형이 조금 모자라보이고 바보같고 당돌한 그 아이의
흔하지 않은 모습에 그저 재미를 느낀 것 뿐이라고.”
“...내가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지 모르겠네. 누가 들으면 내가 꼭 반이령한테 반한 것 같잖아?”
“........”
“난 니가 날 나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섭섭하네.”
“형-”
“니가 말한 그대로 난 반이령보다 한채희 같은 여자가 훨씬 끌려. 충분히 매력있거든.”
“.........”
“그러니까 그런 헛소리 꺼내지 마라.”
서휘를 날카롭게 바라본 은후는 그대로 뒤돌아 긴 복도를 걸어갔다.
말 그대로 자신보다 은후를 더 많이 안다고 생각했던 서휘였다. 그만큼 자신의 일이라면
언제든 발벗고 나서서 편이 되어주곤 했던 고맙고도 감사한 녀석이였다.
그런데 그런 헛소리라니, 서휘의 말을 되새기며 은후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단순한 호기심이라, 단지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반이령은 그 쪽으로는 잼병 같은 데 말이지. 어떻게 지서휘 눈에 그런 식으로
박혀 들어갔는지 의문이였다.
**
“삼촌-!!!!!!”
본가로 들어온 은후를 처음으로 반겨준 것은 조카, 하리였다.
항상 호텔 15층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자신의 룸에서 지내왔던 은후였기에 좀처럼 그들의 만남이
자주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더욱더 반갑게 자신의 품 안으로 달려드는 하리가 너무 예뻐보였다.
“삼촌, 보고싶어쪄. 삼촌도 하리 많이 보고싶었찌?”
“...그럼-! 우리 예쁜 하리 너무 너무 보고싶어서 못 참고 집으로 달려왔잖아.”
“그럴 줄 알았쪄!!!!!!! 히히!!!!!”
“근데 하리야, 왜 이렇게 집이 조용해?”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데이트 하러 나가꾸우. 엄마랑 아빠는 2층에 이쪄. 띵동하는 소리 나서
하리가 막 뛰어왔져. 히히, 잘했찌. 삼촌?”
“뛰어다니다가 넘어지면 어쩌려고 그래? 아야하면 삼촌한테 혼나요. 알았지?”
은후의 말에 고개가 아플 정도로 세차게 흔들어대는 하리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품에 안았다.
어쩜 이렇게 예쁜 아이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커갈 수록 귀여워지고 예뻐지는 하리를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였다.
이런 아이가 내 아이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그였다.
“여어- 왔으면 재각재각 등장을 알려야지, 왜 1층에서 우리 예쁜 딸내미를 안아들고 지랄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테리군.”
“..뭐가?”
“누나 뱃속에서 이런 아이가 나왔다는 게 믿을 수가 없어.”
“....너 지금 나 욕하는 거냐? 비오는 날 먼지나게 맞아야 정신을 차리고 누님 대접 똑바로 할래?”
“예쁜 하리야. 우리 예쁜 하리는 엄마를 절.대.로 닮으면 안돼. 알았지?”
“...와, 삼촌- 아빠두 하리한테 그런 소리 했쪄. 예쁘고 바르게 자라려면 엄마를 닮으면 안된다구 했쪄.”
자신의 품 안으로 파고드는 하리를 안으며 두 사람의 대화를 씩씩거리며 듣고 있는 그녀곁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자신보다 다섯살이나 많은 누나 서은경이였다.
“난 이래서 니가 싫어.”
“...나 역시 그다지 누나를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애 듣는 앞에서 그런 소리 좀 하지마.”
“미친놈아-! 너 진짜 맞아야 정신차릴래? 어릴 때는 내 주먹에 눌려 설설 기었던 새끼가 이제는
대가리 좀 컸다 이거냐-!!!!!!!!!”
“....좀 큰 게 아니라, 이젠 누나보다 더 많이 커졌거든? 그러니까 이제 그만 까불지?
그리고 여자가 입이 그렇게 거칠어서 쓰겠어? 하리가 도대체 뭘 보고 배우겠어?”
“너나 잘해-! 그리고 내 딸이야. 안 내놔?”
은경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는 얼굴로 투덜거리며 하리를 은후의 품 안에서 빼앗아갔다.
그리고서는 그를 연신 노려보다가 2층으로 휙 하고 올라가버렸다.
“멋대가리없는 새끼. 어디서 누나한테 눈을 크게 뜨고 대들어? 하리야. 저 못된 큰 삼촌 좋아하지마.
알았지? 우리 하리는 착하고 어진 은한이 삼촌만 좋아해야 되. 알았지? 응?”
“....엄마, 난 은후 삼촌이 째고 좋은데?”
“씨발놈-! 우리 딸을 완전 니 편으로 만들었어. 우라질 죽여버리겠어.”
2층으로 올라가는 내내 중얼중얼 거리던 그녀의 속삭임에 두 사람을 지켜보던 은후는 피식 웃었다.
어릴 때부터 은경은 항상 자신보다 3살 어린, 은경보다 8살 어린 남동생 은한을 더 많이 좋아했드랬다.
공부를 하겠다며 유학을 가는 날 은경은 공항에서 자그마치 13시간을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가지 말라고. 제발 가지 말라고. 그렇게 외쳤었다. 덧붙여.
‘니가 가면 내 떡볶이는 누가 만들어주니? 니가 가면 내 빨래는 누가 해줘? 니가 가면- 끄억끄억.’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흉했던 그 날의 은경을 떠올리며 표정을 굳힌 은후는 귀찮다는 듯
자신의 방으로 걸어들어갔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조금은 낯설었지만 금방 적응이 되었다.
“집에만 오면, 말이 많아지는 것 같군.”
무언가 맘에 들지 않는 다는 듯 침대로 몸을 던진 은후는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
“이게 다 뭐야, 제 정신이 있는거야? 야, 다 안 일어나?!!!!!!!! 야-!!!!!!!!!!!!!!!!”
“.......시끄러우니까 입 좀 다물어라. 머리 울린다.”
“반이원, 안 일어나? 이휴인-! 넌 또 어쩌다가 이렇게 된건데? 응? 야-! 파티는 다 어디로 가고?”
기쁜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온 자신의 집의 풍경이란 정말 가관이였다.
조금 과장된 상상력을 말로 표현하자면, 가지각색의 풍선들이 천장에 둥둥 떠있고.
[반이령, 인생 대 역전-!] 이라는 문구가 달린 현수막이 걸려있으며, 케잌을 동반한 화려한 음식들이
눈 앞에 차려져 자신을 호화스럽게 만들어줄 거라 믿었던 상상이 아주 멋들어지게 빗나가는 순간이였다.
“정신 차리라고 했잖아. 으엉, 내 파티가 왜 이렇게 난장판이 된건데?!”
“......”
“휴인아, 휴인아. 이휴인아-!!!!!!!!!!!”
“.........”
“지네들끼리 술 마시고 뻗어있으면 어쩌라구? 내 파틴데!!!!! 내 파티잖아!!!!! 내.파.티!!!!!!!!!”
“..이원이 말 못 들었냐. 입 좀 다물어. 나도 머리가 울린다. 귀까지 윙-윙 거리고.”
처참히 찢어지는 가슴이여. 그 소녀의 마음을 누군가가 알아준단 말이오.
울먹이던 이령은 비련의 여주인공 마냥 긴 머리를 휘날리며 방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래도 되는 거야? 형이 금쪽같이 아끼던 반이령 완전 맛이 간 것 같은데.”
“........”
“....미안, 내가 괜히 헛소리 하는 바람에.”
“됐다.”
췻기가 도는 지 잠시 어지럼증에 비틀거리던 휴인은 정신을 차려 이령이 들어간 방문 앞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똑-똑. 간결하고 선명하게 노크를 한 후 방문을 열었다.
*제 16장*
침대에 죽은 시체 마냥 늘어져서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한숨을 길게 내쉰 후
침대 모서리에 걸터 앉아 물끄러미 돌아서 누워 있는 그녀의 등을 바라봤다.
참 많이 가녀린 여자다. 매일 주위사람들에게 달려들만큼 거친 성격의 소유자인 주제에,
말라깽이같이 삐쩍 마른 모습은 항상 자신을 힘들게 만들었다.
보통 사람들보다 적게 먹는 것도 아니고, 보통 사람들보다 활동량이 많은 것도 아니였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며 학창시절 떠들고 다녔던 그녀의 유일한 자랑거리였다.
“미안, 그리 대단한 건 아니였지만 반이령 역사상 다신 일어날리 없는 일 일거라고 예상하고
정말 화려하고 멋진 축하를 해주고 싶었어. 그런데····”
이령이 집으로 돌아오기 정확히 한 시간 전.
이원과 휴인은 말 없이 서로의 시선을 공유했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건 휴인이였다.
“..이수아가 시키든?”
“..뭐?”
“이수아가 나 좋아한다는 말 말이야. 잊지 않게 옆에서 쫑알거리라고 시켰냔 말이야.”
“형 지금 말 다했어?”
“....그럼 왜 그런 이야기를 지금 꺼내는건데?”
“요즘 수아 누나 만난 적 있어?”
이원의 말에 휴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수아를 만난 지가 꽤 오래된 것 같아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진 상태였다.
“수아 누나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전화는 해봤어?”
“...내가 왜?”
“형 진짜 잔인한 사람이다. 수아 누나가 형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어쩜 그러냐?”
“이수아가 날 좋아한다고 해서, 나까지 그 아이를 좋아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냐?”
“..형-!”
“난 내 관심밖의 사람한테까지 호의를 베풀 만큼 착한 사람이 못되서 말이지.”
휴인은 이원의 말을 들은 척 마는 척하며 앞에 놓여져 있는 술 잔을 들어 입에 털어넣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쓴 술맛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 휴인은 이원을 바라봤다.
“절대로 이수아는 여자로 볼 수 없어.”
“....왜? 왜, 수아누나는 바라보지도 않는건데?”
“........”
“............”
“반이령이.”
“.........”
“니 누나 반이령이-”
“.......”
“너에게 하나밖에 없는 사람인 것처럼, 나에게도 오직 하나뿐인 사람이니까.”
어렵다는 듯 휴인의 말을 되새기며 그를 바라본 이원은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휴인에게 물었다.
“형.”
“오로지 내 눈엔 반이령만 여자로 보여.”
“형-!”
“타인이 강요하는 그런 느낌이 아니고, 오로지 나, 이휴인의 완벽한 느낌 하나로 반이령을 바라보고 있어.”
“......”
“....내가 반이령 아니면 안되겠어.”
탁.
손에 올려져 있던 술잔을 내려놓은 이원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물론, 예전부터 짐작해왔던 일이였다. 아니 짐작해왔던 정도가 아니라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입을 통해 들은 말은 왠지 충격적이였다.
그가 자신의 누나 이령을 여자로 보고 있다는 말 보다 더욱더 놀랍고 가슴 아픈 건
그 순간 수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니가 왜 문득 그런 말을 꺼냈는지에 대해선 묻지 않을게. 하지만 더 이상은 무리하지마라.”
“무슨.........의미야?”
“내가 반이령 보는 눈이랑, 니가 이수아 보는 눈이 같다는 것 정도는 알아.”
“형-!”
“....아직 이령이한테는 비밀이야.”
“......”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완벽한 남자가 되어서 프러포즈할꺼야.”
기억에 생생히 남는 이원의 표정을 떠올리며 앉아있던 침대 모서리에서 일어나 누워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니 얼굴이 보고싶어. 지금쯤 잔뜩 심통이 나서 입술이 5cm 삐져나온 그 모습.
툴툴거리면서 울먹거리는 그 모습이 너무 보고싶어서 갈증이 날 정도야.
휴인은 조심스레 다시 한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조그맣게 이령을 불렀다, 아니 속삭였다.
“화났냐?”
그의 말을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아무런 반응조차 없자 왠지 기운이 쭉 빠져버리는 느낌이였다.
휴인은 길게 한숨을 쉬고 정말 죽어있는 듯 움직임조차 없는 이령의 팔을 건드려 옆으로 누워있던
몸을 바로 눕혔다.
“그새를 못 참고 잠들었냐. 바보, 진짜 바보 아니야?”
어느새 잠들어 있는 이령의 모습에 피식 하고 웃어버린 휴인은 이마로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칼을
살며시 넘겨주며 빙그레 웃었다.
“...........들리냐, 반이령.”
“........”
“...................지금은 들려도 안 들리는 척, 느껴져도 안 느껴지는 척 그대로 있어줘.”
“....”
“...................”
“.....”
“대신, 나중에 내가 정말 너에게 말하고 싶을 때는 꼭 들어줘야 한다. 꼭 내 마음 느껴줘야 한다.”
“........”
“잘자. 사랑하는 나의 반이령아.”
쪽.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 후 방을 빠져나왔다.
**
“잘 지냈어? 보고싶어 죽는 줄 알았는데, 당신은 어때?”
본가를 다녀온지 정확히 3일이 지난 후였다. 피곤함이 얼굴에 묻어나 있는 은후의 턱선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요염하게 그에게 묻는 그녀의 목소리가 사뭇 섹시할 정도였다.
“비켜. 일하는 데 방해되는 거 못 느끼냐.”
“..내가 오는 날까지 이렇게 일을 붙잡고 있어야 겠어?”
“니가 오는 날이든 안 오는 날이든, 항상 이 곳은 내 명령하에 돌아가는 곳임은 변함없어.”
“쳇-! 쿨한 것도 좋지만, 작작 좀 하라고. 정말 진절머리 날 정도야.”
“싫으면 찾아오지 않으면 되잖아?”
“.....정말, 한채희 체면 말이 아니다.”
채희는 그의 냉정함에 질렸다는 듯 높은 하이힐 소리를 내며 쇼파에 몸을 실었다.
한참 CF 촬영이다 영화 촬영이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빴던 그녀가 겨우 시간을 내서 오랜만에
은후를 찾아왔지만, 돌아오는 건 무관심 그 자체였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으며, 앞으로도 기대되는 햇살이라는 닉네임을 꼬릿말처럼 달고다니는
그녀를 이렇게 무관심하게 바라봐주지도 않는 남자는 대한민국, 이 세상 천지에 서은후 한명 뿐일것이다.
“그나저나 밥은 먹었어? 나 배고파 죽겠어.”
“.........나가서 서휘랑 먹고 와. 난 별 생각없어.”
“내가 지서휘랑 밥 먹으러 왔어? 당신이랑 밥 먹으러 시간 내서 찾아온 거잖아!”
“소리지르지마.”
“정말 얄미울 정도로 철저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콧방귀를 끼던 채희의 행동에 서류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은후의 시선이
채희에게로 향했다. 조금은 천박해보일 수 있을 정도로 짧은 미니스커트와 가슴 굴곡이 정확히
들여다보이고, 그녀의 군살없는 라인까지 선명하게 눈에 띄일 정도로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고서는 다시 서류로 얼굴이 파묻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반이령 타입보다는 한채희 타입이 훨씬 뒷끝도 없고 깔끔하지.
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혼란스러울 정도로 자신을 화려하게 꾸미는 여자들은 쉽게 질리는 법이야.
은후는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뭔가 못마땅한 얼굴로 서류에 집중했다.
똑-똑.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귀로 들리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든 은후는 금새 밝아졌다.
“사장님, 오늘 분량 말인데요.”
이령이였다. 같은 15층에서 일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였다.
물론 교육실과 사장실이 15층의 끝과 끝 사이에 있는 것이 두 사람의 유일한 공백일 뿐.
“......왜?”
“너무 많아서 말이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 머리로는 이걸 하루에 다 외울 수 없어요. 줄여주세요.”
“.......”
“어머, 손님이 와 계셨네. 조금있다가 다시 올까요?”
“........”
“어라? 어머, 한채희씨 아니세요? 맞죠?! 맞죠?”
쇼파에 요염하게 앉아있는 채희를 발견한 이령은 반갑다는 듯 그녀에게 물었고,
그녀는 그저 고개를 까딱이며 성의없게 그녀의 반가움에 답했다.
“실제로 보니까 더 예쁘네? 몸매도 너무 예쁘다-! 와 너무 부러워요.”
“고마워요.”
“..목소리도 예쁘네. 이거 진짜 불공평하단 말이지. 예쁜 것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예뻐. 재수없게”
은후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혼잣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한바트면 풉- 하고 웃어버릴 뻔 했다.
이령의 말을 들었는지 앉아있던 채희가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쏘아부치기 시작했다.
“지금 뭐라고 했어? 키도 난장이 똥 만한게?”
“.......뭐라구요?”
“재수없다고? 고까우면 니가 이렇게 태어나지 그랬어? 꼭 못난 것들이 자격지심은.”
“뭐.라.구.요!!!!!!!!!!!”
“왜? 정곡을 찌르니까 당황스럽냐?”
채희의 말투에 은후의 표정이 살짝 구겨지는 듯 했으나, 금새 달려드는 이령의 행동에 피식 피식
웃음이 나온다.
“와, 진짜 두 얼굴의 계집애잖아? 니가 티비에서 조금 뜨면 다야? 정말 건방지고 버르장머리 없긴!”
“.....뭐?”
“야- 그래 못나고 난장이 똥 만한 내가 잘나신 니 욕 좀 했다. 그런데 그게 뭐?”
“.......”
“연예인이면 연예인답게, 조신하게 굴어. 이 인조인간아.”
“인조인간?”
“코는 얼마주고 했니? 실리콘이 다 튀어나오겠다!!!!! 돌아가긴 하니? 응?”
실리콘이니, 인조인간이니 다짜고짜 내뱉는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이 하나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자신의 코를 돌려대며 ‘인조인 니 코보다 내 코가 더 높다-! 환불받아라. 정말 창피하게?’ 라는 둥.
‘키만 크면 다야-? 머리에 든 게 있어야 말이지! 너 학교 어디나왔어. 응?’ 라는 둥.
‘아참, 민증도 좀 까봐라. 너 나이 속이고 있는 거 아니야? 이마에 주름살 봐. 나 미쳐 미쳐.’ 라는 둥.
다음 날 신문에 대문짝 만하게 뜰 기사 내용들이 수두룩하게 흘러 나오고 있었다.
“이제 그만 하는 게 좋을껄?”
한참 열이 올라 채희를 노려보며 쏘아부치던 이령은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맥이 풀린 듯
딱 멈추어버렸다.
“이사님은 좀 빠지세요-! 사장님께 볼일 있으시면 보고 가시면 되잖아요. 끼긴 어디라고 껴요?”
“너야 말로 상황파악하고 빨리 사장실에서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같다.”
“.....네? 왜요?”
“모르는 건지, 아니면 잊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일 모르고 있다면 내가 알려줄 게 하나있거든.”
“갑자기 무슨....?”
“.....신문 좀 보고살아라. 인터넷도 좀 하고.”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데요!!!!!!!”
“니가 다짜고짜 따지고 들었던 그 실리콘 인조인간이 연예인이라는 것.”
“누가 그걸 몰라요?”
“그리고, 저기 저 남자가.”
“......”
“실리콘 인조인간 연예인 한채희의 약혼자라는 것.”
“...................아-!”
순간 잊고 있었던 사실들이 안개처럼 피어오르며 눈 앞에 흐릿해지는 그녀다.
젠장, 출근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사고를 치다니. 그것도 완벽하게 해.고.감이야-!!!!!!!!!!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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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입니다. 글을 들고 온지가 언~~~~ 30593311년 전인 것 같아요.
그 동안 시험기간이였고, 피곤에 쩔어 살던 시간들이였습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시험도 끝났고, 앞으로 수시 쓰는 문제만 해결되면 됩니다.
랄랄랄-♬
이제 야자도 안해요. 그래서 집에 일찍 일찍 올 수 있거든요.
이젠 일주일에 2-3번은 글 올리도록 노력해볼게요. 쪽-3-
기다려주신 분들 너무 고맙구요. 전 피곤함에 눈이 뻑뻑해질만큼 아파오지만
글을 올리기 위해 달려왔답니다. 그런 저를 용서해주세요 히히.
모두들 잘 자요.♡
**
셩이꼰쥬은빛
보고싶었찌렁요 오늘도 보고싶어서 달려왔드란게요-! 잘 지내셨죠? 히히.
못 지내셨으면 앙- 물어버릴테야ㅏ. 길게 써달라는 말에 아예 두편 들어와버렸어요
잘했죠? 히히. 소설 대박..........났음 좋겠어요. 함께 해요~~~~~ 투게더!!!!!!
투쓰
사람은 항상 이중성을 갖기 마련이랍니다. 은후의 앞으로 모습도 많이 지켜봐주세요.
투쓰님도 짱-! 힘내시고, 요즘 날씨 변동이 심해서 감기 조심하세요!!!!!!!!
쪼매향기
쪼매님~ 반가워요. 쪽. 잘 지내셨죠오~? 서휘 엑스트라 아니예요!!!!!!!
아직 자리를 못 잡아서 그렇지!!!!!! 서휘 절대 엑스트라 아.니.예요-!!!!!!!!!
엉엉엉, 마음 아파.......잉잉잉.
곰돌이곰순이
서휘의 인기가 날로 날로 높아지고 있군요. 제 타입은 휴인이랍니다.
확, 휴인이를 저와 이어버리는 건(=_=)......갑작스러운 스토리 전개ㅋㅋㅋ
이러지 않으려 했는데, 비오는 날은 항상 꽃을 귀에 달고 싶은 충동과 같은 aaaaaaa
천재일우♥
고마워요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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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고맙습니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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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나쁜남자의 사랑● 15-16
초절정진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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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0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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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작가님~ 미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서야 나타나고~ 은후 멋지다.. ㅇ //꺄~~~~~~~>ㅇ< 빨리빨리 나타나요~ㅠㅠ//나 궁금해~
악!!!!!!!!!!!!!!!!!너무재밌어요항상와서기다린보람이있네요ㅠ.ㅠ엉어엉작가님알라뷰~~~~~~~~~~~~~~~~앞으론빨리나타나주셔용ㅋ.ㅋ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ㅠㅠ 내일부터 기말고사 시험이라 꼬릿말을 잘 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꼭 잊지 않고 찾아뵐게요. 쪼매 기다려주세요~
설마 은후가 채희 편드는건 아니죠?ㅠㅠ 시험기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