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별을 보지 못한다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가벼운 마음이다. -생떽쥐베리-
여행의 목적은 도달하는 데 있지 않고 떠나는 것에 있다. -괴테-
돼지는 별을 보지 않는다. 아니 볼 수가 없다고 한다. 돼지의 신체 구조상 머리를 하늘로 치켜들고 올려다보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별을 보며 그리워하고, 참회하고, 희망하고, 또 어떤 사람은 별을 보며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아득히 멀어졌던 이야기를 꺼내 다시금 새기고, 다가설 수 없는 미지의 세상까지 별을 보며 그려보기도 한다. 그리고 별은 어둠이나 망망대해에서 좌표와 이정표가 되어 길 잃은 사람을 안내하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의 가슴에서 별이 사라졌다. 아득히 멀리 있는 별 보다는 가까운 주머니 속을, 측량할 수 없는 거리에서 헤매는 일 보다는, 쉽게 잡히는 세상의 속도에 더 관심 있어 하면서 별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달나라까지 다녀오는 세상이지만 정작 가까이 살고 있는 이웃은 잊고,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로켓트를 날리면서도 정작 느림의 미학은 잊고 있다.
흔히 말하기를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잊거나 잃었던 나, 나인 줄 알면서도 진정한 나임을 긍정하지 못한 채 허겁지겁 살아 온 세월 속에서 어느덧 인생은 훌쩍 몇 산을 넘겼다. 산을 넘을 땐 힘에 겨워 아파했던 일들도 보내고 더듬어 돌이켜 보면 모두가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과거는 이미 나의 시간이 아니다. 내 시간이란 오직 현재와 미래뿐이다. 그러나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 자리 그 시간에 내가 도달할 수 있을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미래는 온다. 그래서 가장 확실한 나의 시간은 지금 뿐이다.
쉰의 나이는 결코 쉬어 버린 그래서 못 먹을 밥과 같은 나이가 아니다. 어쩌다가 발음이 그리고 이름이 쉰일 뿐, 쉬어 버린 나이도, 쉰 음식처럼 상한 나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쉰 것 이상으로 움츠려 있다. 세상이 넓다는 말도, 우리의 가슴은 아직도 새파랗게 살아 있다는 말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쉰이든 예순이든 일흔이든, 지금 우리가 여기에 서 있는 것은 밀려난 것이 아니다. 쫓겨난 것은 더욱 아니며 잘린 것도 아니다. 그냥 시간이 찾아와 그 순리대로 움직이다 보니 여기에 서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한탄하거나 속상해 할 일도, 작아진 몸으로 움츠려 있을 일도 아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유가 제각각이 듯,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익명의 자유를 위해서, 어떤 사람은 낯선 외로움을 느끼기 위해서, 누구는 고달픈 현실을 잊고파서.......저마다 다른 사연과 이유를 갖고 떠난다.
혼자 다니세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긴 여행을 혼자 다니 실 수 있는지......젊은 저희들도 쉽지가 않은데.......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가끔 듣는다. 저들이 어떤 의미에서 대단하다고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특별한 선택임은 틀림없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특히 나이를 먹은 사람으로서 배낭을 메고 세상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다. 그래서 그들의 말대로 일생에 한 번 쯤 특별한 선택을 하고, 특별한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닌가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살아 있으니까. 산 자만의 특권이 아니겠는가?
모든 일에는 시작 혹은 첫, 이라는 말이 따른다. 첫 경험, 첫 사랑, 첫 마음, 그래서 사람들은 생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세상에 나온 첫 날이기 때문이다. 그 첫 날이 지나면서 유년이 되고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어 비로소 삶이 된다. 그것이 인생인 것처럼 여행도 첫 시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 첫 시간을 경험했을 때만이 두 번 째 세 번째가 있는 것처럼 그래서 다짐과 각오가 중요하다. 하지만 첫 시간을 향한 두려움은 나도 이미 경험했던 일이다. 말이야 ‘에잇 눈 딱 감고 한번 도전해 보자’ 하지만 막상 그 시간을 갖는다는 건 쉽지 않다.
내가 네팔에서 세계에서 두 번 째로 높은 번지점프를 처음 경험할 때도 그랬다. 마치 이것이 내 생애 마지막일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섰지만 내 묵직한 체중을 싣고 그대로 그 낙하 할 때의 맛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것 하나를 실행하기 위해 실로 많은 다짐과 각오와 기도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해 보고 나니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티베트 고원을 어슬렁거리고, 안나푸르나 한 바퀴를 돌면서 내가 느낀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고산 증세에 머리가 뽀개지는 것 같고 금방이라도 심정이 터져 죽을 것만 같았어도 그것을 느끼는 것이 삶이다. 나는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
돼지는 별을 보지 못한다. 돼지에게 별은 바라 볼 대상이 아니다. 별은 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만 별이다.
첫댓글 심도있는글입니다
여행길에서의 설레임과두려움이
교차되지만‥
그 고통조차도 즐기신다면
이미 신의경지 이지요
강한 그분에 대한 믿음인가요?
워낙 여행~고작 국내섬 정도~
을 좋아하지만. 낯선 아니 처음 진짜
처음인데도 언젠가 한번 와 본듯한
그런것도 경험해봤지요
언제 여행기 를 들려주시는 벙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밤새들어도 끝이 없을거 같은데요 ~
에구, 감사는 하지만 제게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자격도 없구요. 다만 언제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로 교통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누구나 별은 하나씩 품고 있지 않나요
난 내별을 품고 살고 있지요
아자아자 화이팅
맞아요, 자기의 별은 자기가 품고 살지요!
사람이 사람다운것은 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명언입니다. 별은 희망이지요.
별을 두고 윤동주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우리들의 그리움의 근원인 별을
품지 않고 어찌 살아가겠어요...
하늘을 볼 수 없는 돼지와 인간의
확연한 구별법이기도 하네요....ㅎ
네팔에서 별같은 꿈을 이루신
용기가
자신이 소망하던 이상이었겠죠?
참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꼭 해보고 싶은 일입니다. 잘읽어보고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동심의 세계처럼 고운 하루되시길 소망합니다
ㅎ 전 혼자서는 세계여행을 못할것 같아요
그열정과 용기가 참으로 대단하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