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이윤(profit)은 시장에서 무엇을 팔아서 번 것(매출 수입이라고도 하고, 단순히 수입(revenue)이라고도 한다)에서 그것을 생산하는 데 들어간 모든
비용(cost)을 뺀 것이다. 핀 공장을 예로 들면, 핀을 팔아 들어온 수입에서 핀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 즉 핀의
재료가 된 철사 구입비, 노동자 임금, 그리고 공장을 빌리는
데 들어간 임대료 등등을 뺀 것이 이윤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재(capital goods)를 소유한 사람들, 즉 자본가들에 의해 움직인다. 자본재는 생산 수단(means of production)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생산 과정에 들어가는 내구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원자재는 자본재가 아니고, 기계는 자본재이다. 우리는 또 일상적으로 사업 등에 투자한 돈을 ‘자본’이라고 부른다.
(46)
금(은) 본위제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지폐를 특정 중량의 금(은)과 아무 때나 교환하는
것이 가능한 통화 제도이다. 중앙은행이 자기가 발행한 화폐의 가치에 해당하는 금을 항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지폐와 금의 태환성(convertibility)
때문에 각 중앙은행은 굉장히 많은 양의 금을 보유해야만 했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발행한 화폐 가치의 40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을 보유했다. 그
결과 중앙은행들은 발행할 수 있는 지폐의 양을 결정하는 데 재량권을 거의 중앙은행들은 발행할 수 있는 지폐의 양을 결정하는 데 재량권을 거의 발휘할
수 없었다. 금 본위제는 1717년 영국에 최초로 도입되었다. 당시 영국 조폐공사 사장인 아이작 뉴턴(우리가 알고 있는 그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맞다. 그는 연금술사이자 주식 투자자이기도 했다.)이
도입한 이 제도를 1870년대에 와서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채택했다.
이 제도는 그 후 두 세대에 걸쳐 자본주의의 진화에 아주 중대한 역할을 했다.
(146)
슘페터는 기술 발달이 자본주의의 원동력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 마르크스의 이론을 더 발전시켜, 새로운 생산 기술, 제품, 시장을
창조하는 기업가의 혁신(innovation)을 통해 자본주의가 발달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에 성공한 기업가는 각자의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독점권을 누리면서 이례적인 이윤을 거두게 되는데, 이를 슘페터는 기업가 이윤(entrepreneurial profit)이라고
불렀다. 시간이 흐르면 경쟁자들이 그 혁신을 모방해서 모두의 이윤을 ‘정상’ 수준으로 끌어내리게 된다. 한때 애플 아이패드가 독점했던 태블릿
컴퓨터 시장에 지금 얼마나 다양한 상품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
(166)
다양한 경제 이론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힘 있는 사람들이 “대안은
없다”라고 할 때(마거릿 대처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정책을
실행하면서 말했듯)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른바
‘적대적 분파들’ 사이에 얼마나 공통점이 많은지를 알게 되면, 모든 것을 흑백으로 가르면서 논쟁을 극단으로 몰고 가려는 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경제학 이론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서로 다른 도덕적,
정치적 가치관에 근거하기 때문임을 이해하고 나면, 경제학을 제대로 알게 되고, 다시 말해서 옳고 그름이 확실한 ‘과학’이 아닌 정치적 논쟁으로서의 경제학을 토론할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일반 대중이 이런 문제에 관한 의식을 확실히 드러낼 때에야 비로소 전문 경제학자들이 과학적 진리의 수호자를 자청하면서 지적인 으름장을 놀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경제학을 알고 각각의 장점과 단전을 이해하는 것은 전문 경제학자들만 가질 수 있는 비전(秘傳)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학을 배우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자, 경제학이 인류의 행복에 이바지하도록 만드는 공동의 노력에 일조하는 일이다.
(267)
그러나 현대 사회는 공장에서 만들어졌고, 새로운 사회 또한 공장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게다가 이른바 산업화 후 사회에서도 이른바 새로운 경제의 동력이라고 여겨지는 서비스
산업은 역동적인 제조업 부문의 뒷받침 없이는 융성할 수 없다. 서비스 산업이 주도해 번영을 이룬 경제의
대명사라고 생각하는 스위스와 싱가포르가 (일본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산업화된 세 나라 중 두 나라라는 사실이 바로 그 증거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생산 능력의 개발, 특히 제조업 부문의
생산 능력 개발은 기후 변화라는 우리 시대 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부자 나라들은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것과 더불어 녹색 기술 분야에서 생산 능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개발도상국들은
기후 변화의 악영향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기술 및 조직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능력의 많은
부분은 오직 산업화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304)
금융 시스템을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해서 금융이 경제의 중요한 부분임을 부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금융이 갖는 위력과 중요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 다니거나 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고작해야
말을 타고 달리는 게 가장 빨랐던 시대에는 교통 신호도, ABS 브레이크도, 안전벨트도, 에어백도 없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이 존재하고, 규제 등을 통해 사용을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들이
강력하고 빠르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잘못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일한 논리가 금융에도 적용되지 않고서는 자동차 충돌사고, 뺑소니
사고, 심지어 고속도로 다중 추돌 사고에 해당하는 금융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390)
물론 정부의 개입이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해서 큰 정부가 항상 더 낫다는 말은 아니다. 현실의 정부들은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그리는 리바이어던 같은 괴물은 아닐지 모르지만, 플라톤의 철인 왕이 현신한 것도 아니다. 경제에 해를 끼친 정부가
많은 뿐 아니라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한 정부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강력한
조직 기술이며, 따라서 정부 없이 커다란 경제적(그리고 사회적) 변화를 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