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사도행전(1) 머리말
고려 공민왕 때 원나라로 사신 갔던 문익점(文益漸 1329~1398)이 돌아올 때 목화씨 몇 알을 얻어옴으로써 우리나라에 무명 옷감의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그 이전의 우리 민족의 의생활의 소재는 주로 베옷감이나 명주 옷감이었다. 붓깍지에 넣어도 들어갈 만큼 작고 보잘 것 없는 면화의 씨앗은 다행히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잘 발아되었다. 목화에서 뽑은 무명옷은 베옷보다 따뜻했고 명주옷보다 질겼다.
이후 무명옷은 600년 넘는 세월 우리 민족의 몸을 감싸주어 민족의 이름이 ‘백의민족’이 되었다. 문익점의 목화씨가 수백년 ‘백의문명’의 원류가 되었던 것이다.
구한말 우리나라에 기독교(개신교) 복음의 씨앗은 누가 들여와서 뿌려주었을까? 한국에 처음으로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개신교 선교활동을 시작한 사람은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그리고 스크랜턴 모자(母子) 선교사 등이다.
이분들은 이 나라에 들어와 선교 사역을 시작하였을 뿐 아니라 학교와 병원을 세워 이 나라에 교육과 의료 등 서구 문명의 기초가 있게 하였다. 이분들 이후 그동안 한국을 다녀간 개신교 선교사는 2,000여명이나 된다.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일반 교양인의 입장에서도 이분들의 이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금 이 모습을 갖추게 된 데는 이 분들의 공로가 크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지 3일만에 부활하여 40일 동안 지상에서 머물다가 마침내 승천하실 때 유언처럼 제자들에게 남긴 말이 ‘선교’에 관한 것이다. 이르시되,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
이 말씀을 받아 열두 제자와 바울 사도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전파하기 위하여 각자의 생애를 다 바쳤다. 이 선교 사역을 기록한 것이 신약성서의 『사도행전(Apostles’ Acts)』이다.
지금부터 약 150년전 미국의 선교사들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고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베드로와 바울의 사도행전과 약 1,800 여년의 시간의 이격을 두고 미국발 사도들이 조선에 와서 복음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이것이 성경에까지는 오르지 않은 『코라아 사도행전』이다.
“코리아 사도 행전”이라는 주제 의식을 가지고 이것 저것 관련 자료들을 뒤적거리면서 읽어 보니 과연 코리아(조선 그리고 대한제국)에서의 선교 사역의 순간 순간들이 한결같이 설렘이 아닌 것들이 없었다. 선교사 자신들의 행적이 설렘의 연속이었고 선교를 받아들이는 조선 백성의 경험에도 많은 설렘이 동반되었다. 지금 그때를 돌이켜 보는 우리에게도 그 역사는 설렘의 역사이다.
그냥 읽고 기억에서 지워버리기에는 그 설렘의 기억들이 너무 아깝다. Publish or Perish? 써 보아야 공보다 과가 더 많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슬슬 망각의 피안으로 흘려보내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이렇게 적어 나간다. 혹시라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내 글을 읽고 선교사들의 선한 영향력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더욱 좋겠다.
(2023.4.4. 오두범)